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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질문의 기술 -기초생활수급자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를 묻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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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AI 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 초기상담 과정에서 경제·고용·주거 영역의 위험 신호가 포착된 한 중년 남성의 사례를 보면 이 문제의식은 더 분명해진다. 건강보험료 체납, 월세 연체, 실직이라는 정보만 놓고 보면 긴급지원 대상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상담이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담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최근 생활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직 이후 일상이 무너지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었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끊어지고 술에 의존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는 보험료 체납이나 월세 연체를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기보다는, 고립이나 우울, 무기력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의 결과로 체크해 볼 수도 있다. 실제 대부분의 상담 과정에서 월세가 밀렸다는 사실만 보면 경제적 문제, 주거 취약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상자가 실직 이후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면서 구직 의욕 자체가 떨어진 상태일 수 도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 역시 단순히 돈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 배경에는 실직 이후 소득이 끊기고 일상 관리가 어려워진 내적 어려움이 함께 깔려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보면 대응은 단기적인 경제 지원에 머무르게 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변화까지 함께 살펴보면 왜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하는지가 훨씬 분명해진다. 결국 눈에 보이는 문제만 보면 대응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 사람이 겪어온 변화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훨씬 넓게 보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지상담의 핵심 질문은 수급 자격이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상황이 경제적 문제인지, 건강상의 문제인지, 또는 예전에는 쉽게 해결했었는데 더 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은 위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어떤 특정한 사건이 있었는지를 묻고 그 사건 때문에 겪은 어려움과 해결할 수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게 들어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줄어들었는지를 물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 여부를 확인하고 살펴보는 것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대상자가 겪어온 변화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질문이 수행되는 방식, 즉 태도이다. 동일한 질문이라 하더라도 시선 처리, 말하는 속도, 반응 방식에 따라 대상자가 인식하는 의미는 달라진다. 행복e음의 정보를 확인하며 상담을 하는 상황에서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형식적으로 묻는 질문은 대상자에게 공무원들로부터 평가받고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몸을 대상자 쪽으로 향하고 눈을 맞추며, 충분히 생각하고 답할 시간을 주는 질문은 이해받고 있다는 신호로 전달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갖게 된 상담 기회는 한편으로는 평가를 받는 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동시에 자신의 상황을 이해받고 싶은 자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을 응대하는 전담공무원들이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동주민센터의 복지행정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복지대상자와 잠재적 복지대상자에게 하는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상담에서의 질문은 그 자체로 대상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따져 묻는 질문은 자칫 방어적인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그 과정을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묻는 질문은,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게 만든다. 결국 복지상담은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서 멈추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를 따지기보다, 혼자서 감당해 온 시간과 노력을 먼저 바라보는 태도가 상담의 분위기를 바꾸고 관계를 이어가게 만든다. 나아가 질문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 더 넓게 살펴보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체납 여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장 부담이 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가족 유무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요즘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그 사람이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주변에 기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며, 앞으로 어떤 도움을 연결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복지사각지대는 단순히 대상자의 현재 상황이 지원 기준 밖에 있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행정의 질문 속에 담기지 않을 때, 그 틈에서 사각지대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하느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묻느냐가 결국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실무 현장에서 신규 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끝까지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담의 깊이는 질문의 개수가 아니라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이은정. (2023).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제도 진입 과정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A phenomenological analysis of the entry experience of National Basic Livelihood Security System recipi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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