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본문

동물이 안전한 사회는 사람도 안전하다- 재난재해 발생시 구조와 보호에 반려동물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

  • 복지속동물
  • 인간동물유대
  • 재난과 동물

올해 여름은 우리나라의 폭염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불볕더위뿐만 아니라 산불, 가뭄, 태풍, 지진 등 하루가 멀다고 세계 곳곳에서 재난, 재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더는 미래의 위협이 아닙니다.

 

재난/재해 상황에서 동물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연재해, 인간이 일으킨 재난, 전쟁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뿐만이 아닌 동물들도 그들의 생존과 복지가 크게 위협받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혹은 주요 위협으로는 산불, 지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주요 자연재해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지요. 재해로 인해 많은 동물이 목숨을 잃거나 서식지를 잃고, 질병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피해를 보았습니다. 태풍, 홍수, 산사태로 인해 가축들이 익사하거나 실종되었고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었죠. 그럴 때마다 긴급 구조팀과 동물 보호 단체들이 피해 지역에서 동물 구조 활동을 벌였고, 임시 대피소를 마련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 지원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가뭄 때는 가축과 야생동물에게 급수를, 폭설 때는 먹이와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미약하기만 할 뿐입니다.

 

한편 야생동물뿐 아니라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재해와 관련하여 반려동물이 이슈가 된 건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을 들 수 있습니다. 2019년에 발생한 고성, 속초 산불 재난에서 심각한 반려동물 피해가 있었는데요 특히 목줄에 묶여 있던 반려견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2년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주민들이 대피할 때 묶여 있던 실외 사육견들의 목줄을 풀어놓아서 피해를 다소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희생된 동물이 많았습니다. 이런 비극을 겪고도 매번 발생하는 대형 재난재해 속에서 동물은 여전히 배제되어있습니다.

 

진설명: 2022 울진 산불 당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화상을 입은 반려견을 구조하는 모습(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재난재해는 해마다 발생하지만, 왜 반려동물 피해는 끊이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재난 계획 및 대응에 있어서 무시되거나 제외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재난 시 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입소할 수 없어 동물피해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애착 관계를 고려한다면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을 함께 구조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대가를 초래하게 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지 못하는 반려인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반려인의 46%가 재난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없다면 구조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사람도 구조하기 힘든 마당에 동물까지 구조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구조와 대피소 동반 입소 (혹은 반려동물 대피소)가 필요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첫째, 많은 수의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으며,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헤어지지 않으려 해서 구조나 대피소 입소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구조는 인명구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반려인들의 정신적, 정서적 안정을 돕는 중요한 일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다.

둘째, 원핼스(One Health)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통합적 접근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원헬스 관점을 적용하면 다양한 이점과 함께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우선 재난 발생 시 동물과 인간 모두 질병에 노출될 수 있고, 특히 인간과 동물 사이에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재난 장소에 남겨진 반려동물로 인한 위생, 전염병, 개 물림 등의 공공보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폐사한 동물의 사체는 각종 병원균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원헬스 접근법은 이러한 전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하여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동시에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원칙에 근거하여 인간과 동물의 건강, 환경을 고려한 통합적인 재난 대비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재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환경이 훼손되면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반려동물이 구조되고 대피할 수 있는 수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야 제대로 된 재난구조와 대피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려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에는 반려인의 안전에도 위험하기 때문에 잘 갖춰진 반려동물 대피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넷째, 재난 시 동반 대피가 불가능한 경우, 재난 이후 그 반려동물을 수색하고 구조하는 데 또 다른 예산과 노력이 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비롯한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그 사회가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는 성숙도의 잣대가 될 뿐 아니라,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회복지 가치에도 부합합니다.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생명체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재난 상황에서도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윤리적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동물들이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도적인 행동입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재난이나 재해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세부 방침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의 재난시 반려동물 안전 대책 (출처: 동물자유연대)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당시 60만 마리의 동물이 구조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으며, 25만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며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고 같은 해 9월 법안 상정, 다음 해 대통령 승인으로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행동(PETS ACT)’이 입법된 바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각 주에 동물을 포함하는 비상대비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재난 시 동물 구조 및 대피소 설치, 대피 교육 등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은 반려동물이 72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물품을 항상 비축해야 합니다. ‘72시간 생존키트에는 음식, , , 캐리어, 위생용품, 장난감 등을 포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반려동물을 포함하는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2013년 대피소 내 동물 동반 점진적 허용, 재난 시 긴급재해 동물구조본부운영 등을 포함한 반려동물 재난관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으며, 20164월 구마모토 지진 발생 때는 '반려동물 구호본부'를 설치해 재난피해를 본 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재반 발생시 반려동물을 위한 긴급키트를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최소 5~7일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음식, , , 캐리어, 동물 사진, 장난감 등이 포함되어야합니다.

 

재난 재해 발생 시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행동입니다. 이는 인간과 동물 모두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중요하며, 생태계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회복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난 대응 계획에는 동물 보호와 관련된 조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자연재해와 각종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도 이제 돈보다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회,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보살 피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라며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보호에 대한 현황과 구체적인 대피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