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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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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현장의 리더는 상담을 잘합니다. 상담의 시대에 상담을 많이 경험해서 그렇습니다. MBTI, 에니어그램,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모래치료, 독서치료. 상담의 전성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슈퍼비전도 상담처럼 진행되곤 했습니다. 상담이 필요했고 상담이 효과 있던 시대여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유효할까요? 특히나 복지 실천 현장에서요?


최근 방송을 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상담(相談)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육아에서, 진로, 연예와 부부관계 심지어 주식까지 그 주제와 영역도 다양하다. 그 많은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가진 모든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제는 그러하지도 못하다. 상담(相談)은 한자로 “相談” 서로라는 뜻의 상(相)자에, 이야기라는 뜻의 담(談)이 합해진 말이다. 한자를 직역하면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한다.” 정도의 뜻이다. 의외로 치료적 느낌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전혀 나지 않는다. 그저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한다는 것 그게 상담(相談)인 것이다.

- 우리에겐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공유복지플랫폼. 김승수 관장


똑똑 도서관 김승수 관장님은 말합니다. 상담보다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요. 상담의 본래 뜻은 그렇지 않은데 실제로는 치료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결국 치료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과 해결을 돕는 사람으로 구분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수평적 관계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관계는 위계질서가 아닌 자연스럽고 수평적일 때 생깁니다. 김승수 관장님이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상담보다 대화가 수평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 현장에서 대화만 할 수 없지 않냐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제안합니다. 인터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말합니다. 김승수 관장님이 말한 대화에 더하여 정보 수집의 목적이 있습니다. 상담도 정보를 수집하지만, 인터뷰가 보다 수평적 관계입니다. 기자가 배우를 인터뷰하듯이 오히려 인터뷰를 받는 사람의 위치가 높습니다.


그동안 상담으로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인가를 해줄 것처럼 정보를 얻지 말고 전문가에게 깊고 특별한 정보를 얻듯이 말입니다.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은 사실 모두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냈습니다. 세포 마디마디에 살아있는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상담 전문가, 문서작성 전문가는 많습니다. 이제 인터뷰 전문가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설문지를 200명에게 돌려서 얻어낸 욕구조사 결과보다 한 사람의 인터뷰에서 더 살아있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민 10명과 가진 그룹인터뷰에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실천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도 기본기가 있습니다. 김승수 관장님이 말한 대화력입니다. 상담과 구별하기 위해서 인터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현장에 필요한 인터뷰는 조금 다릅니다. 기자가 기사 적성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관계를 더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의 인터뷰는 상담과 김승수 관장님이 말한 자유롭고 열린 대화 사이에 있습니다. 인터뷰는 대화로 가는 징검다리입니다. 주민을 상담한다면 무엇인가 후속 작업이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자원을 투입하고 힘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주민을 인터뷰한다면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하게 들립니다.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청한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주민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지역복지 실천 기법으로 '물기요'를 강조하곤 했습니다. 물어보고 기록하고 요청한다는 말의 앞 글자로 만든 말입니다. 물어보고 기록하는 게 인터뷰입니다. 그렇게 얻어낸 정보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더해서 다시 주민에게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요청)하는 방법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숨겨진 답이 있습니다. 숨겨진 답을 캐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라는 삽으로 현장에 숨겨진 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구글과 네이버, 챗지피티로 알 수 없는 살아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인터뷰 시간만큼 관계가 깊어지는 건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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