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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였던 저의 마지막 효도 (Feat. 무연고 사망) 1

  • 장사업무
  • 무연고

 

공무원이 되어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했던 직무 중 하나이자 국민의 삶에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장사(葬事) 업무 중 한 분야가 바로 무연고 사망자 관리 업무다. 보건복지부의 장사정책 추진방향에 따르면 인구고령화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 구조의 변화로 매장보다는 화장 문화가 점차 보편화 되어 정착되는 등 변화하는 장사정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품위 있는 친자연적 장례문화를 확산시켜 국민의 보건 위생상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2024 장사[葬事] 업무 안내 ). 인간의 일생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그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생애 주기를 갖는다. 모든 사람은 태어났기에 살아가고 또 살아왔기에 죽음에 이른다. 세상의 모든 가족들은 새로운 가족을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그 수명이 다한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시게 되어 우리의 곁을 떠나면 면 예를 갖추어 보내드려야 한다.

 

구청에서 노인장기요양 관련 업무를 맡았을 당시 장사업무도 함께 담당했었다. ‘장사(葬事)’업무라는 분야 자체도 굉장히 낯설었지만 사용하는 용어들도 납골당, 봉안당, 화장장, 무연고 등등등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던 단어들이 아니다 보니 업무 자체가 매우 생소했던 것 같다.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당시 유골함 사진과 함께 개장신고 관련 서류를 인계 받았었는데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름 없는 무덤의 개장신고를 받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또한 나의 업무의 한 부분 이었다 라는 것이 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문의 오는 내용 중에 화장을 한 후 유골을 야산이나 한강에 뿌려도 되느냐의 문의가 있었는데 이런 내용의 질문도 구청에 전화해서 물어본다는 것이 그때 당시 업무를 할 때는 참 신기했던 것 같다.


장사(葬事) 업무의 가장 큰 줄기는 1. 장사의 방법 및 시설(매장, 묘지, 화장, 화장시설, 봉안, 봉안시설, 자연장, 자연장지) 2. 장례식장 설치 운영 3. 무연고 시신 등의 장사 매뉴얼 등으로 나누어 진다. 사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묘지나 화장시설, 봉안시설이나 자연장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당 업무의 비율은 적으나 대형병원 등 장례식장이 상당히 많이 분포하고 있어 장례식장 관리 운영 등의 업무 비중이 더 크다. 무연고 사망자는 대도시에 많은 편이라 서울에 있는 자치구의 장사업무 담당자들은 기타 장사시설관련 업무보다는 주로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처리 업무나 장례지원 등의 업무를 많이 다루는 편이다. 물론 장례식장이 많은 지자체 담당자들은 장례식장 설치신고 및 관리등도 상당 부분 업무를 차지하겠지만 내가 속한 자치구는 대학병원도 없고 장례식장도 없었기 때문에 장사업무는 타 업무에 비해 Minor 업무에 속했다.

 

2024915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국회로 제출한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에서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5415명으로, 20203136명 대비 72.7%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홀로 죽음을 맞이한 후 가족과 친지로부터 시신 인수마저 거부당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 사례가 3년 새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집계 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각 시도 인구 10만명 당 무연고 사망자 수는 부산이 1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 14.3, 강원 13.4, 서울·대구 각각 13, 인천 12명 등이었다. 비교적 대도시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사실 무연고 사망자는 실제로 그 적용대상이 연고자가 없는 국내, 외국인 사망자,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국내, 외국인 사망자 및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 기피한 국내, 외국인 사망자로 나뉘게 된다. 장사법에서는 연고자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치료·보호 또는 관리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로 한정한다. 이러한 연고자가 없는 경우를 무연고자라고 하고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장례의식을 지자체가 치르도록 되어있다.

 

연고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한강변에서 떠내려 온 변사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징표가 하나도 없이 사망한 이들도 역시 무연고 시신 처리 절차에 따라 지자체에서 화장 및 봉안까지 절차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연고자는 있으나 이혼등과 같은 가족의 해체, 불화 및 갈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상황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한 경우를 시신 인수를 거부, 기피하는 경우로 본다. 실제로 처음 무연고 사망자로 사망한 이후 가족을 찾았더라고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불화 때문에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장례식장의 시신 보관 안치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안치료와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그 여윳돈이 없어 시신을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우 보통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하는데 범죄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범죄 여부가 없는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구청 담당자에게 보통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 처음에는 시신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머리가 쭈삣 설 정도로 긴장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업무가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내가 먼저 수사를 한 수사관에게 질문을 했었다. 경찰들은 지역이나 구획을 지자체처럼 정확하게 나누어 업무를 배정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우리 관내에서 사망하지 않은 무연고 시신처리를 우리구청에 문의하곤 했는데 장사 업무 지침 상 무연고 사망자는 시신이 현존하는 지역의 시군구청장이 업무 처리를 하게 되어있어 정확한 사망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망 전에 앰뷸런스에 실려 가던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사망선고가 내려지면 그 병원이 위치한 지자체에서 무연고 시신 처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가끔 한강변에 있는 지자체들에서 시신이 떠내려 온 경우에는 투신 또는 사고 지점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시신이 발견된 지역을 관할하는 지자체에서 무연고 시신 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한강 남쪽이냐 북쪽이냐고 강을 사이에 두고 지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서 해당 장소가 관할구역이 아니면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경찰에 알려준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로 보호받고 있는 경우에는 사망한 장소와 관계없이 기초수급자를 관리하는 지자체장이 장제급여 지급 등을 시행하여 공영장례로 처리한다.

 

무연고 업무는 정보공개 청구도 많이 들어오고 국회나 서울시 자료 제출도 매우 빈번하게 요구되어지는데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무연고 사망자들의 현황과 그들이 사망하게 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신원을 못 밝혀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사망자의 신원을 알 수 없어 변사로 처리되고 그 때문에 가족을 찾지 못해 무연고 사망자로 시신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 종종 생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연은 바로 본인을 스스로 불효자라 칭했던 어느 30대 아들의 마지막 효도와 관련된 이야기 였다.


To be continued....




참고문헌: 2024 장사업무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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