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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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발생합니다. 사회학 입장에서의 등가는, 명제 A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B라는 명제일 때 A와 B는 '등가'라고 합니다. 경제학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가치를 갖는 두 상품의 교환을 말하며 화폐로 교환된다면 상품의 가치와 가격이 일치하는 교환이 '등가교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부에서 주로 발생하는 등가에는 조직과 구성원들 간의 자원교환입니다. 조직이 보유한 자원과 구성원이 가진 자원 간의 교환이 발생합니다. 두 자원 간의 교환이 균형을 잡고 있다면 등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자원의 등가교환은 정확하게 균형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조직이 가진 자원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구성원들이 가진 자원이 또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보가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채용과 육성, 인사평가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가진 자원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조직이 스스로 보유한 자원의 양을 공개하지 않는 한 그 정보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적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정보에 의해 자원간의 균형을 잃게 됨으로 조직은 갈등하게 됩니다
오늘날 조직자원의 등가교환의 불균형에 의해 조직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조직은 여전히 자원의 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조직이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저성장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은 불확신한 미래에 대처하고자 자원의 양을 구성원에게 공급하기보다는 축적하려고 합니다. 반면 구성원들의 자원은 이전보다 많아 졌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네트워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가진 자원의 양은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그만큼 자원을 활용하려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도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 때문에 자원을 축적합니다. 어느 때는 자원의 사용을 감소시키기도 하죠. 조직자원의 등가의 불균형이라는 격차는 이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조직의 갈등이 심화됩니다.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직에서 등가가 필요한 자원에는 '가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의 교환은 자원의 등가교환에서 올 수 있는 조직갈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쩌면 가치의 교환은 자원의 교환보다도 조직에게 필요한 등가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원이라는 것은 외부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조직이 관여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가치의 교환은 내부환경의 영역에서 작동됩니다. 자원의 등가는 물질적인 것으로서 경제논리에 따르지만 가치의 등가는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리더의 메시지를 라인워커에게 전달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을 듣습니다. 반대로 라인워커들의 메시지를 리더에게 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습니다. 조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들의 고민입니다. 솔직히 중간관리자들의 입장에서는 리더의 메시지와 라인워커들의 메시지도 해석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중간지대에서 양자의 메시지를 중개하여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곤욕스럽습니다. 일은 해야되고 일을 되게 하여야 되니 어쩔 수 없이 양자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이것은 될 수도,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한다고 하지만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경험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리더가 원하는 구성원들의 피드백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답답하여 중간관리자를 찾아 하소연을 합니다.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리더가 원하는 형식과 문체로 보고를 하지만 리더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솔직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결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고뇌에 빠집니다. 리더의 의도를 해석해보려고 합니다. 옆 자리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도 역시 같은 고민중입니다. 중간관리자를 찾아가서 해석을 요청합니다. 방금 리더의 방에 불려갔던 그 중간관리자입니다
메시지가 교환이 안되니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소통으로 접근합니다. 소통은 의사소통이라고 합니다. 의사는 의견인 것이고 의견은 각자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 안통하는 것입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니 아무리 애를 써도 다른 언어가 됩니다. 말하는 톤을 부드럽게 하고 사용하는 단어를 세대의 유행어를 써보았자 가치가 상이하면 다른 의미로 전달됩니다.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서는 가치의 등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말이 통합니다. 말이 통해야 서로가 신뢰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경험한 바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다를 것임으로 가치의 등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교환이 아닙니다. 교환이란 주고 받는 것입니다. 주고받는 것은 마치 자원을 교환하는 것과도 같은 문제를 만듭니다. 상품은 가격을 매겨 교환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가진 의견이라는 것은 가격을 매길 수 없습니다. 가치는 주고 받는 상품이 아닙니다.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교환이 아니라 순환이어야 합니다. 의견이 순환되면서 각자의 언어가 아닌 모두의 언어가 만들어 집니다. 모두의 언어는 리더와 구성원들이 가진 각자의 가치에 영향을 줍니다. 이제 각자의 가치가 아니라 조직의 가치가 됩니다. 즉 자원의 등가는 교환이지만 가치의 등가는 순환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와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혁신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고 가정합시다. 이때에 리더의 혁신과 구성원의 혁신은 다른 가치입니다. 리더 입장에서의 혁신은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것이고 구성원들의 입장에서의 혁신은 권한위임입니다. 그러니 다른 언어를 쓰게 됩니다. 중간관리자의 고충이 바로 여기에서 생깁니다. 이때에 혁신에 대해 의견을 수렴합니다. 서로의 의견이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순환되게 합니다.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메시지가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의견이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서 어디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흘러가기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 물을 가두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결국 어느 큰 장소에 물들이 모이게 될 것이며 그곳이 바로 조직의 가치입니다. 조직에 모인 의견은 또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강으로 흐릅니다. 또 조직에 모입니다
자원의 등가교환은 갈수록 균형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치의 등가는 의견을 흐르게 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습니다. 단, 가치의 등가는 교환이 아닌 순환일 때 가능합니다. 의사소통을 주고받는 교환으로 이해한다면, 가장 많은 힘을 가진 사람이 의견을 많이 전달할 것임으로 등가교환을 이룰 수 없습니다. 조직이 갈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견을 순환적으로 흐르게 한다면 당신의 의견이 나의 의견이 되고 나의 의견이 당신의 의견이 되어 모두의 의견이 될 수 있습니다. 의견이 교환되지 않고 순환한다면 나의 의견이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나의 가치도 다른 사람의 가치에 의해 희석될 수 있겠죠. 우리는 흐릿해지고 희석되어야 합니다. 조직이라는 하나의 바다에 모인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명제 A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B라는 명제일 때 A와 B는 '등가'라고 합니다. 당신의 의견이라는 명제 A가 성립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은 모두의 의견이라는 B입니다. 이때 명제 A와 B는 등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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