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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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삶의 문을 여는 열쇠라면, 개입은 그 문을 억지로 밀어 열지 않는 신중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복지대상자들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그들을 몰아붙이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바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상담의 자세이지 않을까?
복지사각지대나 위기가구 발굴 상담 중 의외로 자주 듣는 말은 자신은 아직은 괜찮고 버틸만하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자신의 생활은 힘들거나 어렵지 않으며 조금 외롭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긴 해도 혼자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자주 듣는 레파토리 중 하나이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셨던 90대의 할머니께서 나는 아직 살만하니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말에 울컥해서 “어머니가 우리 동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라고 시스템이 얘기해줬어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간곡하게 간청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후일담을 말하자면, 그 어르신은 우리의 복지서비스를 받아보신 후 동주민센터의 간호사 선생님들과 복지플래너들의 방문을 매일 손꼽아 기다리시는 주요 고객(?)님이 되셨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한 경험치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복지대상자나 잠재적 복지대상자들을 만나고 상담할수록 그들이 괜찮다고 거절하는 말은 정말 괜찮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고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삶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끝까지 괜찮다고 말할 때인 경우가 많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 남성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실직과 건강 악화, 경제적 위기와 관계 단절이 동시에 인생에서 나타나고, 또 진행되고 있음에도 자신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마도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스스로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삶의 방식도 크게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복지행정은 대상자 지원에 대한 빠른 판단을 요구한다. 긴급 복지 지원이 가능한지,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은 충족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지를 신속하게 검토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은 복지대상자 선정기준표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위기 가구들은 현재의 복지제도의 경계 밖에서 무너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구의 단순한 경제적 위기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가구원들 개개인이 겪고 있는 또는 1인 가구라면 홀로 있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 관계 단절과 무기력이 함께 발생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뿐인가? 돌봄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도 있고 플랫폼노동자라서 겪는 고용의 불안정성도 있을 수 있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을 하기 때문에 법정 저소득층이 받는 급여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지만 생활비를 빼고 나면 그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통합)사례관리와 같이 종합적 위기 상황에 대한 개입의 시작은 수학 문제 풀면서 도장 깨기 하듯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먼저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도움이 사람이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과정, 그것이 바로 개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얼마나 빨리 파악했는가보다, 대상자가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꺼낼 수 있었는가에 더 가깝다. 처음부터 제도를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혼자 버티느라 힘드셨겠다”, “요즘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와 같은 질문이 대상자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든다. 그렇게 관계가 형성될 때 비로소 숨어 있던 삶의 어려움들이 드러난다. 경제 문제 뒤에 숨겨져 있던 우울과 고립, 건강 문제와 상실 경험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사례관리는 단순한 서비스 연계를 넘어 삶 전체를 함께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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