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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록'이라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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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록이라는 허상




1) 모든 사회사업 기록은 자기 실천 가치에 따른 해석


사회사업 기록은 흔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고, 개인적 판단이나 감정을 배제한 기록이 바람직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사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기록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요구는 사회사업 현장 현실과는 다릅니다.

사회사업가는 대개 짧고 제한적인 만남을 통해 당사자를 이해합니다. 이미 ‘문제’나 ‘위기’로 규정된 상황 속에서 당사자와 관계를 시작합니다. 이때 사회사업가는 몇 개의 조각난 정보, 자기 경험과 지식, 제도가 요구하는 틀을 바탕으로 당사자를 해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록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추론의 결과물’이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편향은 개인의 도덕성이나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 게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 방식 자체가 맥락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EBS 다큐멘터리 <인간의 두 얼굴>에서 이런 편견을 설명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낯선 방에 들어온 20대 대학생 열 명에게 초등학생 효은이 사진을 5분간 보여줬습니다. 처음 대학생 다섯 명은 고급 카페에서 찍은 부유해 보이는 효은이 사진을 봤고, 두 번째 다섯 명은 후미진 골목에서 혼자 노는 가난해 보이는 효은이 사진을 봤습니다. 그 뒤 이 대학생 열 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효은이가 간단히 시험을 보는 동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효은이는 어떤 질문에는 대답을 잘하고, 몇몇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효은이는 편견을 만들기 위한 연기자입니다.

이제 두 대학생 집단에게 동영상을 본 소감을 물었습니다. 부유해 보이는 효은이 사진을 보았던 대학생들은 효은이가 질문 대부분에 정답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활달한 아이로 보인다고 합니다. 지도력이 있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반면, 사진 속 가난한 효은이를 본 집단은 정답을 맞힌 횟수가 적었다고 합니다. 지식이 부족해 보이며, 많이 배우지 않아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지능 발달이 미숙해 보인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똑같은 효은이가 두 집단 속에서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었을까요? 영상을 보기 전 단 5분간 봤던 효은이 사진이 큰 편견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은 사회사업 기록이 놓인 조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대체로 사회사업가는 초기면담 이전에 이미 의뢰 사유, 진단명, 수급 여부, 생활환경과 같은 정보를 접합니다. 당사자와 처음 만나는 장소 또한 대개 빈곤과 위기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사회적·물리적 조건은 당사자를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게 합니다. 오히려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이끕니다. 문제를 중심에 두고 만남을 시작할수록, 당사자의 말과 행동은 ‘문제 증상’으로 다가오기 쉽습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듯,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겠다는 사회사업가에게는 모든 사람이 사례관리 대상처럼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사회사업은 인간을 PIE(Person in Environment), 즉 ‘환경 속의 인간’으로 이해하는 학문이자 실천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환경을 제거한 채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사자의 삶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물리적 환경은 당사자 자신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사회사업가의 인식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따라서 사회사업 기록에서 문제는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사업가가 자기 시선이 객관적일 수 있다고 믿는 태도, 그리고 그 믿음이 기록 속 해석과 판단을 숨긴다는 데 주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회사업가는 어떤 기록을 남길지 선택합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장하는’ 기록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자기 한계를 인정한 기록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 사회사업 기록 윤리는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습니다. 기록이 객관적 사실의 작성이라기보다 자기 실천 가치에 따른 해석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관점과 가치를 바탕으로 당사자를 이해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게 오히려 더 정직한 태도입니다.

이는 기록을 ‘주관적 독백’ 정도로 만들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사회사업가는 애초에 완벽한 중립적 시선을 갖지 못하는 ‘목격자’임을 인정한 상태에서, 그 불완전함을 공개하고 검토하여 보완하는 ‘안전장치’를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회사업가의 모든 실천은 이미 가치 편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사회사업 기록 제안


따라서 사회사업 기록을 이렇게 제안합니다.


첫째, 기록을 진술이 아니라 서술로 정의합니다.

기록이 완결된 진술이 아니라 열려 있는 서술임을 분명히 합니다. 사회사업가의 기록은 당사자를 이해하는 하나의 해석일 뿐입니다.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둘째, 당사자에게 확인하고, 동료와 공유합니다.

당사자와 기록을 공유함으로써 해석의 독점을 내려놓습니다. 당사자의 관점을 기록에 반영할 때 그 기록은 입체적인 이해로 바뀝니다. 나아가 동료와 기록을 함께 읽고 해석함으로써 관점의 고착도 경계합니다.


셋째, ‘의도 근거 해석’을 벼리로 기록합니다.

사회사업가는 자신이 어떤 가치를 좇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기록 속에서 드러낼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천 의도를 기록하고, 무엇을 근거로 하여 그렇게 제안하고 진행하였는지, 그런 실천과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성찰하며 해석하였는지를 중심으로 기록합니다.


<사회사업개론>(김세진, 2025)에서는 모든 공부 시작에 앞서 ‘당사자는 그는 누구인가?’를 제일 먼저 정의합니다. 당사자는 이런저런 문제도 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적더라도 그 문제 외에 강점을 함께 기록합니다. 혹은, 당장 문제를 기록하더라도 지금은 알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당사자의 다른 강점과 가능성과 희망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고, 더욱 찾기 위해 애쓰겠다고 함께 작성합니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자신이 좇는 가치를 기록 안에 밝히는 일입니다. 이런 기록은 이어지는 실천에서 당사자와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사회사업 기록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이는 기록의 ‘결함’이라기보다 사회사업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건 중립을 가장하는 기록이 아닙니다. 자기 위치를 드러낸 기록, 당사자나 동료와 같은 다른 이들과 함께 읽고 다듬어질 수 있는 기록입니다.

이렇게 기록할 때 사회사업가의 권력을 숨기지 않고, 당사자의 삶을 단정하지 않으며, 사회사업을 당사자와 함께 이뤄가는 살아있는 과정으로 남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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