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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비전 수립의 변화1. 관행의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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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비전 수립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왜 미션 비전을 수립하는지? 미션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이 효과적인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그동안 미션 비전을 어떻게 수립했고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를 돌아봅니다.


첫째, 미션 비전 수립의 부정적 경험입니다.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도 막상 실행하면 어려운 게 일입니다. 그런데 나쁜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면요? 미션 비전 수립 시기가 다가오면 마음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요? 설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답답합니다. 미션 비전을 수립했던 고된 경험이 떠 오르고 무엇보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미션 비전이 실천에 그다지 연결되지 않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새로운 실천을 시작하거나 길을 잃었을 때 떠올려야 하는 미션과 비전이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미션 비전 수립 과정이 관행적으로 반복됩니다. 자료를 모으고 키워드를 뽑고 문구를 만들고 선포식을 하고 일련의 과정이 똑같이 되풀이됩니다. 좋은 것도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흥미가 사라지는 데 부정적 경험이 반복되니 힘이 날 리가 없습니다. 환경과 역량을 분석해서 방향을 설정하는 SWOT 분석마저도 관행이 됩니다. SWOT 분석을 연습하는 곳이 아닌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이 도구에 써버립니다. 그마저도 분석을 위한 자료 모으기에 힘을 쏟고 정작 분석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분석 결과가 미션 비전에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분석 따로 방향 수립 따로입니다.


셋째,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10년은 넘어야 중장기란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지금은 삼 년 후 아니 일 년 후도 예측이 어렵습니다. 예측이 어려운데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수록 기준이 되는 계획이 있어야 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몇 줄의 미션 비전 문구는 절대로 아닙니다. 환경 변화에 맞춰서 미션 비전을 수립해야 하는데 적당히 세운 미션 비전에 환경을 맞추는 꼴이 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미션 비전이 아닙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됩니다.


미션 비전을 수립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니 본질이고 뭐고 살아남자는 말도 아닙니다. 이럴 때일수록 수단에 집중하지 말고 본질을 찾아야 합니다. 미션 비전은 있어야 하나요? 있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해 왔고 때가 됐으니 무작정 시작하지 말고 생각해 봅시다. 미션 비전은 환경이 변하니까 필요합니다. 환경 변화가 없다면 미션 비전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션 비전은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서 필요합니다. 한 곳을 보면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사람들의 기질과 성격,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각자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생각과 편한 방식으로 실행한다면 조직은 무너집니다. 힘을 모을 수 없고 성과를 얻지 못합니다.


환경이 변하고 사람이 다르다는 두 가지 요인에 집중하면 대응도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먼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죠. 날씨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40년 만의 폭염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습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합니다. 그런데 폭염 예방 대책에 잘 대비하자는 형용사와 의지만 나열되어 있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획입니다. 폭염 예방 대책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인 내용이란 결국 자원 투입을 말합니다.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예방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기관의 미션 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션 비전에도 실질적인 투입 자원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션 비전에 현란한 형용사만 나열되어 있으면 곤란합니다. 철저한 현실인식에서 참된 긍정이 나옵니다.


다음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양성이 곧 인적 자원입니다. 미션 비전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로 만드는 작업으로 생각하면 큰 오해입니다. 그건 전체주의이고 비민주적 사회의 모습입니다. 다양하나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 미션 비전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양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약점을 찾아내지 말고 다양한 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양적시대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해야 하는 질적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환경 분석도 미약하지만 그래도 역량분석에 비하면 나은 편입니다. 문제를 찾으라면 단숨에 한 페이지라도 채우는 데 장점을 찾으라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복지기관의 물적 자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데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후원문화가 부족하고 사회적 자본이 열악합니다. 그렇다면 인적자원이 남았습니다. 이전처럼 인적자원을 희생시켜 모자란 것을 채우면 안 되지만 있는 자원이라도 충분히 써야 합니다. 미션 비전 수립과정에서 구성원의 장점에 주목하면 분위기가 쇄신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만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션 비전 수립 과정의 개선을 위해서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첫째, 미션 비전 문구 만들기의 집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공식화시키는 작업은 일의 마무리입니다. 마무리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성급하게 마무리를 짓거나 마무리만 생각해서는 미션 비전의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장의 미션 비전은 문구로 수렴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미션 비전이 문구로 정리되는 것이지 문구를 만들려고 미션 비전이 있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지역공동체인가 주민공동체인가, 지원인가 지지인가? 물론 단어에 담겨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고 무엇을 사용할지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도를 벗어나면 곤란합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문구에 쏟으면 미션 비전은 카피라이터 훈련장이 됩니다.


둘째, 미션 비전을 매번 다르고 참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환경과 사람이 달라지니 미션 비전도 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복지현장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재원이 안전을 지향하고 투명성이 높은 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예산을 늘리거나 인원을 마음대로 충원하지 못합니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는데 미션 비전의 변화 폭만 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매번 참신한 문구로,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존재 이유가 되는 미션은 큰 폭의 변화가 오히려 이상합니다. 비전 정도만 구체적인 목표로 수정하면 충분합니다.


셋째,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이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장 심한 형태가 군사 독재였습니다. 리더의 말이 법이 되던 시대였습니다. 1986년 6월 항쟁으로 군사 독재가 끝나면서 한국 사회에도 민주화가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상향식으로 바꾸는 흐름이 급격히 생겼습니다. 미션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상향식 의사결정 방법이 도입되었습니다. 반갑고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하향식 의사결정이 절대 악이고 상향식만이 절대 선은 아니란 말입니다. 특히 미션 비전 수립에는 리더의 경험과 의지가 중요합니다. 기관에서 10년을 근무한 사람과 올해 입사한 직원의 정보량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되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한다는 말이 모두의 의견을 똑같이 반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넷째, 퍼실리테이션 연습장이 되어버린 회의와 워크숍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누고 합치고 발표하고 다시 나누고 합치고 발표하고 회의하고. 언제부터인가 미션 비전 수립과정이 퍼실리테이션 훈련장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퍼실리테이션의 효과를 논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퍼실리테이션은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목적을 실현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 직원이 모여서 포스트잇을 붙이고 의견을 나눴다는 것에 만족하거나 무엇인가를 함께 했다는 느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형식과 내용 모두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션 비전 수립과정에서 소홀했던 내용에 집중할 때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미션 비전을 세우지 말자는 말로 들릴 듯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변화의 폭이 넓고 속도가 빠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가 미션 비전입니다. 중요한 것일수록 귀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미션 비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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