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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가 후회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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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가 없다는 건 완전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사람이 완전하지 않다는 건 어제 하루만 돌아봐도 인정하게 됩니다. 내일이라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후회는 피하지 못합니다. 스키, 자전거, 인라인을 처음 배우면 잘 타는 것보다 잘 넘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넘어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넘어지지 않고는 배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안 넘어지려고 하다가 더 큰 상처를 입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것보다 잘 후회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선 후회하지 않는 삶의 허상을 버려야 합니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너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자신에게 너무 과한 기대를 하지는 않는지, 기대를 넘어서 자신을 모질게 하는 것은 아닌지, 타인에게 베푸는 관용의 반의반이라도 자신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고서 자신을 학대하면 곤란합니다.


해 본 후회와 해보지 않은 후회가 있습니다. 결국은 후회합니다. 그러나 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큽니다. 후회의 세기도 강하고 해보지 않은 후회에는 미련이 더해져서 더 무겁고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선택하기 전에 무엇이 더 큰 이익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더 큰 손해를 생각하면 답이 있습니다. 해보지 않은 후회의 손해가 큽니다.


후회는 과거의 감정입니다. 미래를 후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래는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합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지금에 충실하면 후회가 덜 합니다. 아직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충실하면 걱정이 덜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후회가 많다는 건 과거에 묶여 있다는 뜻이 됩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의 삶에 적용하는 건 성숙한 자세입니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과거를 성찰해야지 과거에 묶여서는 안 됩니다. 역사에서 배워야지 역사 속에 갇혀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성찰이 추상적으로 들리면 분석이란 단어를 쓰면 좋겠습니다. 후회의 과거를 분석해야 합니다. 잘한 것과 잘 못 한 것을, 내 책임과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현상과 본질을 구분해야 합니다. 분석했다면 지금 현실에 적용해야 합니다. 잘못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내 책임으로 떠안지 않고, 현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걷는 것도 힘겨워 보이던 아이가 힘차게 뛰어가는 것처럼 후회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디딤돌이 됩니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는 없노라고



가수 신해철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랫말입니다. 요즘 사회복지를 후회한다는 소리가 종종 들립니다. 과거에는 힘들면 이직했었는데 이제는 사회복지를 아예 그만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사회복지를 계속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그러나 후회하면서 사회복지를 계속하거나 후회로 사회복지를 그만두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회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과거가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을 수도 있고 지금 주위 환경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의 지난 실천이 후회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지나간 세월에 후회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되새기면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후회가 없을 수는 없지만 후회하면서 사는 것과 후회하지 않으려 묻고 애쓰는 삶은 다릅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에 충실하게 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후회하는 여러분은 잘 못 살아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성숙한 질문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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