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밖복지 By 노수현
- 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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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는 리더상으로 어떤 역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돌파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아주 드물지만, 그런 사람이 있긴 합니다. 그런 사람을 이순신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이순신이 아닙니다. 태풍은커녕 나뭇잎이 흔들릴 정도의 약한 바람에도 휘청거립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나약한 존재입니다. 리더는 불굴의 영웅 이순신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슈퍼맨도 아닙니다. 누구와 다를 것 없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선택해야 집중하고 그래야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작점인 선택의 의미를 바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선택을 자꾸만 더 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선택은 덧셈보다 뺄셈에 가깝습니다. 휴가로 산과 바다 두 군데를 두고 고민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산과 바다 어느 쪽이 더 좋을지를 생각해서 선택합니다. 산을 선택했다고 생각해 볼까요. 산이 주는 여러 가지 유익이 있어서 선택했겠죠. 그러나 산을 선택했다는 것은 바다를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택이라고 쓰고 포기라고 읽어야 합니다. 바다를 포기한 사람이 산을 선택하고, 산을 포기한 사람이 바다를 선택합니다.
아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얻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될 것과 안 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리더는 욕심 많은 아이, 안 되는 것을 모르는 아이입니다. 조직원이 무엇을 선택해서 집중할지를 모를 때 리더가 필요합니다. A, B, C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D를 더하는 리더는 하수입니다. 리더보다는 지시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합니다. B, C를 빼서 A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 성과를 만드는 리더입니다.
이걸 모르는 리더는 없습니다. 알면서도 못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B, C도 해야 하는 업무고 이것을 포기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는 리더는 어떻게 했을까요? 성과를 내는 리더는 B, C를 포기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문제를 감내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욕을 먹고 발생한 결과에 책임집니다. 대신에 중요한 A에 집중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냅니다.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리더는 A, B, C 모두를 해냅니다. 수식어가 중요합니다. 해내되 '적당히','안전하게','무난하게' 해냅니다. 당연히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욕먹을 일도 없습니다. 다만 적당히 투자했기 때문에 적당한 결과와 안전한 유지 관리만 가능합니다. 유지관리라는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달리 말해 도태입니다.
마을, 공동체, 환경, 지속가능경영. 새로운 과제가 등장할 때마다 리더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새로운 과제로 얻을 성과를 생각하기 전에 포기해서 감내할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다른 기관이 모두 ESG 경영을 도입해도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합니다. 아직도 안 하냐는 힐난을 들어도 감내해야 합니다. 새로운 과제를 도입한다면 이전의 과업에서 포기할 것을 정해야 합니다. 덜어내야 채울 수 있습니다. 물이 가득 담아, 있는 물컵에 물을 부어야 소용없습니다. 덜어내야 새 물이 채워집니다.
처음 팀장이 된 분들은 열정이 가득합니다. 맡겨진 과제의 성과를 내면서도 팀원들에게 한없이 잘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관리자이니 조직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일하려 합니다. 열심히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이제 열심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잘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너무 신뢰하거나 반대로 모른다는 말입니다.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포기를 배워야 합니다. 포기는 안 한다는 뜻이 아니고 지금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는 선언이자 결단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무엇을 움켜쥐고 있나요? 포기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아니 변화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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