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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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초수급가정을 방문했던 그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생계를 이어가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마음속 깊은 외로움과 상처까지 다 어루만지거나 치유해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시원에 살면서 소주 한병에 의지해 하루 하루를 버티던 50대 남성 역시,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삶이 더 피폐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술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버팀목이었다. 사람은 혼자가 되면 버티기 위해 무언가에 기대게 된다. 누군가는 술에, 누군가는 도박이나 게임에, 또 다른 누군가는 끝없는 무기력 속에 자신을 묻는다. 그것은 진짜 해결이 아니라, 잠시의 위로에 불과하다.
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족들과 갈등을 겪으며 오랜 시간 서로 연락을 안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계가 끊기고, 세상과도 멀어진 채 살아온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그들에게 물론 수급비나 각종 복지 서비스도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도 더 간절히 필요한 것은,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일 것이다. 복지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마음을 들어주는 일, 그 작고 진심 어린 만남이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시작이 된다.
그래서 나는 때로 공문을 쓰거나 업무를 하며 확인하는 지원 기준이나 예산의 내역, 숫자보다, 상담 자리에서 들려오는 내방 민원의 한숨의 무게 또는 실망의 표정 등을 더 믿게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불평등은 통계나 보고서 속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의 표정, 말의 속도, 잠시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 사회는 여전히 사람을 기준과 조건으로 구분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보다 더 진실한 순간들이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잠시라도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 속에서 복지의 의미가 드러난다. 복지는 거창한 제도나 계획이 아니라, 그런 순간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것일 수 있다. 사회가 아무리 불평등하더라도,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매일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단절된 삶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수 차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귀가 잘 안들리는 독거 어르신, 오랜 기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들, 우편물이 수북하게 쌓인 우체통 까지 나름의 이유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관계의 단절은 경제적 어려움 만큼이나 깊은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복지 행정은 사람들을 복지 대상자로 분류하고, 지원 체계를 통해 생계·의료·주거 등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은 서류로 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제도는 생활의 틀을 유지하게 도와줄 수 있지만, 고립된 일상 속에서 쌓이는 외로움과 불안, 상실감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 현장 에서의 복지는 단순히 급여를 지급하거나 서비스를 연계하는 수준을 넘어, 관계 회복의 접점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최근의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의 차이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고용, 건강, 가족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불안정이 사람들을 점점 더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복지는 더 정교하고 세심해야 한다. 업무 매뉴얼이나 서비스 전달의 절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복지 전달체계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전담공무원들은 제도와 사람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며, 이들 행정이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기 위해 노력 해야한다.
복지는 제도이자 동시에 과정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복지의 효과가 단순한 정책의 효율성보다 사람 간의 신뢰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복지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행정’이다. 숫자와 통계로는 보이지 않는 일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절히 연결하는 일. 그것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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