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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였던 저의 마지막 효도 (Feat. 무연고 사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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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구청의 무연고 사망자 담당자 앞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머리가 띵!!!! 해졌었다.


걸려온 전화의 요지인즉슨, 자신이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은지 10여년이 되어 가는데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살아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 조차 확인이 되지 않아 경찰서 실종신고를 하러 갔다고 했다. 실종신고를 하자 경찰은 신고자인 아들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면 추후에 아버지의 정보가 어디에서든 확인이 되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하여 검사를 했고, 한달 여가 지난 후에 경찰에서 아버지가 약 10년 전에 한강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내가 근무하고 있는 구청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행정처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보통 무연고 사망자로 시신을 처리한 경우 당시 지침 상 그 유골을 10년간 봉안해놓았다가 10년이 지나면 일괄 산골(화장한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지정된 장소나 산바다 등에 뿌리는 것.) 하게 되어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그 해가 딱 10년이 되던 해였던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유골이 이미 산골이 되어 없어졌을 수도 있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구청으로 전화를 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10년 전 자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자료라면 이미 기록물관리시스템으로 그 내용이 이관되어 다른 일반적인 문서검색으로는 검색이 불가하기 때문에 자료를 찾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자료 찾기를 시작한지 얼마간 후 다행히 10년 전 당시 변사체로 발견되어 무연고시신 처리 절차가 의뢰된 그 아버지 관련 서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에서 보낸 수사관련 서류와 시체검안서 등을 확인하여 무연고 시신 처리가 시립승화원으로 의뢰된 일자를 확인해서 문의했고 다행히 아버지의 유골을 산골하기 바로 직전에 찾아낼 수 있었다. 시립승화원에서는 보존기한이 다 된 유골들을 당시에는 1년에 한번 날을 잡아 한꺼번에 산골을 하는데 그 일정이 바로 내가 전화로 문의했던 바로 다음 달로 잡혀있었다고 했다.

 

극적으로 아버지의 유골을 찾게 되어 아들에게 전화로 해당 내용을 안내했고 아들이 직접 유골 반환을 위한 서류 작성을 위해 구청에 내방했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고 아버지의 유골을 반환받은 아들이 아버지를 선산에 모신 이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유골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러 구청에 잠시 들렀다.

 

담담한 어투로 시작한 아들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함을 갖게 했다. 당시 아들은 아버지와의 불화가 심했고 크게 싸우고 나서 다시는 아버지를 안보고 살 작정으로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그것이 10년전 이었고 그러한 다툼이후 얼마지 않아 아버지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실 발견된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었던 것은 시신의 부패상태가 심했고 신원을 알 수 있는 어떤 물건들(지갑이나 그 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들)을 전혀 소지하지 않은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가족 간의, 개인 간의 일들은 사실 감히 추측하기는 어려우나 조금만 더 빨리 아버지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면, 연락이라도 한번 했었다면 두 분은 여전히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가족으로 살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10년이 지나 아버지를 찾게 되었을 때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에선가 잘 살고 계시는데 다만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유골을 선산에 모시고 집안의 어른들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제를 지내고 고향에서 돌아오며 아들은 비록 자신이 불효자였지만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는 다했다고 생각했다며 담담하게 고백하듯 이야기 했다. 그래도 유골로라도 고향에 가셔서 너무 좋아하실 것 같다 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슬퍼했던 아들의 모습이 안스러웠다.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기에, 이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 생생히 기억되어지는것 같다.

 

무연고 사망자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의 가장 1차적인 안전망인 가족의 기능이 상실되어 간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만 돌릴 수는 없겠지만 가족의 지지는 또한 친구의 지지는 이러한 외로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 되어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주변과 단절되어 홀로 외롭게 임종을 맞거나 죽어서도 외롭게 홀로 떠나야 하는 이들이 없도록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좋은 묘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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