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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의 두가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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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사과정 중 가르침을 받았던 박사님의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발표문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고립이라는 것은 정말 측정될 수 있는가

 

대부분의 고립과 관련된 양적 연구에서는 도움 받을 사람이 있다 / 없다등의 이분법적 질문으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고립을 측정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며 만난 이들의 고립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수십 명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2~3명 밖에 없는 단촐한 한부모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식탁에서 조차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엄마 또는 아빠와 대화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침묵속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 매일 수십 통의 업무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퇴근 후 단 한 통의 사적인 안부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이들은 통계 아마도  않은 사람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고립되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누군가 혼자 지낸다 라고 하면 외롭거나 고립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사람은 덜 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고립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혼자 살아도 크게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고립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눈에 보이는 객관적 고립과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적 고립이다.

 

객관적 고립은 쉽게 확인된다.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는지, 함께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경제적으로 기대할 곳이 있는지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반대로 주관적 고립은 외로움이라는 내면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주관적 고립을 겪는 것이다.

 

 

고립의 두가지 양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객관적 고립은 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립이다. 곤란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결핍이자 수치로 측정 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대응 방법도 비교적 명확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해주고, 소득 보장을 제공하며, 필요한 사회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주관적 고립은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히 몇 명을 만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질과 자신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존재감의 문제다. 겉보기에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깊은 단절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들어 SNS에서 수백 명과 친구 맺기를 하며 소통하고 있어도 그들과 가깝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 직장에서 함께 일하며 소통하지만 퇴근 후에는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경우, 가족이 곁에 있지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주관적 고립은 외부에서 쉽게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하기도, 다뤄지기도 어렵다.

 

결국 사회적 고립은 단순히 사람이 곁에 있는지 없는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는 객관적 지표만으로는 한 개인이 실제로 느끼는 단절과 외로움을 다 담아낼 수 없다. 따라서 객관적 고립과 주관적 고립을 함께 바라보아야만, 우리가 마주한 고립의 실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대응과 지원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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