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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실천기술은 왜 발전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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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정도 철근 및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로 일했습니다. 1995년 경에 1층 슬라브 바닥층의 콘크리트 타설이 거의 마감이 될 때 쯤 우지끈하면서 5~6m 지하로 내려 앉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살아서 이 글을 씁니다. 


슬라브 붕괴의 원인에는 여럿이 있지만 주로 슬라브를 떠바치는 지지대가 하중을 버티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공사현장에서 슬라브 붕괴사고가 일어났다하면 주로 이런 생각들을 떠 올립니다. '공사를 맡은 기업이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지대를 의도적으로 줄였다.' 하중을 견딜 만큼 지지대를 받치다보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자재비와 인건비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원인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근래에 일어나는 사고의 원인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슬라브의 콘크리트 타설에는 다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보와 기둥을 반 쯤 타설을 합니다. 이때에 한번에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점진적으로 채웁니다. 이렇게 보와 기둥 타설이 마감되면 바닥층을 타설합니다. 바닥층 역시도 한꺼번에 타설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부터 원을 돌면서 안쪽으로 채워나갑니다. 타설에 의한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함입니다. 안에서 부터 타설하게 되면 한쪽에 하중이 쏠려 균형을 잃고 무너집니다. 타설 중 슬라브 밑에서는 목수 기술자들이 터진 곳이 없나를 확인합니다. 혹시나 그런 현상이 보이면 타설을 멈추게 하고 지지대를 보강하죠. 그러니까 슬라브 위에서 타설하는 타설 기술자와 아래에서 보강하는 목수기술자의 합이 맞아야 합니다. 근래의 사고 원인은 이 두 가지의 결함에 있습니다. 


아래는 2022년 안성 물류창고 슬라브 붕괴사고의 사진입니다.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사고였습니다. 사고 이후 감식 결과는 지지대를 도면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과 잘못된 콘크리트 타설 방법을 지목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양옆의 슬라브에는 콘크리트가 없고 붕괴된 곳만 콘크리트가 타설된 장면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타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인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왜  타설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까요? 발주자와 시공자의 이윤을 위한 부도덕한 선택였을까요?' 물론 그런 개연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배경일 뿐이고 중요한 요인이 하나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망자 2명과 중상자 3명 모두 외국인 노동자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슬라브 위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슬라브를 타설하는 곳에 총 8명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중 3명은 철근과 전선을 붙잡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3명은 콘크리트가 타설하는 지점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던 듯 합니다. 사상자 5명은 타설하는 지점에 있었던 타설 노동자라고 볼 수 있겠죠. 이 5명은 기술자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원을 그리면서 균형을 맞추면 타설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타설 원칙입니다. 콘크리트 타설을 몇 번 정도 한 분들이라면 다 아는 상식입니다. 사진을 보면 상식에 벗어난 타설 양상입니다. 


무너진 슬라브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썼다고 합니다. 이 공법의 특징은 거푸집을 공사 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합니다. 때문에 거푸집 제작과 조립 시간이 단축됩니다. 지지대의 수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공사 기간이 절약됩니다. 문제는 이 공법에 따라 제작된 구조물이 공사현장에 왔을 때  공법을 이해하고 조립할 기술자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안성의 붕괴사고도 도면대로 지지대를 설치할 는 있는 기술자가 없었습니다. 


제가 지목하는 슬라브 붕괴 원인은 기술자의 부족입니다. 공법들과 장비들은 발전합니다. 기술의 이익으로 공사기간이 단축되어 이윤을 창출합니다. 그런데 발전하는 기술이란 것이 고급기술입니다. 고급기술의 개발에는 비용이 들게되므로 가격이 비쌉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비 도입에 들어간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현장 기술직을 줄입니다. 기술자가 부족하다고 공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고용합니다. 사고의 원인입니다. 고급장비나 기술만큼이나 현장기술직이 우대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현장기술직이 이탈하지 않아야 현장의 기술도 전수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현장의 인력구조의 병목현상은 고착화되었습니다. 관원장과 국부장의 소수가 있고 중간에는 또 소수의 팀과장들이 있습니다. 모두 연령들이 높습니다. 기술을 익힌 팀과장들이 승진하면 부국장이 되어 관원장들에게 관리기술을 배웁니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은 팀과장들이 승진하기 전까지 그들에게 실천기술을 배웁니다. 그런데 팀과장들의 모습을 보니 자신도 평생 전수만 하다가 끝날 것 같습니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은 조직을 떠납니다. 전수해 줄 사람들이 자꾸 떠나니 팀과장들은 이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실천기술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회복지현장에 관리기술만 전수되고 실천기술자들은 수도 없이 교체됩니다. 실천기술이 전수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문제의 원인과 대안은 여럿일 수 있습니다. 저는 상후하박이라는 사회복지시설인건비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그 가이드라인에 의한 직급체계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의 대안은 현재의 상후하박 임금정책을 상박하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고직급의 임금커브를 완만히 낮추고 하위 직급의 임금커브를 지금의 고직급처럼 변화시킵니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박하후로 임금 디자인을 바꾸면 비용이 지금보다 증가합니다.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하위직급의 임금 상승분은 체감할 정도로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고직급의 임금커브를 완만하게 하면 미래의 동기요소가 감소합니다. 직급간의 갈등도 예견됩니다. 이는 정년연장의 이슈에 있어서 그 취지에는 동의하나 세대가 대립하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안정적인 비용 증가를 고려한 임금 디자인의 대안은 현재의 다직급체계를 단일직급으로 개편하는 것입니다. 모든 직종을 하나의 직급체계로 통합하는 것이죠. 현재는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서울시도 직급과 직종을 7개로 분할하여 가이드라인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기에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산이 쉽지 않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이기도 합니다. 7개로 구분하다보니 올라서야 할 계단처럼 느껴집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5급 사회복지사가 1급으로 진입하기에는 너무나 까마득해 보입니다. 동기가 저하됩니다. 이를 하나의 직급으로 통합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단일직급으로 통합한 후 직급과 직무의 난이도, 그리고 역할에 따라 수당체계로 보완합니다. 과장, 주임 등의 직위들이 사라집니다. 관원장과 국부장외는 모두 직원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역할에 따라 팀장이 되고 난이도에 따르는 수당이 지급됩니다. 법인의 사정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수당이 지급될 수도 있습니다. 교사들의 임금 디자인이 이렇습니다. 때문에 평생 평교사일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복지현장의 라인워커는 실천기술을 평생 펼치며 살기 쉽지 않습니다. 층층히 올라서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천기술이 전수되지 않고 단절되는 이유, 관리기술만 발전하는 이유입니다. 


사회복지현장은 이상하리 만치 공무원의 임금체계를 따라합니다. 임금체계가 같으면 동일한 문화적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급과 직위가 나누어져 위계적의 조직형태를 갖습니다. 그런 이유로 민간전문가들이지만 공무원과 같은 관료성이 보입니다. 사회복지조직들은 구성원들의 수가 많아야 30명 남짓입니다. 그리고 맡은 직무들도 대동소이합니다. 이런 조직형태에서는 다직급 체계가 맞지 않습니다. 다수의 공무원들이 있는 행정조직이나 다양한 직종들이 있는 대기업에서나 사용가능한 임금 디자인을 30년간 쓰고 있습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복지현장에 맞지 않은 임금 디자인입니다. 정년연장에 대한 이슈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이슈간에 단일직급체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요원한 일입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현장 실천기술자들이 양성되지 않고 이탈하는 이유, 인재들이 유입되지 않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슬라브가 왜 붕괴할까요?' 적정한 공사공법을 써야 합니다. 공사공법과 일하는 사람의 기술이 맞지 않으면 무너집니다. 공사를 설계하고 감독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현장 기술자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기술은 경험으로 전수되어야 합니다. 기술이 발달하여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 만큼 기술개발에 비용이 들어갑니다. 기술개발 비용을 회복하고자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통제합니다. 당연한 기업의 결정이지만 현장의 기술직들이 사라져가고 저인력군으로 대체되는 이유입니다. 사회복지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복지재정은 날로 증가합니다. 사회복지현장의 인건비를 통제합니다. 현장기술직이 사라집니다. 기술이 단절됩니다. 사람과 기술이 없으니 자동화를 얘기합니다. 자동화는 현장을 붕괴시킬 것입니다. 대안은 단일임금체계입니다. 사회복지현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천기술이 전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혁신적인 기술이 나옵니다. 기술이 단절되어 답보상태가 되면 인재는 유입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습득하는 기술이 시장에서나 직장에서나 희소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년 간의 사회복지현장의 발전 가운데 실천기술은 왜 이렇게 발전되지 못했을까요?' 임금 디자인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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