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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비전 수립의 변화2. 시간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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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비전은 조직에서 사용합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미션비전은 조금 과하고 안 맞는 면이 있습니다. 인생관, 가치관, 올해의 다짐 정도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미션비전과 조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조직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똑같이 여행이란 단어를 써도 가족여행, 단체여행, 홀로여행이 다른 것처럼 주체가 누구냐가 중요합니다. 개인의 미션비전이 아니라 조직의 미션비전이란 말입니다.


우선 조직의 구성요소를 생각해 봅니다. 조직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사람이 모여 있되 동일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광화문 지하철역 앞에 모인 사람들을 조직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부산 해운대 앞에 해수욕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을 가진 다수의 사람을 조직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사람과 목적이란 두 가지 요건은 갖췄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규칙의 적용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도 큰 개념의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이란 조직은 한국 헌법의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조직의 구성요소를 살피면 미션비전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됩니다. 미션비전은 조직의 두 번째 구성요소인 목적을 위해 필요합니다. 조직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사람은 다양합니다. 생각과 경험이 다릅니다.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가 다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같은 뜻을 품고 같은 방향을 보게 해야 합니다. 저절로는 안 됩니다. 같은 뜻이 미션이고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 비전입니다.


등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똑같이 산을 올라도 이유는 다릅니다. 건강을 위해서 오르는 사람이 있고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서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좋아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영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그래서 산을 오르자고 사람을 모으면 산을 오르면서 대혼란이 시작됩니다. 더 속력을 내자는 사람, 여기서 쉬자는 사람, 사진을 찍자는 사람,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자는 사람. 당연하고 예정된 혼란입니다. 분명한 목적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기 위한 등산처럼 분명한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한다는 말은 좋은데 아직은 추상적입니다. 머리에 그려지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실천이 어렵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을 아끼고 보호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5년 안에 이 지역에서 가장 수목이 다양한 숲으로 가꾸자는 것처럼요.


복지 기관에서 미션비전을 수립할 때 어려운 점이 비전입니다. 가치중심적인 미션은 어느 정도 담아내는 데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미션과 비전의 차이가 없거나 비슷한 말이 반복됩니다. 복지 기관은 가치 중심적이고 영리 기업처럼 수치화된 목표를 제시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꼭 영리기업의 조직이론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미션, 비전, 핵심가치, 중점과제, 추진전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이래야 꼭 조직이 지속하며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용어가 절대진리도 아닙니다. 오랜 이론과 경험이 축적된 용어여서 적절히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절대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욱이 경영 용어는 군대용어에서 차용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남성적, 공격적, 목표지향적, 결과중심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가시적인 수익 창출이 중요한 영리 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비영리조직마저 이것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문제입니다.


미션비전을 수립하면서 관행화된 미션비전 체계도에 빠지지 말고 차분히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면서 방향을 세우면 좋겠습니다. 미션비전을 수립한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정 기간 조직이 운영되는 이유를 찾는 겁니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직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하나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시간이란 자원을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인 자원이 시간입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시간이 영원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그런데 시간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다루게 됩니다. 조직에 일 년의 시간이 있는 것과 10년의 시간이 있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시간이 곧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10년이 넘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07년에 아이폰 1세대가 출시되었습니다. 10년이 조금 지났는데 스마트폰은 세상에 너무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챗지피티로 촉발된 인공지능은 앞으로의 10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변화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자연히 조직의 미션비전 수립 주기도 짧아져야 합니다. 이제는 5년도 너무 긴 시간이 되었습니다. 5년이면 심지어 다수의 조직원이 바뀌기도 합니다.


둘째, 변화에 대응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생각이 곧 법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향식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는 독재입니다. 하향식의 나쁜 경험, 오랜 관성, 정보화 시대로의 전환으로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상향식이 곧 절대 선은 아닙니다. 하향식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리더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기관의 미션비전을 수립하면서 상향식 의사결정 방법만 사용하는 듯합니다. 포스트잇과 전지를 활용한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기법이 동원됩니다. 리더의 생각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리더의 생각과 의지가 빈약한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기관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리더의 생각과 의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더의 언어로 구성원에게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해 줘야 합니다. 구성원이 합의한 대로만 하겠다는 말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리더의 몫이 있습니다. 권한만 사용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일수록 경험과 정보가 많은 리더의 책임 있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데 폭풍우 대비 방안을 회의하고 합의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은 변화의 폭풍이 몰려오는 때입니다.


아직 미션비전 수립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먼저 용어와 형식에 빠지지 말고 가장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본질은 잃지 않되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시간을 좁혀서 대응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 진짜 친구가 가려지는 것처럼 변화와 위기 앞에 리더십이 확인됩니다. 미션비전 수립에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원래 리더는 변화와 위기 앞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입니다. 반대라면 리더라는 지위만 갖춘, 권한은 있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조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리더가 조직을 건강하게 이끄는 법입니다. 그런 리더가 있다면 미션비전 수립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입니다. (3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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