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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조직 리더십7. 걸러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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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내려 먹는 핸드 드립커피는 일상의 낙입니다. 원두를 갈아서 종이 필터에 넣고 물을 조금씩 내리면 커피 특유의 향을 간직하면서 기름기가 제거된 깔끔한 맛이 납니다. 핸드 드립 또는 필터 커피라고 합니다. 필터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정수기 필터처럼 말입니다. 리더십을 말하면서 필터 커피를 떠올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의 중요한 역량이 필터링이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폭도 넓지 않았던 시절에는 경험 많은 리더의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아니 충분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리더의 경험으로 대응할 수 없는 변화의 속도입니다. 한 번 습득하면 몇 년은 써먹었던 정보의 유효기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졌습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리더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아무 정보나 가져다 쓸 수도 없습니다. 결국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야 합니다.


첫째, 할 수 있는 것을 걸러내야 합니다. 열정과 의지로 해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열정과 의지는 지금도 유효한 실천의 중요한 보이지 않는 자원입니다. 그러나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안 됩니다. 환경과 역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천에 자원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정신 승리와 보고서의 현란한 목표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면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중요한 것을 걸러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약이 핵심이고, 핵심이 곧 중요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알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을 알겠다는 무모한 시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정책과 조직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걸러내야 합니다. 지금 해야 할 중요한 것을 말입니다.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성과를 얻습니다.


셋째, 시급한 것을 걸러내야 합니다. 자원 중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시간입니다. 모든 일에는 마감이 있습니다. 시간이 무한하다면 문제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테니까요. 결국 일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로 요약됩니다. 시급한 것을 걸러내지 않으면 일에 치이게 됩니다. 모든 일에서 시간이란 꼬리표를 떼어내면 모두 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에 시간표를 붙이는 게 능력입니다.


넷째, 함께 할 것을 걸러내야 합니다. 혼자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함께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 앓기만 합니다. 반대로 혼자 해야 하는 일에 팀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갈수록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과제보다는 협력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협력해야 하고 협력해야 효율적인 일을 걸러내야 팀의 업무 효율이 높아집니다.


정보가 넘칠수록 정보를 걸러야 양질의 필요한 정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 중요한 일, 시급한 일, 협력할 일을 걸러내기는 말은 쉽지만, 단기간에 길러지는 역량이 아닙니다.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그래도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는 방법입니다. 친구의 연애에 조언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친구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던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조언해 주던 친구들과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자신의 업무에 빠진 팀원은 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있는 겁니다. 똑같이 당장의 일에 매몰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합니다. 최상위급 원두도 필터로 거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쓴 물이 됩니다. 리더가 조직의 바리스타가 되어 걸러내야 합니다. 조직의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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