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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이야기

  • 다양성
  • 결정권
  • 존중
  • 의견
  • 유니폼

저희 양지노인마을은 유니폼을 입습니다. 처음 원장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는 직원들이 앞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니폼으로 대체하자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사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유니폼이 앞치마보다 위생적이다. 둘째, 유니폼이 앞치마보다 전문적으로 보인다 였습니다. 둘 다 틀리지 않은 의견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직원분들이 유니폼을 입는 것이 싫었습니다. 웬지 유니폼을 입으면 획일적인 조직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사실 유니폼을 입는 조직은 상당히 위계적이고 통제적인 모습을 갖교. 군인, 경찰, 교도관, 법관, 의사, 간호사 등의 직종을 보면 멋있고 예쁘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딱딱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유니폼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었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상당히 많이 직원들이 유니폼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싶어하고 원장은 이와 반대의 입장을 표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대개의 조직은 이와는 반대입니다.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자유복을 원하고 원장은 이와 반대로 유니폼을 입히고 싶어하는데 말이죠. 여러 고민들이 있었고 직원들과 저의 입장을 절충할 수 있었던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중저가의 유니폼 판매 사이트를 검색한 이후에 그중에서 가장 나은 유니폼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다음은 그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서 가장 예뻐보이고 중저가인 디자인들을 선정합니다. 직원들은 이 디자인들 중에서 본인이 입고 싶은 것으로 1분당 2개씩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유니폼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죠. 조직에서 어떠한 특정한 유니폼을 선정한다는 것은 색상과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니폼인 것이죠.


대개의 경우 유니폼을 입게 되면 직원들이 원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직원들 각자가 원하는 유니폼이 선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죠. 모두가 유니폼을 원한 것은 사실이나 자신들이 원하는 디자인은 또 다릅니다. '모두 다르다' 라는 말이 맞습니다. 10명이 유니폼을 선정하면 아마도 2명만 공통적인 디자인을 선택하고 나머지 8분은 다른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결국 '유니폼을 입자'라는 의견에는 10분다 동의를 하셨더라도 결과에 만족하는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입을 수 있는 1~2명 정도입니다.


저희는 색상과 디자인의 최종 선택을 각자에게 맡겼습니다. 통일되지 않은 유니폼을 입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모두 다 다르게 입으면 정신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실별로 직원들이 유니폼을 통일해 주셨습니다. 1층은 어떤 디자인, 2층은 이런 디자인, 이렇게 직원들 스스로 정해주셨습니다. 어떤 직원은 그래도 나는 이 디자인을 입겠다고 하시면 그 디자인을 입으셨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의해 유니폼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청결하고 전문적인 유니폼을 입게 되었으니까요. 저도 목적이 달성되었습니다. 직원마다 선택해서 입으셨으니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선택한 유니폼은 입사와 함께 1벌씩 선택할 수 있고 입사 2개월이 지나면 또 한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니폼을 한번에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는 직원들이 퇴사할 때 유니폼을 반납받지 않습니다.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완전히 직원의 소유로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입사 3개월도 안되어서 직원이 퇴사를 해버리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1벌이면 그래도 아깝지 않은데 2벌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려하다보니 꽤 가격이 나가는 유니폼이거든요. 이런 이유로 입사 후와 2개월 후로 유니폼을 선택하게 한 것입니다.





중소병원에서 관행처럼 된 문화가 있는데요. 새롭게 입사하는 분들이 자신의 유니폼을 가지고 다니십니다. 일정기간 근속하기 전까지 유니폼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직원의 이직율이 높다보니 유니폼을 지급했는데 퇴직해버리면 병원의 입장에서는 비용손실이 오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신입 직원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지급되기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입던 유니폼을 지급합니다. 남의 입던 유니폼을 입어야 하니 차라리 자신의 것을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이죠. 물론 대형의 종합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중소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저희 조직도 퇴사자의 유니폼을 챙겨 놓았다가 신입직원에게 입던 유니폼을 지급하는 것이 유익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유니폼을 반납하지 않습니다. 저는 남의 입던 옷을 입히고 싶지 않거든요. 내 어머니, 나의 아내, 내 딸이 남이 입던 옷을 입게 되면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입던 유니폼을 입게 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럼 당연히 다른 사람의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남들도 기분이 좋지 않겠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어하기 때문이죠. 가족 같은 분위기, 가족 같은 문화가 되려고 한다면 직원들을 가족 처럼 대해야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가족에게 헌 옷을 입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니폼은 저희 요양원에 입사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선물로 드렸는데 다신 반납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죠. 좋은 유니폼이라면 다른 요양원에 입사할 때 입고다니셨으면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저희 요양원의 이직율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2벌을 그렇게 지급을 하더라도 아깝게 누수되는 경우는 적습니다. 문제는 유니폼을 반납받지 않으니 여벌의 유니폼이 없다는 것이고 입사해서 어느 정도 까지는 앞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유니폼의 디자인이 나름 예뻐서 사무직 직원들도 입고 싶어하십니다. 굳이 입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그런데 제가 허가하지 않습니다. 사무직을 위한 락커룸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굳이 몇번 입지도 않을 유니폼을 지급하는 것은 과비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무직 직원들이 어디서 다른 분들이 입던 헌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서 제게 시위를 하네요.


내년에는 전체적으로 유니폼에 대한 업무과정을 점검을 해보아야겠고, 업체 또는 디자인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보려고 합니다. 그와 더불어서 사무직 직원들의 유니폼도 한번 고려해보려고 합니다. 유니폼을 입는 직종에게만 유니폼을 선물로 드리는데 사무직 직종의 직원들에게는 입사기념 선물이 없는 것이니까요. 여러 사소한 이슈들이 있겠지만 저희 요양원에서의 유니폼 문화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입으니까요. 헌 옷을 입히지 않으니까요. 선물이니까요. 저는 그것이 구성원의 결정권이고 다양성이며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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