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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흔들리지 않는 마음

  • 당사자
  • 존중
  • 인권
  • 구슬꿰는실
  • 성의정심

당사자가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사회복지사로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들어가며
 
사회사업은 당사자가 자기 삶을 살고, 둘레 사람과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사회복지학이 다른 학문과 다른 특징은, 당사자를 거들기 전과 후에 '관계의 양과 질이 변했는가'입니다.
사회사업 성과는 당사자 관계의 의미 있는 변화, 즉 더 다양하고 깊어진 '관계'입니다.
 
이를 위하여,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에게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의 일이게 합니다.
나아가, 둘레 사람과 관계하게 주선합니다. 어울릴 만한 일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게 사회사업(social work)입니다.
 
당사자에게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 때,
당사자의 상황을 살펴 묻거나 의논하거나 부탁하기를 건너뛰어도 될까요?
지적 약자나, 뇌인지증(치매) 어르신이거나, 아이들이거나, 외국에서 온 사람이거나,
배움이 부족하거나, 가난하다고 하여 
사회사업가의 태도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 지적 약자나 어린이를 만날 때 말투가 달라집니다. 외국인을 만나면 말이 짧아집니다.
뇌인지증 어르신을 만나면 대충 설명합니다. 현장에는 이런 유혹이 있습니다.

 
글쎄요.
사회사업가이기에, 사회사업가이므로 초지일관, 시종일관

당사자를 만나는 태도와 방법이 달라질 수 없습니다.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당사자도 압니다
 
동물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들도 다 압니다. 사람을 가립니다.
친절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하물며 사람인데...
뇌인지증 어르신, 지적 약자라 해도 사람을 가릴 겁니다.
사회복지사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알 겁니다.
사회복지사에게 대접받은 대로 반응할 겁니다.
 
<잠수복과 나비> 저자 장 도미니크 보비는 ‘엘르’ 편집장으로 일한 뛰어난 인재였으나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3주 뒤, 의식을 회복했으나 이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쪽 눈꺼풀뿐.
절망했던 그는 눈꺼풀의 깜빡임으로 뜻을 전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쉼 없이 눈을 깜빡임으로 하루에 반쪽 분량씩 써나갔습니다.
20만 번 눈을 깜빡이며 15개월에 걸쳐 몸속에 갇힌 자기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잠수복과 나비>(장도미니크 보비, 동문선, 1977)입니다.
책 속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둘레 사람을 향한 분노가 잘 나와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나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당사자가 진짜 모를까요?
이미 알고 반응하는데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안쓰러워 당사자가 차마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 사회복지사 자신이 압니다
 
구청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가 사회사업 글쓰기 모임에서 쓴 글을 읽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어르신 댁을 방문할 때마다 노크하고 들어갔습니다.
분명 듣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항상 문 앞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고 노크했습니대.
이유를 물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기 전 스스로 태도를 추스리려 했답니다.
 
청각장애인이니 노크 생략, 지적장애인이니 설명 생략, 치매(뇌인지증) 어르신이니 높임말 생략,
어린이니 존중 생략, 외국인이니 적당하게...
이렇게 상대에 따라 이젓저것 가리고 선택하고 나면 사회사업으로 남는 게 없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상대가 누구이든
초지일관 낮은 자리에서, 시종일관 존중의 말로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의 일이게 합니다.
끝까지 당신 삶이게 합니다.
 
당사자가 누구든 작은 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반복하며 경험이 쌓이고 익숙해지면, 당사자를 향한 그런 태도와 방법은 몸에 스며듭니다.
자연스레 말과 몸에 묻어납니다.
기품 있는 사회복지사의 태도와 방법에는 격이 있습니다.
그런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당사자도 높아질 겁니다.


어떤 일, 어떤 상황에서 당사자는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사회복지사는 모를 수 없습니다.

언젠가 분명 그 허술한 마음이 틈을 비집고 새어나올 겁니다.


 
 
 
 
3. 둘레 사람이 압니다
 
사회복지사가 당사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둘레 사람이 영향을 받습니다.
단정하고 품성 좋은 사회복지사가 당사자를 존중하면, 다른 사람도 그를 함부로 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만나는 사회적 약자. 그들이 살아온 삶이 어떠했을지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대체로 둘레 사람에게 칭찬 격려 응원 감사를 받지 못했을 겁니다.
생김이나 재산이나 지식 따위로 낮게 '취급' 받는 일이 많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기품 있는 사회복지사가 존중하는 태도로 당사자를 만나면,
그 모습에 둘레 사람도 당사자를 그렇게 대하기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태도와 방법이 둘레 사람에게 준거(기준)가 됩니다.
 
 
 
 
나가며
 
당사자를 여느 사람처럼 존중합니다.* 존중 받아본 사람이 다른 이도 그렇게 만날 겁니다.
변화 기대 없이 만나는데, 삶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 무례한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항상'을 넣어야 합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항상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상황을 보아 무례함이 그를 잠식한 이유를 궁금해 하면 좋겠습니다.
당사자를 위하여, 당사자의 둘레 사람을 위하여,
다음 사회복지사를 위하여 만들어낸 호기심이 사회를 풍성하게 합니다.

 

당사자를 성의정심으로 만나면,
당사자와 둘레 사람이 변하고, 사회사업가가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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