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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배 그리고 무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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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아랫 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에 더불어 오른쪽 발바닥에 무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겪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 나오는 것이나 무좀은 처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나오고 퍼지기 시작하게 되고 어느 순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올 때까지 온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심각성을 느끼게 되면 나름 회복을 위한 투자가 시작됩니다. 러닝머신을 사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발에 무좀약과 로션을 바르기 시작하죠. 그런데 변화가 오지 않습니다. 기억하던 애기 발바닥과 탄탄한 복근은 되돌아오지 않죠.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아마도 똥배와 무좀이 생긴 그 시기는 제가 직장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때 인 듯 합니다. 과중한 업무로 시간에 대한 이슈가 있었을 것이고 정서적인 갈등이 있었겠죠. 잦은 회식과 야식을 했을 것이고 제 자신의 신변을 관리하는 것을 소홀히 했을 것입니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다고 하더라도 생활의 패턴은 습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가 바로 똥배와 무좀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생활 패턴을 이전으로 바꾸는 것인데 쉽지가 않습니다. 설령 이전의 패턴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배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무좀은 낫지 않습니다. 균형을 잃었던 시기에 얻게 된 것들은 그대로 남게 될 뿐이죠. 그 동안 나이를 먹었을 것이고 신체연령이 높아졌을 것이고 그만큼 몸의 변화를 거부할 것입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이전 상태로 회복하고자는 더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딕톡스(detox)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평소에 배가 나온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알고 있는 아내의 권유였습니다. 2주 동안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저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하던 중 아주 우연히 2주간 아무런 약속이 없는 날이 주어졌습니다. 3일간 음식을 먹지 않고 프로틴 쉐이크(protein shake)와 물만 먹었습니다. 4일 동안은 야채탕을 한끼만 먹었고 또 4일 동안은 한끼는 야채탕, 또 한끼는 고기만 먹었습니다. 2주간 동안 탄수화물과 당섭취를 하지 않았고 그 기간동안 꾸준하게 복근운동을 했습니다. 사실 이 복근운동은 꾸준하게 하던 것인데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참에 횟수를 늘렸죠. 2주 동안 5kg이 감량되었고 체지방도 줄었습니다. 배도 많이 들어갔죠. 이제 슬림한 와이셔츠를 편안하게 입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하루 종일 꽤 많이 먹는다는 사실. 둘째는 먹는 것에 집중하니 저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배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계속해서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사실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생각만 했을 뿐 실제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이것저것 생각하고 일을 하다보니 나를 돌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먹는 것에 집중하면서 나를 잊지 않게 해주었고 제 자신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라는 몸과 마음은 하루종일 외롭습니다. 때되면 먹을 것을 고민하고 일할 것을 고민하고 잘 것을 고민하죠. 하지만 이것은 내가 중심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신경쓰다가 생긴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남을 신경 쓰다보니 나를 돌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돌봄이 일어나면서 발바닥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라는 몸은 나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홀대받는 신체가 발바닥이더군요. 무좀 치료는 발다박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됩니다. 얼굴에 시간을 들여 씻고 치장하는 것처럼 발바닥을 닦고 씻기고 잘 말리고 로션을 바르는 것을 3개월을 하니 조금씩 애기 발바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무좀이 생기는 것은 무좀균이 원인이 아니라 잘 씻지 않은 것이 그 이유입니다. 회식 후에 발을 건성으로 씻고 자다보니 그리 된 듯 합니다. 무좀약이 약해서가 아니라 잘 돌보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얼굴에 들이는 공처럼만 발바닥에 신경을 쓰면 발바닥은 화답을 합니다.

 



무엇인가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개선을 하기 위해 노력을 다 해봅니다. 그런데 해결의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력이라는 것이 마음뿐입니다. 노력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은 누적된 어떤 원인에 있습니다.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에 누적된 원인을 쉽게 찾지 못합니다. 워낙에 누적되어 있어서 그것이 만성적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죠. 그래서 외부의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찾아내고 방법을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 딕톡스 프로그램처럼 말이죠.

 

조직의 입장에서도 제안된 그것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이때에 누군가가 말해주면 환기가 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원인을 찾게 되면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의 에너지를 안으로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밖으로 흐르던 에너지를 조직 내부로 흐르게 해야 된다는 것이죠. 또는 제안된 문제에 조직의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나를 돌보듯이 스스로 조직을 돌보아야 합니다.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고 꾸준하게 실천해야 되는 행동들이 열거됩니다.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 변화관리의 핵심입니다.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요청했던 조직들 중에서 저의 조언으로 나아진 경우의 패턴은 위와 같습니다. 먼저 문제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겠죠. 조직의 에너지를 안으로 집중합니다. 또는 중요한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그리고 조직을 스스로 돌보기 시작합니다. 행동변화에 의해 조금씩 변화를 맛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조언은 부가적인 사항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은 문제를 발견해내어 솔루션을 제안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전문가보다는 조직의 구성원들입니다. 그러니 대안도 더 많이 알고 있겠죠. 굳이 전문가가 필요할 때는 문제의식과 대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할 때, 중재가 필요할 때입니다.

 

조언을 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조직의 패턴은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에너지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조직의 에너지를 외부로 흐르게 한다는 점, 내부의 구성원들의 이야기보다는 외부의 정보를 가져온다거나 외부의 전문가를 맹신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문제해결을 맡긴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당장은 해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빠지게 되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 변화관리를 시작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개선의 방법은 각성에 의해 에너지를 집중시켜 조직을 돌보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조금 먹고 운동시간을 지키고 잘 씻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돌볼 곳이 참 많습니다. 제가 돌보지 않으면 금새 고장이 날 것 같으니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적어도 70세 까지는 쌩쌩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나를 돌볼 시간이 더 많아져야 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조직이 성장하면서 사업분야도 많아지고 구성원도 많아지니 리더의 돌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선별하여 돌봄의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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