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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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인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회상에 대해서 나눠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특히,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서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들이 젊었을 때는 참 효자였어요."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내가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었어요."
"내가 그 때 그 사람하고 결혼만 안했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살지 않지..."
지난 상담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이고, 그 전 상담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첫 상담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주제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처음에는 공감하며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신 걸까?"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왜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실까?"라고 의문을
가질때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반복되는 이야기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복 자체를 모두 심리적 의미로 해석하거나 치매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어르신들의 반복적인 이야기는 단순히 기억력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삶의 경험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며, 앞으로 살아갈 시간보다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과거의 경험과 관계, 성공과 실패, 기쁨과 후회를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이는 '회상(Reminiscence)' 또는 '생애회고(Life Review)'의 관점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정리하며 자신의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반복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담긴 감정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우자 이야기를 반복하는 노인은 배우자의 죽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 이야기를 반복하는 노인은 자녀를 칭찬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나 관계 속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성공담을 반복하는 어르신은 과거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자신의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노인과의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바쁘고 상담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이야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빨리 해결하고 가야하는 숙제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 말씀은 지난번에도 하셨어요."
"그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르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반복되는 이야기를 곧바로 치매나 인지저하의 문제로 단정하거나, 감정에 대한 탐색 없이 검사나 서비스만 연결하려는 접근 역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 일이 어르신께는 정말 중요한 기억인 것 같습니다."
"그때의 마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신 것 같네요."
"그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와 같은 질문이 어르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생성형 AI>
노인과의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인지적 능력, 기억력의 문제만을 바라보면서 노인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평가하기 보다, 어쩌면 그 반복은 기억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마음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르신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다시 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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