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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생각 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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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생각 되신다면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가끔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습니다.  

남들 사는 대로 시간 가는지 모르게 열심히 공부하고, 밤낮 구분 없이 열심히 일하고, 남들 사는 대로 결혼하고 애도 낳고 나름 잘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가끔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마음이 들 때가 그렇습니다. 딱히 이루어 놓은 것도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하구요. 


언젠가 ‘스프링 벅(spring buck)’현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산양인데요.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무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합니다. 바로 ‘목적 없는 달리기’가 그 습성인데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식욕을 가진 스프링벅은 무리가 커지면 앞에 있는 양들이 풀을 먹어버리고 풀을 먹어버리고 결국 뒤쪽에 따라가는 양들이 뜯어먹을 풀이 없게 되자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시 제일 뒤로 처진 양들은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어 먹기 전에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이렇게 모든 양들이 풀을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 있는 양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내달린다고 합니다. 앞에서 뛰니 뒤에서도 따라 뛰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달리기를 하는데, 결국 풀을 뜯으려던 원래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다른 양들 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뛰게 됩니다. 그렇게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계속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떨어져 집단 떼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목적 없이 남들 따라 하기에 급급하는 모습, 이유 없이 남들 따라 달리기를 하는 것을 '스프링 벅(spring buck)'현상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마음이 헛헛할 때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고 개인적이고, 아주 주관적인 답을 찾고 실행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남들 사는 대로의 삶, 증명하려 사는 삶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따위에 개의치 않는 삶을 살아보는거죠. 스스로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그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고 생각해 보고, 그리고 실천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 하다 보면 즐겁게 계속하기 위해서 무리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있고, 남들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각자의 삶에서 귀하지만 소박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이루고자 하는 내적인 동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되고, 그런 즐거운 마음이 하고자 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행동하고, 성과로부터 자유롭고 성장의 계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기에 삶에 있어서 속도와 방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남들 대로, 남들 처럼 살아가는 삶을 지속할 때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속도에 몰입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남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잘 달리고 있는지가 아니라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잘 가고 있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가 중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질문과정에서 성찰하고 깨닫는 것이 자신의 소명(Calling)이라고 부르더군요.

 

남들 사는 대로 무조건적인 ‘열심히’ 사는 삶이 아닌 자기의 속도와 방향대로 이유 있는 삶을 ‘잘’ 살아가면 어떨까요? 각자 삶을 즐겁게 하는 즐거운 일들이 꾸준함을 만들어 줄 것이고, 그 꾸준함이 일상의 작은 변화의 흔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은 많지 않을지언정 그래도 없진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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