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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고립 발견과 대응, 성산복지관 사례
사회적고립 발견과 대응, 성산복지관 사례

멀리 보면서 가까이 보기 어렵다. 섬세하면서도 무던하기, 활발하면서도 신중하기처럼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갖추기 힘들다. 지역복지 현장을 방문해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실천과 연구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천을 잘하는 곳은 결과물을 정리하여 전하는 작업에 약한 면이 있다. 반대로 문서 전달력이 높은 곳은 실천력이 그만치 못 미치는 경우를 본다. 성공사례로 알려진 현장을 방문하면 종종 경험한다. 오늘 소개할 기관은 드물게 실천력과 연구력을 겸비한 곳이다. 마포구 영구임대단지 내에 있는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지역복지팀이다. 성산복지관에서 주관한 마포구 사회적 고립 예방 프로젝트 ‘골목에서 사람을 만나다. 지난 3년의 이야기’의 내용을 공유하며 현장에서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덧붙인다.1. 주민이 주민을 발견 성산복지관은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사회적 고립 관련 활동의 핵심은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두 가지 질문에서 하나를 남겨야 한다면 단연 앞의 질문이다. 다른 사업은 발견이 중요한 화두가 아니었다. 이미 발견된 사람이나 찾아온 사람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 관련 사업을 맡게 된 실무자가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사업의 대상이 없다. 찾는 것부터가 시작되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방식이다. 모집으로 시작하는 다른 사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또한, 사회적 고립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은 명확한 문제의식과 대상 세분화로 사업을 계획했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맞벌이 부부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회적 고립은 개념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논문과 자료를 찾아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개념 정의가 되지 않으니 시간이 갈수록 부담만 더해지고 시작은 자꾸만 미뤄진다. 성산복지관의 답은 ‘실행’이었다. 물론 고민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민에 그치지 않고 실행하면서 답을 찾았다. 직원들이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물을 지역주민과 나눴다. 주민이 건넨 힌트를 가지고 다시 직원들이 고민했고 고민의 결과물을 다시 주민에게로 가져가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단어가 ‘발견’이다. 보통 사회적 고립 가구 뒤에 나오는 익숙한 단어는 ‘발굴’이다. 사각지대 발굴처럼 말이다. 발견과 발굴이 무슨 큰 차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언어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발견’의 사전적 의미는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내는 것이다. ‘발굴’은 유적발굴과 신인발굴처럼 뛰어난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왜 ‘발견’이란 단어가 중요한지 사전적 정의만 봐도 알게 된다. 사회적 고립에 처한 사람은 발견의 대상이지 발굴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없는 것을 땅을 파서 찾는 게 아니라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던 것을 찾는 것이다. 또한, 발굴과 발견의 중요한 차이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발굴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발견은 주민의 몫이다. 사회적 고립의 시작점을 ‘발견’으로 잡으니 주체가 외부전문가가 아닌 주민이 된다. 성산복지관이 발견을 주민과 함께, 주민 중심으로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성산복지관은 이것을 ‘당사자 주민조직’이 ‘더 당사자 주민’을 찾는 것으로 기술했다. 발견의 핵심을 요약한 표현이다. 아직도 시작점으로 고민이 된다면, 없는 것을 발굴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굴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주민이 일상에서 더 당사자인 주민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성산복지관의 답이다.2. 작은 성공의 경험 성산복지관은 주민이 주민을 찾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홍보지를 만들어 주민이 직접 주민에게 전달했다. 복지관 실무자에게는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처음 시도하는 주민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참여한 주민은 기대보다는 걱정과 염려의 마음으로 홍보와 발견에 나섰다. 그런데 주민들의 걱정과 달리 이웃들이 관심을 가졌고 취지를 이해해주었다. 이웃의 응원을 받은 주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할 수 있었다.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유형의 자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형의 자원만큼 중요한 것이 무형의 자원이다. 주민들이 처음 시도하여 얻은 자신감 같은 것 말이다. 작은 성공을 경험한 주민은 이후의 활동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 고립을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부터 이러한 높은 목표로만 시작한다면 쉽사리 지치고 오히려 실패의 경험만 쌓인다. 원대한 목표도 이렇게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야 닿을 수 있다. 사회적 고립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고립을 해소하고 죽음의 문턱에 놓인 이웃을 구한다는 절박한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도하자. 그리고 그 일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자. 주민과 실무자 모두에게 필요한 에너지원이다.3. 기존의 사업을 활용 성산복지관은 자치구에서 실시하는 사회적 고립가구 전수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복지 분야와 관련해서 꼭 언급되는 것이 사각지대와 중복수혜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분야 정부지출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아직 중복을 논할 단계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중복’의 문제가 나오는 것은 실질적인 자원의 중복보다는 대상의 중복과 칸막이 행정, 공유되지 않는 정보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문제는 심각하다. 비단 공공과 민간의 정보 공유만이 아니라 민간과 민간의 정보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유사한 사업, 유사한 대상, 유사한 기능이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실행된다. 성산복지관은 지역의 정보에 민감했다. 공공의 지역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공공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또한, 성산복지관은 외부 협력만이 아니라 기존의 내부사업도 연계했다. ‘노노케어’ 사업이다. 노노케어의 어르신들은 누구보다 많은 지역사회 정보를 가지고 있다. 성산복지관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사업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참여 어르신을 활용하여 사회적 고립 발견에 나선 것이다. 사회적 고립은 기존의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관점의 전환과 새로운 방식의 실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성상복지관의 사례처럼 기존의 사업, 인력, 네트워크에서 시작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되, 실행은 기존의 사업부터 적용해 나가는 방식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행하라는 격언처럼 말이다. 실제로 성산복지관은 ‘노노케어’를 매개로 2018년 10월에서 2019년 사이에 총 3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188명 방문했고, 49명을 새롭게 연결하였다. 아무리 열정이 넘치는 사회복지사가 가가호호를 방문해도 얻기 어려운 성과이다. 기존의 사업을 활용하여 주민이 주민을 만난 결과이다.4. 주민의 밭 위에 자원과 프로그램 더하기 밭이 없는데 씨앗과 물을 준비하고 있으면 어리석은 일이다. 밭이 먼저다. 외부자원을 획득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이 이와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사의 머리에서 사업이 시작되고 프로포절을 통해 외부자원을 획득한다. 계획에 맞춰 그때부터 사람을 모으고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계획된 시간과 자원만큼만 실행하고 평가와 결과 보고로 사업을 마무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아무리 주민 참여와 주체성을 말해도 한계가 있다. 사회복지사의 문제의식과 필요에서 출발하여 계획수립과 실행의 주체가 실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표현을 써도 주민은 프로그램의 참석자가 되고, 심하면 계획 마무리를 위한 수단이 된다. 성산복지관도 외부 공모로 자원을 개발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서 필요한 자원을 공모의 방식으로 충당했다. 프로포절을 위해 사업을 계획하고 사람을 모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주민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내용이 계획이 되었다. 홍보와 모집,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 없었다는 말이다. 보조금이 제한적이고 후원문화도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프로포절을 통한 자원획득은 필요하다. 다만 성산복지관의 사례처럼 순서가 바뀌지는 않아야 하겠다. 프로포절로 자원을 확보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있는 사업에 프로포절로 자원을 추가하는 것이다.5. 실무자의 3가지 제안 발표를 마치고 자유발언 시간에 성산복지관의 조지혜 과장이 강조한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섬세한 전략의 수립이다. 섬세하다는 말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주체가 주민과 현장이 되어야 한다. 복지관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전략이 아니다. 성공적인 사업성과를 얻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조지혜 과장은 주민과 지역사회를 한 번 더 치밀하게 고민하기를 제안했다. 둘째, 주민 모임과 프로그램부터 함부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말한 주민과 지역사회 중심의 치밀한 전략 없이 우선 주민을 모으고, 프로그램을 돌려 보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사업의 주체를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고, 어쩌면 사업의 주체를 잃어버리는 위험한 시도가 될지도 모른다. 셋째, 동 주민센터와의 관계 정립이다. 사회적 고립 관련 사업은 동 주민센터와 접점이 발생한다.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이슈로 공공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과제이다. 동일한 과제로 고민하기 때문에 협력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협력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협력을 압도할 전문성은 기본이고, 주고받는 협력의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한다. 잘못하면 협력이 아닌 공공의 대행자 역할에 그친다.  성산복지관의 사회적 고립 공유회를 마치면서 ‘태도와 실력’이라는 역량의 두 가지 요소를 다시금 생각한다. 사람을 아끼지 않는 의료는 단순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위험한 기술이 되기도 한다. 기술은 반드시 바른 태도의 밭에서 실행되어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사회적 고립도 마찬가지다. 자원과 방법에 앞서서 주민과 지역사회 중심의 바른 태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좋은 밭 위에 잘 심고 가꾸는 실력이 더해져야 한다. 주민을 만나고, 주민의 의견을 끌어내고, 주민이 말하게 하고, 주민이 움직이게 하고, 주민이 주민을 찾게 하는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성산복지관의 2019년 공유회에서 사업에 참가한 주민의 발표가 있었다. 주민은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문구로 참여 소감을 말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주민 000 님'이라는 자막이 없었다면, 사업 실무자의 발표로 알았을 정도로 참여 소감 정도만을 말하는 기존의 주민발표와는 차원이 달랐다. 주민 중심의 바른 태도 위에 주민이 중심이 되는 기술이 더해진 결과다. 주민의 말대로 사회적 고립의 실무자인 나는,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어느 정도 절감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사회적 고립 성과지표보다 더욱 중요한 점검 사항이다.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렵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지혜 과장의 조언대로 함부로 주민을 모아서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기 전에 지역에 나가서 주민을 만나자. 그리고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해 생각하자. 만나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만나고, 주민과 지역 중심의 치밀한 전략이 세워질 때까지 되풀이해서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참여주민의 고백이 우리의 좌표가 될 것이다. 사회적 고립 대응의 흔들리지 않는 비전이다.

【슈퍼비전113th】슈퍼비전에 대한 이해(자가진단)
【슈퍼비전113th】슈퍼비전에 대한 이해(자가진단)

  지난 2회기를 거쳐 사회복지 슈퍼비전의 기본원칙과 원리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슈퍼비전의 기본을 확고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기진단 체크리스트를 9문항을 준비했습니다. 이 문항들은 그동안 실천현장 교육을 하면서 많은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먼저 문항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O, X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이후 각 문항에 대한 설명을 확인해보세요! *이전 칼럼(2021.3.30. 슈퍼비전의 5원칙/2021.4.28 슈퍼비전의 5원리)을 먼저 읽어보세요.[1] 슈퍼비전은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X)  슈퍼비전의 원칙1에서 알아봤듯이, 슈퍼비전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하는 조직 차원의 정책입니다.  실제로 일부 실천현장에서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 각각 희망자를 모집하여 진행하는 때도 있는데 그 이유는 동기가 높아야 슈퍼비전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몇몇 직원들만 역량이 향상되는 것으로 조직의 역량이 높아질수 있을까요? 슈퍼비전 필요성에 대한 전 직원의 인식화 작업이 조직에서 준비해야 할 첫 번째 과업입니다.  [2] 가급적 슈퍼바이지가 원하는 슈퍼바이저를 매칭하도록 한다. (X)  이 역시 지난번 슈퍼비전의 두 번째 원칙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슈퍼비전이 실천에 대한 공동책임과 슈퍼바이지의 직무역량 향상을 목표로 하므로 슈퍼바이지의 직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소속팀장이 슈퍼바이저가 되어야겠죠. 직무특성이 상관없다 하더라도 팀장 간의 비교, 슈퍼바이저의 업무 과중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고요. 슈퍼비전을 멘토링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3] 슈퍼바이지도 어떤 분야에 능력이 있다면 슈퍼바이저에게 슈퍼비전을 줄 수 있다. (X)[4]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가 서로 슈퍼비전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다. (X)   현장에서 교육할 때 조사해보면 ‘슈퍼비전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다’라고 응답하는 실천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심지어 슈퍼바이저들조차도요. 바로 직전의 칼럼이 기억나시나요?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는 공동의 성과를 위해 함께 참여하고 책임을 지지만, 슈퍼비전 책임의 주체는 슈퍼바이저로 슈퍼바이저만 슈퍼비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5] 슈퍼비전은 슈퍼바이지의 직무수행 점검을 우선으로 한다. (O)   슈퍼비전의 목표와 사회복지실천의 목표는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실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슈퍼비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고 이 때 가장 중요한 도구는 실천인력 즉, 실천가 자신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실천가들의 역량이 좋아지면 그들이 수행하는 실천의 질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또한, 슈퍼비전은 사회복지기관의 윤리성 및 책무성과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죠. 따라서 슈퍼비전은 슈퍼바이지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직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여 적절한 슈퍼비전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를테면, 슈퍼바이지의 역량이 부족해서라면 교육적 슈퍼비전으로, 직무 스트레스나 소진과 관련된다면 지지적 슈퍼비전으로, 자원결핍이나 협조의 어려움이 발생했다면 중재적 슈퍼비전 등으로 계획할 수 있겠죠.  [6] 슈퍼비전은 슈퍼바이지의 개인적 성장과 어려움에 집중해야 한다. (X)   개인적 성장과 어려움을 일체 다루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재 직무수행이 우선이라는 것이죠. 슈퍼비전에서 개인적 성장과 개인적 어려움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찬반 의견과 함께 다양한 이슈가 있습니다.   어떤 기관에서는 슈퍼비전에서 직무 이외에 개인적인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지침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더군요. 개인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로 다룰 것인가와 우선순위라는 두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죠. 슈퍼비전 본연의 목적을 고려하여, 직무수행과의 관련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개인적 성장과 어려움이 직무수행을 방해한다면 슈퍼비전에서 다뤄야 할 것이고, 그 어려움이 심각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라면 우선하거나 일시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개인상담이나 심리치료 등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7] 슈퍼바이지가 요청하는 내용에 한하여 슈퍼비전을 주는 것이 좋다. (X) [8] 슈퍼바이지가 원하지 않으면 슈퍼비전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X)   슈퍼비전은 슈퍼바이저의 주요 직무이자 윤리적 책임입니다. 슈퍼바이지가 원하지 않아도 실천의 질을 위해서 슈퍼비전을 주어야 하며, 슈퍼바이지가 요청한 내용과 함께 슈퍼바이저가 필요하다고 파악한 것도 포함해야 합니다. 슈퍼바이저에게는 ‘전문가 부모’라는 애칭이 있습니다. 슈퍼바이지는 슈퍼바이저보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본인에게 요구되는 실천역량을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직무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두려워서 슈퍼비전을 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죠. 슈퍼비전이 조직의 정책으로 채택되었다면 슈퍼바이지가 원치 않아도 시행되어야 하며, 슈퍼바이저는 늘 관찰하면서 슈퍼바이지에게 필요한 슈퍼비전을 찾아서 제공하세요. 모든 슈퍼비전은 좋은 관계형성을 토대로 해야 함을 기억하면서요.  [9] 제공된 슈퍼비전의 적용 여부는 슈퍼바이지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 (X)   슈퍼비전은 자문이나 멘토링과는 달리 엄격성과 통제성을 지닙니다. 먼저 슈퍼비전과 자문의 다른 점을 생각해볼까요?  자문은 조언을 듣고 참조하기 위한 것으로 요청자가 자문 내용을 수용할지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덜 직접적이고 덜 통제적입니다. 한편, 슈퍼비전은 클라이언트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조직의 책무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가 상호작용을 하죠. 즉, 슈퍼비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가 합의했다는 의미이기에 슈퍼바이지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슈퍼바이지가 잘 적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슈퍼바이저의 의무이고요. 이때 슈퍼비전의 내용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다시 슈퍼바이저와 슈퍼바이지가 만나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가진단을 통해서 슈퍼비전에 대한 이해가 더 명료해졌나요? 사회복지 슈퍼비전은 사회복지실천과 마찬가지로 science이면서 art라고 생각합니다. 슈퍼비전의 기본을 토대로, 슈퍼바이저만의 그리고 우리 조직만의 고유한 슈퍼비전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

공유복지플랫폼(WISH)이 문을 열고, 그때부터 꾸준히 복지관 사회사업 이야기를 써왔습니다.주로 사례관리 업무, 지역복지 실천, 사회사업 글쓰기. 세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제안했습니다.이런 실천 제안이 여전히 '이상적'이라 여기기도 합니다.고맙게도 동료 사회사업가들의 여러 실천 사례가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좋은 증인과 증거가 있으니 말에 힘이 실립니다.세 주제 가운데, 적어도 복지관 현장에서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 세 가지가 있습니다.① 오래 맡아 일하지 못하는 상황복지관 현장에서는 어느 팀에서 일하든지 대체로 그 일을 3년 이상 맡기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3년 이상 지속하는 사업도 찾기 어렵습니다. 오래 이어진다고 해도 처음 의도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어느 통계에서는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근속 기간이 1년 반, 어디에서는 3년이라고 합니다. 길어야 3년 일하고 이직한다는 말입니다. (대체로 복지관은) 그만두는 이유가 보수는 아닙니다. 뜻있게 일하지 못하는 현장에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어려워서,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더욱 공유복지플랫폼에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일하며 얻는 재미와 감동이 다른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줍니다.그만두지 않아도 요즘은 기관 안에서, 혹은 법인 안에서 인사이동이 있어 한 가지 업무를 3년 이상 맡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건·명’ 따위 실적이 넉넉하고 평가를 잘 받는다고 해도 자꾸 사회복지사들이 떠나가고, 매번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과 또다시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입니다. 좋은 사업은 좋은 사람에게 나옵니다. 특히 사례관리 업무는 사람 사이 관계가 중요한 일인데, 관계를 맺을 시간도 없이 자꾸 사람이 들고 나는 현실이야말로 변화와 성장을 더디게 합니다.꾸준히 실천하며 경험이 쌓이지 않는 상황, 이것이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입니다.② 혼자 다하려는 어리석음복지관 외부 평가는 여전히 정량 평가입니다. 몇 건, 몇 회를 묻는 방식입니다. 새롭게 찾아 나선 가정 몇 건, 상담 몇 건, 사례회의 몇 건, 서비스 의뢰나 연계 몇 건… 이런 사업 진행 방식이 뜻있는 실천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이런 평가 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으나, 이를 사회복지사 혼자 감당하려고 하니 어렵고 힘이 듭니다.사회복지사답게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이루니 수월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니 ‘건·명’ 따위는 어렵지 않게 이룰뿐더러, 당사자가 사례관리 업무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묻는 외부 평가 기준에도 들어맞습니다. ‘외부 평가’는 대체로 우리 실천이 진정 당사자에게 유익했는지를 살피는 평가 기관 나름의 방법입니다. 복지관 현장에서는 평가 기관이 여럿입니다. 특정 기관의 평가 방식만을 쫓다가 또 다른 평가 기관이 무언가 요구하면, 그때는 허둥댑니다. 다른 기관도 역시 당사자를 잘 도왔는지 나름의 방식으로 묻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일 년 내내 평가에 끌려다니다 끝납니다. 평가 기관 요구에 맞추다 시간 다 보냅니다.사회사업가로서 마땅함을 좇아 일하면 편안합니다. 마땅한 사람살이에 뜻을 두고 일했으니, 평가 기관의 요구에 그때그때 적절하게 답하면 됩니다. 대체로 그 요구라는 게 사람 사는 이치를 벗어나지 않으니 마땅함을 좇아 일한 결과로 답하기 충분합니다.이런 방식이야말로 지금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현실 책’입니다. 또한, 상황을 바꾸는 ‘근본책’입니다. 실적을 사회복지사 혼자 다 채우려고 힘쓰는 어리석은 상황, 이것이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입니다.③ ‘사회복지사다움’의 상실실적과 평가의 압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큰 문제가 아닐지 모릅니다. 실적이 잘 나오고 평가를 잘 받아도 내가 사람을 뜻있게 도왔는지, 그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일했는지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외부 평가’는 낮은 수준의 목표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이렇게 이루는 게 마땅하니 이 길을 택할 뿐입니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중심에 두는 실천은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빛나게 합니다. 사회복지사 역시 이런 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로 보람을 느낍니다. 그 힘으로 나아갑니다. ‘아, 이래야 사람이지! 이런 게 사람 사는 동네지!’ 하며 감동합니다. 그런 감동이 그다음 사람을 더 잘 만나려는 마음을 품게 합니다. 우리를 뜨겁게 하고 그 열정으로 당사자의 삶 터와 지역사회를 열심히 다니게 합니다. 이런 경험을 맛본 사회복지사는 쉽게 소진되지 않습니다. 정처 없고 난데없는 실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향하는지, 어떻게 돕는 게 잘 돕는 일인지, 이런 질문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는 상황, 이것이 사례관리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진짜 이유’입니다.

내가 만드는 평가도구(7) : 단일문항척도(SIS)
내가 만드는 평가도구(7) : 단일문항척도(SIS)

도구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우리가 목격한 수많은 검사도구들은 수십 개의 복수문항으로 구성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도구는 인지나 정서적으로 제약에 놓은 사람들, 특히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 발달장애인, 노인에게 활용하는 데 한계가 많다. 단일문항척도는 이러한 클라이언트를 위해 개발된 척도로서 오직 한 문항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한 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이므로 개발할 때 다음에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문항에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문항의 내용이 프로그램 성과목표와 일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 이렇게 한 문항으로 수집된 자료는 분석하는데 너무 빈약하지 않을까? 그렇다. 따라서 한 번의 측정으로 평가할 수 없고 여러 번 측정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마치 10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를 1번만 사용하듯이, 단일문항척도는 1개의 문항으로 10회 이상 측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점수의 총점이나 평균값으로 성과를 확인한다.   이 도구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간편하다.○ 인지적 제약이 있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클라이언트에게 적합하다.   이 도구를 사용할 때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최소 5회 이상(권장 10회 이상) 동일인에게 반복측정을 해야 한다.○ 한글을 모르는 유아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스마일 척도(웃는 얼굴, 우는 얼굴) 이미지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다음은 실제 어느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서 개발하신 단일문항척도(SIS)이다.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내가 만드는 평가도구(5) : 목표달성척도(GAS)
내가 만드는 평가도구(5) : 목표달성척도(GAS)

개인에게 최적화된 도구가 필요하다. 만족도 척도나 심리척도 등의 평가도구는 집단 프로그램 평가장면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이들 척도는 사례관리사업, 개별상담프로그램과 같이 개인에 대해 개입을 하는 장면에서는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다. 집단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 수만큼 측정치를 확보해서 평균을 계산하면 되는데, 개별 프로그램에서는 한 개인에게 여러 번의 반복측정을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그러나 1~2회 정도의 측정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도구가 있다. 바로 목표달성척도(GAS, Goal attainment scale)이다.   이 도구는 개인과 심층상담을 통해 개인별 변화 목표를 수립한 후 ? 2점, -1점, 0점, +1점, +2점의 척도 범위 안에서 변화내용을 정의한 후 개입 전후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 도구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오직 한 명의 클라이언트에게 최적화된 도구이다.○ 사례관리사업 혹은 개별상담사업에 활용 가능한 양적 평가도구이다.○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개발과정 자체가 훌륭한 개입과정이 된다.   이 도구를 활용할 때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점수별 척도 기준이 세심히 작성되어야 한다.○ 성과영역을 최대 5개까지 만들 수 있다.○ 개입 전과 개입 후의 평균 점수로 성과를 판단하면 된다.     다음은 실제 어느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개발하신 목표달성척도(GAS)이다.

선별주의 다시 보기
선별주의 다시 보기

[사회보장의 원리 #2.] 선별주의 다시 보기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복지논쟁 중에 보편주의(universalism)와 선별주의(selectivism) 논쟁이 있다. 보편주의적 사회보장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고, 그 대의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필자의 생각도 그러하다. 그러나 선별주의를 보편주의와 대립하는 그 어떤 것, 나아가 반복지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에 대해서는 우려가 매우 크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의 조화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가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보자. 선별주의는 사회적 위험에 빠지고 질병, 장애 등으로 특정 욕구(needs)를 갖게 된 사람 중에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자만을 복지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뜻한다. ‘제한된 멤버십’(restricted membership)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조합주의에 기반을 둔 의료보험을 들 수 있다. 예전에 한국의 건강보험은 직장과 지역별로 의료보험조합이 나누어져 있었다. 삼성전자 의료보험조합, 서대문구 의료보험조합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제한된 멤버십 개념 아래에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가 반드시 대립적 관계만은 아니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때, 조합주의 방식을 통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이루었다. 적용대상은 조합별로 선별하여 나누되,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선별주의가 보편주의의 이상과 충돌하는 경우는, 국가가 특정 복지 욕구를 지닌 사람 중에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취약계층만을 급여의 대상으로 삼을 때이다. 이를 잔여주의(residualism)라 부른다. 잔여주의 복지국가에서 중산층은 시장에서 복지를 구매하고, 국가는 저소득 취약계층만을 복지의 대상으로 삼는다. 빈자에 대한 복지 급여는 높지 않고 국민최저선(National Minimum)에 머문다. 선별주의가 잔여주의와 동일시되는 경우,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는 서로 화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논쟁이 되면서, 한국에서 선별주의는 안타깝게도 보편주의와 대치하는 잔여주의적 개념으로 협소하게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선별주의를 원뜻대로 제한된 멤버십으로 정의 내리게 되면 제도 설계에 따라 얼마든지 보편주의와 화해를 할 수 있다. [선별주의+선별주의=체제 수준의 보편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 스웨덴의 1999년 연금개혁의 예를 보자. 스웨덴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왔다. 보편주의 복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오르고 기초연금만으로는 중산층의 노후소득보장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1959년에 독일처럼 소득비례형 공적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소득비례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액수가 얼마 안 되는 저소득 노인들을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인상은 더디었다. 중산층을 포함해 전체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니, 그 재정 소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모든 노인이 공적 연금을 받지만, 보편주의적인 기초연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저소득 노인은 거의 모두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 따라서 1999년에 보편주의적 기초연금을 폐지한 후, 선별주의적인 기초보장연금(Guarantee Pension)으로 전환하였다. 소득비례연금액이 기초보장선을 넘는 중산층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을 주지 않았다. 여기서 아낀 재정을 기초선 이하의 노인에게 쏟아부었다. 저소득 노인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최대 2배까지 올렸다. 역설적이지만, 프로그램 수준에서 보편주의 기초연금을 포기함으로써, 체제 수준에서는 급여의 적절성까지 보장되는 보편적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선별주의의 기초보장연금과 선별적 소득비례연금이 모여 누구도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노후소득보장제도를 만든 것이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 최고로 높다. 전체 노인의 35%가 빈곤선 이하다. 그런데도 기초연금을 재산과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전체의 70% 노인에게 지급한다. 100% 노인은 아니니 보편주의라 할 수는 없지만, 준 보편주의라 칭할 수 있겠다. 그런데 기초연금액은 1인 가구 생계 급여의 절반 정도인 30만 원이다. 저소득 노인들이 모두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데도 빈곤선 이하 노인들이 많은 이유다. 프로그램 수준에서 보편주의를 고집하기보다는, 체제 수준에서 실질적인 보편주의를 구현할 수 있게, 필요하다면 과감히 선별주의를 수용하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필요한 때이다.

계약의 힘_조직의 자기결정권_첫 번째
계약의 힘_조직의 자기결정권_첫 번째

조직이 자발적이고 스스로 변경 가능하고 자유와 평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는 힘의 중심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어야 건강하기 때문이다. 계약의 당사자는 조직과 구성원이어야 하나, 외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당사자는 구성원이 될 수 없다. 그러하니 조직은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자유와 평등을 누리지 못하는 정의롭지 않은 조직은 전문가 주의에 의해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주의(professionalism)란 전문가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는 순기능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 반대의 이면에서는 부당하게 권력화되는 전문가들의 독점 권위를 말한다. 전문가들이란 인간의 욕구를 정의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 등의 자원을 배분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그것이 욕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마땅히 인정받아야겠지만, 전문가 집단의 생존을 위한 것만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변질된 권력이다. 그리고 이 권력은 욕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순종을 요구한다.   이제 아이들은 집에서 낳을 수 없다. 싫든 좋든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에 의한 출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죽음도 이제 집에서는 안 된다. 병원에 가서 의사의 사망선고를 받아야 죽음이 인정된다. 원하지 않는 과목이라도 학교라는 집단에서 주어지는 과목을 배워야 하고 교사가 주는 지식을 받아야 한다. 만약 거부한다면 부적응자가 되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 틀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의 아이들은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고 저학력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회계약에서의 법이란 무엇인가? 개인과 국가권력의 계약 안에서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법에서 규정된 서로의 약속이 지켜질 때 개인은 사회의 위험과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이 법이, 사회의 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집단의 생존과 권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변질된다면 이것이 바로 전문가 주의이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관료화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주고, 그것을 채울 수 있도록 승인해주거나 조건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면서 전문성을 발휘한다.   관료들은 수많은 법과 지침의 해석과 적용, 그리고 재량권이라는 권력을 사용한다. 시민들은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관료들의 진단에 따라야 하고 요구조건을 채워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일례로 자신의 집에 조그마한 비닐하우스 정원을 짓는 다거나 창고나 원두막을 마련하는 것도 건축법에 따라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사회는 관료화되어 간다. 관료화란 해결이 늦어지거나 관행적이거나 하는 것이 아닌, 공권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권력이 커지는 이유는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며 집행의 결정은 공권력의 해석에 따른다. 시민들이 사회계약의 법 아래서 자유롭고 평등하기 위해서는 관료의 결정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관료화가 만들어내는 자유와 평등의 억압이며 전문가 주의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은 전문가들에게 양도되고 만다. 자유와 평등의 억압도 풍족한 자본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자본의 소유 정도에 따라 의사와 교사가 집에 갈 수도 있고 욕구에 따라 자신이 그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병원이나 학교를 필요로 선택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없다. 우리의 소유 정도에 따라 자본에 선택당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본의 차이에 의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채워주면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더는 조직이, 노무사 없이는 노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져 있다. 변호사 없이는 조직 스스로를 변론하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를 변호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무면허 행위이다. 그러한 우리들의 자기변론 행위가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최소한 그들의 도장이라도 받아가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전문화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에 부당한 권력화인 전문가 주의에서는 그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기술권력을 사용한다. 의사, 교사, 변호사 등의 전문가집단은 어려운 단어와 한자, 전문용어 등으로 기술을 포장한다. 그리고 관련 법령 속에 사람들의 필요에 대한 기준을 규정하고 해석과 적용의 방법을 기술함으로써 개인이나 다른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한다. 그리고 그들의 기술과 법에 적용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환자 또는 문맹자, 피의자로 규정함으로써 전문가집단과의 관계를 종속적 관계로 설정하여 버린다. 정치인들은 또 다른 전문가주의이다. 그들은 입법이라는 힘이 있는 집단이다. 그들은 다수의 논리 안에 민의를 수렴하여 법을 다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 뜻이라고 해서 그 힘은 정당한 것일까? 혹은 다수가 아니어도 그들을 움직이는 소수권력에 의해 법을 움직이는 것이 정당할까? 그들의 입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반이익이 아니다. 단지, 소수의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나 다수의 힘에 의한 특수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권력의 연장이 중요한 그들의 선택은 표를 얻기 위함이지 결코 민의가 아니다. 그들이 결정한 특수이익은 오직 그들 집단 만을 위한 것이며 그렇게 공고히 다져진 권력에 의해 전문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정치가 민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그들의 권력에 복종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지시와 명령, 그리고 요구조건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법이다. 법의 해석과 적용은 오로지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지배계급으로 전락한다.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개인은 자유와 평등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점점 더 전문가 주의에 의한 관료화는 조직의 힘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 의지하게 하여 버린다. 외부의 힘과 조직을 연결하는 지점이 조직의 사용주와 상층부의 소수 권력이다. 그가 내외부의 가교역할을 한다. 조직의 사용주는 법에 따라 서서히 지배 권력을 확보한다. 그 만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다. 새로운 신분제가 형성된다. 계약의 힘_조직의 자기결정권은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