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ESG 경영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미래
(글의 모든 사진 출처 : 픽사베이)시작을 위해 저의 연구 경험 일부를 소개합니다. 저는 경영학 중에서도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이는 기업가가 마땅히 가져야 할 정신, 태도, 행동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새로운 것을 생각하여(creativity), 남과 다르게 만들어내고(innovation), 시장에서 가치로 창출(creating value)해 내는 역량(competence) 또는 능력(ability)’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저에게는 ‘기업가들이 어떻게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결과물로 만들어 내서 결국 시장에서의 가치로 만들어내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심사이자 연구대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 만남이나 관계의 상당수가 실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들입니다(일반 기업가, 사회적기업가 모두 포함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과의 만남 또는 대화를 유심히 관찰해서 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미나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성공의 비결이나 실패의 원인을 찾아냅니다. 그것이 저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관련해서 약 15년 전에 인공위성 운영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시는 A 대표님과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A 대표님 : “김 선생,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가진 인공위성 운영 소프트웨어나 무인 감시 프로그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나 : “아뇨~, 어느 정도인데요?” A 대표님 : “전방 철책선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조금 좋은 장비와 운영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탑재해도, 한밤중에 철책선 근처를 지나는 쥐새끼 한 마리까지 찾아내서 공격할 수 있어.” 나 : “엥? 그러면 그걸 왜 안쓰죠? 군인들이 고생을 덜해도 되고, 훨씬 적은 사람이 훨씬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잖아요...?” A 대표님 : “바로 그거야, 사람이 덜 필요하면 지휘관도 덜 필요해 지겠지... 결국,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사람들 때문에 본격적인 적용을 못하는 것이지...” 나 : “.......???.........”---------------------------------------- 다음은 약 10년쯤 전에 모 자동차 회사에 견학을 갔다가 자동차 전면부의 유리와 문짝을 로봇이 자동으로 조립하는 장면을 보고 난 뒤에 실제 자동차 부품 회사를 운영하시는 B 대표님과의 대화입니다. ------------------------------------------B 대표님 : “김 선생, 만약 자동차 회사가 생산 과정을 마음먹고 자동화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할 것 같나?” 나 : “글쎄요....어느 정도까지 가능하죠?” B 대표님 : “거의 100% 모든 과정이 가능하다네. 물론, 공장을 다시 짓거나 시설에 투자비용 들기는 하겠지만, 그건 일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득이 될 수 있지.” 나 : “그러면 설비 투자를 해서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기업은 생산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들은 더 값싼 자동차를 탈 수 있지 않나요?” B 대표님 : “물론 그렇지, 그래서 지금 자동차 회사들은 점진적으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네. 하지만, 비용 절감만 생각할 수는 없지, 당장 그렇게 한다면, 여기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 그들이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없어지면, 자동차는 누구한테 팔 수 있을까? 게다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도 있는데, 단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나 : “.......???.........”---------------------------------- 두 번의 대화를 읽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제 저를 충격(?)에 빠뜨린 마지막 대화로 넘어가 보죠. 세 번째 C 대표님은 영유아들이 즐겨보는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제작 과정에서 기획, 영상, 음악, 목소리 녹음, 편집 등의 과정을 수행하는 기업입니다. ------------------------------C 대표님 : “교수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에 AI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겠습니다.” 나 : “좋은 생각이십니다.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하실 생각이신가요?” C 대표님 : “우선, 영상제작 과정에 포함된 성우들의 목소리를 AI에게 훈련시켜서 사람 성우를 AI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다만....” 나 : “다만, 뭐죠?” C 대표님 : “훈련에 필요한 목소리 사용을 성우들이 허락해 줄까 걱정입니다. 당장 그들의 수입이 줄거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대가 강해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상당한 비용이 절감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나 : “.......???........(순간, AI에게 방송국 일자리를 뺏겼다는 어느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영상을 봤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 발견하셨나요? 제가 충격받은 포인트? 세 번의 대화를 순서대로 연결해 보면, 우선 15년 전에는 기술이 있어도, 사람들을 생각해서 본격적인 도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에는 완전한 기술 있지만, 사람들을 고려해서 점진적 도입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성우는 오랜 시간동안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전문가 대접을 받으면서 꽤 높은 보수, 시간 등을 배려받는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어제 저녁 TV에서 방영한 연예 프로그램처럼 사람들의 대화에 오가던 AI가 바로 그 전문가의 일자리를 뺏기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바로 저를 충격에 빠뜨린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5~6년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이후, 저는 해당 개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너무 익숙해져서 상대방이 익숙하지 않아도, 마치 익숙하게 느낄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이 공부하고, 언급했던터라 오히려 최근에는 식상한 주제처럼 여겨졌었습니다. 미래에는 AI가 우리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조금은 먼 이야기처럼, 또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돌아보니, 동네 엄마들의 부수입 원천이었던 대형마트의 계산원이나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알바였던 패스트푸드 식당의 카운터 점원, 식당의 음식 서빙 등은 이미 무인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으로 대체된지 오래입니다. 거리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스티커사진 촬영관, 무인노래방이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드디어, 단순반복 일자리가 아닌, 전문가 중의 전문가에 해당되는 성우들의 영역을 침범하기에 이른 ‘AI’를 목도(目睹)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어떤 직종, 어떤 직업 차례일까요? 앞서 저와 대화했던 세 번째 C 대표님은 자기 회사의 필수 업무 중에서 첫 번째 ‘성우’ 다음은 ‘그림’, 그 다음은 ‘음악’ 순으로 AI를 활용해서 사람을 대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술만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그렇게 하려고 한다는 포부(?)까지 이야기했습니다. 머지않아 이 기업에는 대표와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소수의 몇 사람만 남지 않을까요? 자, 이제 이야기를 ‘ESG 경영’과 ‘사회복지 현장’으로 가져와 볼까요? 성우들이 매번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우들과 잦은 통화를 해서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녹음을 할 수 있는 녹음실을 마련해야 하고, 냉난방 기기를 돌리고, 차와 다과를 대접하고, 공간과 물과 전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탄소’가 발생된다는 것은 자연히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이제 C 대표님의 결정으로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용도 현재 지출되는 수준에서 최소 30%에서 그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탄소 발생 측면에서도 이득이 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니 ‘ESG 경영’과 ‘기업 이익’ 모두에 도움이 되는 1석 2조 또는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할 이유가 없죠. 제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강의를 하던 초창기만 해도,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 ‘사람의 감성이 필요한 일’, 또는 ‘창작이나 대화를 통해 할 수 있는 일’ 등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었습니다. 즉, 사회복지나 상담 등의 영역은 AI의 도입이나 적용이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죠. 아직도 그럴까요? 적어도 저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ESG는 이미 유럽에서부터 법제화의 길에 들어섰고, 일부 내용은 법으로 제정되어 시행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EU와 거래를 하는 대부분 기업을 비롯해, 수익이 필요한 다수의 기업들이 ESG를 도입 안할 수가 없게 되었죠. 이것은 지금부터 앞으로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법의 영향도 없고, ESG에 대한 의무나 압박도 없는 영유아 컨텐츠 기업이 AI를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개선하려는 시도하는 모습을 바로 오늘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 지금 현재의 이야기죠. 저는 이것이 경영계 전체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어떨꺼라고 생각하십니까? 사회복지는 여전히 AI 무풍지대일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니까 AI는 도입도 어렵고, 활용이나 적용도 불가능할까요? 저는 최근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회복지분야에서도 ‘AI의 활용’과 ‘ESG 경영’의 도입에 관심을 가졌음을 감지하였습니다. 지난주 저는 AI 행동분석으로 발달장애인의 사회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인공지능으로 유형과 형태별로 수집하고, 빅데이터화 해서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후 이를 분석하여 적절한 행동 예방과 긴급상황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만 할 수 있고,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업무 분야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AI가 활용되거나, AI로 대체가 되고 있습니다. 앞서 세 번째 C 경영자처럼 비용 절감을 위해 또는 ESG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 AI를 비롯한 개발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리더가 있다면...? 그 조직의 변화는 엄청날 것입니다. 이미, 자동차도 100% 로봇으로 만들 수 있고, 한밤중에 수풀 사이로 지나가는 쥐새끼 한 마리까지 발견해내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언제까지 묵혀둘까요? 훈련받은 전문 성우의 목소리를 대체하는 AI는 여전히 사회복지와는 상관없는 아주 먼 곳에서만 활용되고 있을까요? AI와 ESG는 여전히 사회복지와 상관없이, 계속 일반 기업들에게만 적용되고 말까요? 강력한 변화가 이미 와 있습니다. 오늘 제가 만난 대표님과의 대화 이후 떠오른 지난 두 번의 대화, 그 세 번의 경험을 점이라고 치고, 그 셋을 선으로 연결해보니,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가 보입니다. ‘성우’의 자리에 ‘사회복지사’를 대입해 본다면, 어떤 ‘과정’과 ‘결과’가 예상되시는지요? 사회복지사의 미래는 어찌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