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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가 바뀌면 삶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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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록키'라는 영화를 중2 아들과 함께 보았습니다. 영화 록키는 우리나라에 1985년 KBS1에서 방영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저는 40년 전에 본 영화를 다시보게 된 것이지요. 그러고보니 제가 록키를 본 그 나이 즈음에 저의 아들도 보게 된 것이고 제 어릴적에는 아버지랑 같이 못보았지만 저의 아들은 아버지랑 같이 본 영화가 되었습니다. 처음 본 그때의 감동보다는 적었지만 40년이 지나 다시 본 영화는 흥미를 넘어 또 다른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록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복싱 실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 했던 무명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타 스텔론 주연)는 사채업자의 수금원으로 살아갑니다. 변변한 직업이 없었던 그는 다른 복서들의 스파링파트너 정도로 용돈을 벌며 복서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세계 헤비급 챔피온 아폴론 그리드(칼 웨더스 주연)는 미국 독립기념일 200주년에 맞춰 타이틀 매치의 상대로 록키를 지목합니다. 무명복서를 타이틀 매치 상대로 지목했던 이유는 예정되어 있던 상대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고 워낙에 급이 다른 선수라서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회를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아폴론의 스폰서는 '기회의 땅인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무명복서를 지목했다'는 놀라운 마케팅을 시연합니다.


록키는 그렇게 챔피언전에 오르게 되고 3라운드에서 끝날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15라운드 마지막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칩니다. 그리고 판정패하죠. 비록 판정패를 했지만 시합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록키! 록키!'를 연호합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한채, 퉁퉁 부은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애타게 부릅니다. '에이드리안!!! 에이드리안!!!' 그렇게 두 사람의 포옹을 마지막 장면으로 하여 영화는 끝이 납니다. 하루 하루를 희망없이 살아가던 이탈리아계 청년 록키는 처지를 바꿔주자 이렇게 자기 자신을 증명합니다.







록키를 연기했던 실베스타 스텔론은 영화 록키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사흘 만에 시나리오를 씁니다. 각본을 완성한 후에 스탤론은 여러 영화제작사를 찾아가는데요, 번번히 거절당합니다. 영화제작자들은 시나리오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너무나 맘에 들어 당시의 유명배우를 캐스팅하여 영화를 제작할 마음으로 상당히 많은 돈으로 시나리오를 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탤론의 조건은 시나리오와 함께 자신을 주연배우와 감독으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주연배우와 감독을 스탤론에게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큰 모험이었습니다. 결국 시나리오 가격을 낮추고 감독은 다른 사람이 맡는 조건으로 스탤론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무명복서, 그리고 현실에서는 무명작가이자 배우인 스탤론의 영화 록키는 대박을 칩니다. 여러면에서 영화 록키는 스텔론의 삶이 반영되었습니다. 실제로 스텔론은 여러 해 동안 곤궁한 생활 속에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진 낡고 허름한 록키의 집은 실제 스텔론의 집이었고, 실제 그의 수중에는 단돈 백달러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스텔론이 주연배우를 포기하고 시나리오만 팔아 넘겼다면 그는 위험을 회피하고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주연배우를 고집하죠. 그는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록키의 대사에서 "내가 공이 올리고도 여전히 거기 서 있으면, 내가 흔해 빠진 쓰레기는 아니라는 걸 내 인생 처음으로 알게 될테니까" 처럼 말이죠.


사실 스텔론의 꿈은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장애가 있었죠. 가난했던 부모들은 스텔론을 공립병원에서 출산했다고 합니다. 이때에 경험이 없었던 의사가 잘못된 겸자 분만을 시도했고 이때 스텔론의 왼쪽 눈밑의 신경일부를 망가뜨립니다. 그래서 언어장애와 안면 신경마비가 있습니다. 배우를 지망하는 청년에게 어눌한 말투와 움직이지 않는 얼굴근육은 큰 제한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엑스트라역이나 포르노 배우 등으로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독학합니다. 그리고 그 무렵, 절대강자인 무하마드 알리를 상대로 1라운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 보았던 웨프너가 15라운까지 버텨내는 경기를 보게 됩니다. 시합이 끝난 후 바로 집으로 달려가 이 경기를 모티브로 하여 3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합니다. 


뒷골목의 건달로 살아가는 이유는 그가 그런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글로브를 채워주면 그는 훌륭한 복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록키는 운에 의해서 처지가 바뀝니다. 그렇다고 처지가 운으로만 바뀌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증명하려는 의지가 필요하죠. 스텔론이 포르노 배우를 한 이유는 그가 그런 처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배역을 주게 되면 그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스텔론에게 배역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록키의 시나리오 가격은 최초 7만 달러에서 36만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스텔론은 유혹을 뿌리칩니다. 그의 바람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2만 달러로 시나리오의 가격을 낮추고 주연이 되는 조건으로 1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스텔론은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바꿉니다. 영화 록키는 1976년에 처음으로 개봉하였고 50년이 지났어도 중2 아들과 50세 아빠가 함께 보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기 두 사람의 삶이 있습니다. 두 삶 모두 처지는 같습니다. 다만, 영화 속의 처지는 운에 의해 바뀌었고 현실에서의 처지는 스스로에 의해 바뀌었습니다. '과연 삶은 영화와 같을까요? 현실에 가까울까요? 처지가 바뀌는 경험은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일까요? 아니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일까요?' 저는 처지라는 것이 변하는 데에는 운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를 보면 운이라는 것이 사회적 약자들보다는 가진 자들에게 더 많이 작용하는 듯 합니다. 노력이라는 것도 스텔론의 삶처럼 피나는 노력 정도는 되어야 한다면 겁부터 날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사회복지사는 사람의 처지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사회복지제도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사람들의 처지를 바꿔주기 위해 운으로 다가가 주었으면 합니다. 운이란 기회의 다른 말입니다. 사회복지제도와 사회복지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그 사회는 더 많이 생동할 것입니다. 조직에서의 리더들도 구성원들이 처지를 바꿔주는 역할을 필요로 합니다. 무능하고 나태해 보이는 것은 그가 그런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전환으로 하는 일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과 일하게 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구성원에게 있어서 리더는 운과도 같습니다. 변화의 기회가 되어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칠기삼'이 '운삼기칠'보다 더 공정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운삼기칠'의 사회라면 모든 것이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빈부가 고착화되어버린 현 시대의 모습입니다. 운이 더 많아야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이 노력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의 관계도 서로가 운으로 작용할 때 관계가 더 깊어집니다. 노력의 7로 모든 것이 정해진다면 사람은 나누지 않게 될 것입니다.(사실 노력의 7도 3이라는 운에 의해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운이 아니라 자신이 노력한 대가라고 생각해 버리고 나누기를 거부합니다) 운으로 얻은 것이기에 기꺼이 나눠어야 되는 이유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운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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