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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질문의 기술 - 기초생활수급자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를 묻는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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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 발굴은 늘 어렵게 느껴진다. 마치 이들이 꼭꼭 숨어 있어서 우리가 애써 발로 뛰어 찾아내야 하는 대상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놓인 잠재적 복지대상자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우리 업무 바운더리 안 가까이에,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아주 우연하게 그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 특이할 것 없는 대화 한마디 나누는 순간에 드러나기도 한다. 질문 하나에 따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해 도움요청을 받느냐 일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잠재적 위기가구 또는 복지욕구가 있는 대상자들이 동주민센터를 찾아오는 그 첫 장면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그 출발점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위기 상황에 놓인 대상자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복지서비스 한 건의 신청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오랜 시간 누적된 어려움과 선택의 과정이 함께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수년간 현장에서 빈번히 마주쳐 온 어려운 주민들은 고유가피해지원금이나 재난지원금 신청을 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기초생활수급에 관한 문의를 하거나 신청을 하러 오지 않는다. 본인의 생활이 어려워서 도움 요청을 위해 동주민센터 문을 두드렸다고 당당하게 말하시는 분은 사실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주민센터 문앞을 여러 번 서성이거나, 용기가 없어 쉽게 들어오지 못한 채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보려고 버티다가, 결국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 신청 과정에 대한 연구(이은정, 2022)를 살펴 보면, 수급 신청 단계에서부터 이미 이들에게서 깊은 감정의 변화가 시작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결심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제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이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지각하는 순간 이미 한번 마음은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대한 한탄과 억울함으로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복지상담 창구 앞에 앉는 순간에는 동주민센터에 오기 전에 느낀 절망과 혹시라도 도움 요청을 거절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기도 한다. 위의 연구에서도 나타나듯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단계에서 신청자들의 일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감정을 경험하고, 조사 과정에서는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며 위축된다.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도 낙관과 비관적 생각을 반복해서 하게 되고, 이후에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자격을 받아들이는 데 또 한 번의 마음다짐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인지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이 동주민센터에 찾아와서 느끼는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도움을 받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나라의 도움을 받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자존감의 흔들림이 동시에 존재한다. 고맙지만 불편하고, 필요하지만 인정하기 싫은 상태 즉 다시 말하자면 살기 위해 선택했지만, 기쁘지는 않은 선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들에게 진행되는 상담들은 시작부터 어긋날 수 있다.

 

이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복지 대상자들을 상담할 때 묻는 첫 문장이 달라지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낙인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은 너무 어렵지만 아직까지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않은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안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당신은 지금 어디까지 내려왔습니까라는 질문처럼 들리기도 한다.

 

동주민센터를 찾는 주민들은 대부분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다양한 사유로 긴급복지 지원을 받기 위해 방문하기도 하며, 기타 복지서비스 신청·접수를 위해 내방한다. 공공복지행정 서비스는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동주민센터를 찾은 잠재적 복지 대상자의 신청 기준을 확인하고 자격을 검토하며, 지원 가능 여부를 안내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복지상담 경험이 쌓일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복지서비스를 신청한다는 행위는 문제의 출발점이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 온 삶의 변화가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민이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시점은 대개 일상 유지의 균형이 일정 수준 이상 흔들린 이후이며, 그 이전에는 개인적·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감내해 온 시간이 존재한다.


그래서 동주민센터를 찾아오는 그 한 번의 방문은 단순한 행정적 접수를 넘어, 오랜 고민 끝에 이루어진 선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장면을 마주하다 보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더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 이 일을 하다 보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상담은 단순히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넘어, 그 사람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살펴보고 위기가 어떻게 심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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