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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주요 관점들

  • 인간중심주의
  • 동물중심주의
  • 생명평등주의
  • 생태중심주의
  • 복지속동물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 동물중심주의(Animal-Centrism), 생명중심 평등주의(Biocentric Egalitarianism), 그리고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는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는 다양한 철학적 입장들입니다.

 

1.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을 우주나 지구의 중심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사상입니다. 자연 환경, 동물, 기타 생명체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간, 동물, 식물을 위계적으로 구분했던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는 "식물은 동물을 위해,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가축이 식량이나 기타 용도로 존재하는 것처럼, 야생 동물도 그러하다. 자연은 일정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타당하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위한 것임이 틀림없다"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사상은 기독교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학자이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신의 형상을 닮아 창조되었고 이외의 자연은 신의 섭리에 따라 인간을 위해 사용되도록 창조되었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신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인 자연을 잘 돌볼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지요.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합리론자 데카르트는 동물을 영혼이 없는 기계로 비유하며 동물이 고통을 느낄 때 내는 비명소리는 언어가 아닌 자연적인 동작이며, 시계의 태엽소리 같은 반응이라고 주장했지요.

이처럼 인간중심주의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보다 우월하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합니다. 이 관점에서 인간의 이익을 다른 생명체나 자연환경보다 우선시하고 동물은 도구적 가치로만 평가하여 자연과 동물은 인간의 필요를 위해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인간중심주의에 동의하시는지요. 현대 환경윤리나 동물윤리에서는 인간중심주의가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를 초래했다고 비판합니다.

 

2. 동물중심주의(Animal-Centrism, 혹은 Sentientism)

인간중심주의와 상반된 철학적 입장을 가진 동물중심주의는 동물도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고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동물을 단순히 인간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와 권리를 가진 존재로 간주합니다. 특히 동물도 고통을 느끼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가지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들의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 철학자는 그 유명한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밴담입니다. 밴담은 도덕적 고려의 대상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를 포함한다. 문제는 그들에게 이성적으로 사고할 능력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토끼가 인간보다 덜 지적이고 덜 이성적이라는 이유로 고통을 받아도 된다는 법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밴담의 사상을 이어받은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고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을 마찬가지로 대우해야 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모든 생명체는 동등하므로 동물의 생명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물권 담론의 문을 열었습니다.

동물중심주의적 관점에서는 동물을 도구적인 가치로만 여기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동물은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 스스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동물권 개념을 발전시킨 미국의 철학자 톰 리건(Tom Regan, 1938-2017)은 인간과 동물이 근원적으로 평등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이 모두 자신이 삶의 주체임을 경험하는 존재들이 가지는 특별한 권리인 '내재적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의 가치를 존중하는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어떤 개체가 쾌락과 고통의 감정을 갖고 자신의 욕구와 목표를 위해 행위를 하며 자신의 선호, 복지, 자율성을 가진다면 그 개체는 삶의 주체"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동물중심주의는 생명 윤리의 범위를 확장해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도 도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육식을 지양하거나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등 동물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소비 방식을 지지합니다.

동물중심주의는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동물에게 과도한 도덕적 권리를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인간 사회의 자원 분배와 윤리적 책임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으며, 자연계의 생태적 질서를 간과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동물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존재로,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두 입장은 생명체에 대한 도덕적 의무의 범위와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냅니다. 인간중심주의가 인간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반면, 동물중심주의는 동물과 인간 모두를 도덕적 존재로 여기며, 더 공평한 도덕적 대우를 주장합니다.

 

3. 생명중심 평등주의 (Biocentric Egalitarianism)

생명중심 평등주의는 생명체 간의 위계를 부정하며 인간, 동물, 식물 등 모든 생명체는 모두 고유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가 도덕적으로 동일한 가치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가 인간의 목적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되며, 그 자체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지지합니다. 한편 인간은 모든 생명체에게 도덕적 책임을 지며, 이를 위해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생명중심 평등주의 철학자는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 ~ 1965) 박사입니다 (맞습니다. 아프리카 의료 봉사에 기여한 공로로 195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독일 출신 프랑스의 의사, 음악가, 철학자, 신학자이자 루터교 목사인 그 슈바이처 박사입니다). 그는 나는 살려고 하는 여러 생명 중의 하나로 이 세상에 살고 있다. 생명에 관해 생각할 때, 다른 모든 생명체도 나와 똑같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하고 있다.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가졌고, 따라서 존중하는 의무를 느낀다고 하며 인간은 자기를 돕는 모든 생명을 도와야 할 필요성을 존중하고, 살아있는 어떤 것에도 해를 끼치는 것을 부끄러워할 때만 비로소 진정으로 윤리적이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생명중심 평등주의는 현실적 한계와 비판도 존재하는데, 모든 생명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생명체 간의 도덕적 책임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 인간 사회의 윤리적 우선순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4. 생태중심주의 (Ecocentrism)

생태중심주의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과 균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전체론적 관점의 철학으로 인간, 동물, 식물 등 개별 생명체의 이익보다 생태계 전체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더 우선시합니다. 생태중심주의는 자연 그 자체가 고유하게 지니는 내재적 가치를 중시하며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대표적인 생태중심주의 학자인 앨도 레오폴드 (Aldo Leopold, 18871948)로 그는 "대지 윤리"(Land Ethic)를 제안하며,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과 안정을 중시하며, 인간의 도덕적 책임이 생태계 전체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임스 러브록 (James Lovelock, 19192022)"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제안하며, 지구를 하나의 자가 조절 시스템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 활동이 지구 전체의 생태계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며 생태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심층 생태학"(Deep Ecology)의 창시자 네스 (Arne Næss, 19122009)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인간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생태중심주의는 자연과 생태계를 인간보다 우선시함으로써 인간의 이익과 필요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인간의 복지와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인간 활동을 억제하려는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을 이상화하거나 자연에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으며, 인간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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