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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조직 리더십8. 일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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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고 내일이 주말이어서인지 오늘따라 서울시의회 마당의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의 출근길에 맞춰서 오늘 새로 심은 꽃이 아닙니다. 봄 이후로 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가 꽃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니 예쁜 꽃이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수많은 식물의 하나로 생존하던 꽃이 예쁜 꽃으로 실존하게 되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리더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문제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랬다면 벌써 성과를 냈을 겁니다. 팀원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성과든 뭐든 나옵니다. 그런데 팀원이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는 시대도 아닙니다. 그래서 팀원일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꽃에 힌트가 있습니다. 예쁜 꽃으로 불러줘서 의미 있는 존재로 실존하게 해야 합니다. 실존이란 단어에 주눅이 들 필요는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의미 부여고, 더 쉽게 표현하면 칭찬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고 인정받을 때 힘이 납니다. 힘이 생기니 힘차게 움직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야 조직의 성과가 나오는 법입니다.


의미를 스스로 찾으면 좋겠지만 현대 사회는 반대로 개인의 의미를 잃게 만듭니다. 전문화, 분업화된 조직이 개인을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만듭니다. 챨리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의 주인공처럼 말입니다. 하루 종일 나사를 돌리며 공장의 부속물이 됩니다. 의미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고 인간성마저 잃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모던타임즈의 주인공처럼 됩니다. 그래서 리더가 먼저 의미를 찾게 해줘야 합니다.


팀원이 가진 정보와 경험에서는 지금 하는 일의 의미를 도무지 모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리더가 나서야 합니다. 이 작은 일이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야 합니다. '나도 몰라. 관장님이 하라시니까 일단 해보자.' 의미 부여는 못 할 망정 의미상실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리더가 아닙니다. 불합리한 지시를 대안 없이 함께 견디는 동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한 장밋빛 미래를 꾸며내라는 말은 아닙니다. 의미 부여는 현실을 직시하는 게 시작입니다. 주어진 과제가 불합리하거나 과하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팀원은 자신에게 맡겨진 과제 하나로 전체를 파악합니다. 기준은 자신입니다. 얼마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드는지가 관건입니다. 팀원이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팀과 다른 팀원을 생각하지만 그래도 본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큽니다. 그런 팀원을 탓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첫째, 전후 사정과 문맥을 말해줘야 합니다. 최고 관리자의 말을 그대로 전할 거면 중간 관리자는 필요 없습니다. 최고 관리자가 직접 전하거나 녹음기로 틀어주면 끝입니다. 전후 사정, 문맥에 리더의 생각을 더 해야 합니다. 이번 과제는 이런 취지와 이런 과정에서 나왔는데 내 생각은 이렇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혹은 동의는 되지 않지만,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번 과제를 이 정도 수준에서 수행하면 좋겠다. 라고 리더의 생각을 더해서 말해줘야 합니다.


리더가 조직의 불합리한 지시를 댐처럼 막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조금은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터집니다. 차라리 조금씩 넘치면 대응할 기회라도 있지만 댐이 무너지듯 한꺼번에 쏟아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견해가 중요합니다. 숨기지 말고 건강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참는 건 답이 아닙니다. 문제를 더 키우는 겁니다. 언제가 반드시 터집니다.


둘째, 작은 성과를 찾아서 말로 돌려줍니다. 칭찬입니다. 칭찬이 좋다는 건 알지만 못하는 게 또한 칭찬입니다. 왜냐하면 칭찬을 받아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칭찬에 인색한 문화입니다. 감정 표현을 잘 못하니 칭찬도 어색합니다. 다 알지 않냐고 말합니다. 모릅니다. 말해야 압니다. 알아도 말로 확인해야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그렇다고 이런 칭찬은 곤란합니다. '00 님은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요' 이건 칭찬이 아니라 일기장에 적어야 하는 문구입니다. 시인이 아니라 팀장이 되어야 합니다. 칭찬은 무엇보다 소소하고 세밀해야 합니다. '바자회 고생했어요.' 보다는 '이번 바자회 기획으로 청년 동아리 부스 만든 거 너무 참신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칭찬입니다. '바자회 고생했어요'의 의미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밀하게 찾으면 10개도 넘는 의미가 생깁니다.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가림막 같은 리더, 부러울 정도로 일 처리가 빠른 리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리더. 모두가 존경할 만한 리더입니다. 그러나 존경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서 실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보조금 집행에 맞춰서 반복되는 현장의 실천은 가만히 있으면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물론 팀원에게 의미를 찾게 해주려면 리더가 먼저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과제입니다. 일할 맛을 나게 해주는 그런 조직은 없습니다. 소소하고 작은 의미를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불러줘서 서로의 꽃이 되어야 합니다. 꽃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듯이 우리가 꽃이 된 그곳에서 생기 넘치는 복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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