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밖복지 By 노수현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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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행 차원에서 살피면 전략은 더하기, 유지하기, 줄이기, 포기하기의 4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뭐가 좋고 나쁘고는 없습니다. 상황에 맞춰서 사용하면 됩니다. 더한다고 잘한 것이고 포기한다고 나쁜 게 아니란 말입니다. 하지만 더하기만 좋은 선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전과 성장의 세뇌를 오랫동안 받은 결과입니다. 발전과 성장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발전과 성장만이 유일한 선택인 것처럼 몰아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자본으로 만들어서 유지되는 체제입니다. 심지어 인간과 자연마저 수단으로 삼아 자본만 남기려고 합니다. 멈추면 안 됩니다. 계속 생산하고 질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발전과 성장이란 좋은 단어도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오염되었습니다. 오직 발전, 오직 성장만을 외칩니다. 사람을 가장 귀한 가치로 삼는 복지마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는 무조건 더하기 전략만을 씁니다. 전년도 사업을 돌아보고 포기하거나 줄이는 법은 없습니다. 유지하는 것도 도태로 생각합니다. 작년보다 사업량을 늘리고 새로운 것을 더하고 발전해야만 합니다.
도입, 고도화, 확대, 확산, 지속화는 흔히 사용하는 사업계획의 발전계획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사업이 이렇게 진행되지 않고 꼭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어떻게 모든 사업이 도입으로 시작해서 지속화로 확대 발전할 수 있을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음에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습니다. 또 봄이 옵니다. 반복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민 모임을 만들었으면 꼭 확대되어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성숙한 모임으로 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계절이 반복되지만 매해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의 열매는 사람입니다. 사업을 반복하면서 경험이 쌓이는 실무자가 열매입니다. 우리의 실천으로 일상의 작은 변화를 경험하는 주민이 열매입니다. 나무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발전하고 성장합니다. 어떤 때는 열매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한 해를 걸러서 내년을 기약하는 겁니다. 포기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무리를 해서 목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귀한 실천이지만 때로는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포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한 선택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도 사업계획과 준비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실무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무자의 생각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리더의 결정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포기 전략을 쓰지 않는데 혼자서 줄이거나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갈등만 생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릴 수만도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도 이 줄타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줄타기를 포기하고 달리기를 계속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갈수록 열매는 줄어듭니다. 어느 때부터인가는 비료가 없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나무가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내년도 사업계획서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마음만이라도 더하기, 유지하기, 줄이기, 포기하기의 4가지 방법을 자유롭게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올해 잘했다면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줄여서 균형을 잡아야 할 때도 있고 포기해서 더 필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사업계획에는 더하기만 있지만 세상에는, 무엇보다 나의 삶에는 더하기, 유지하기, 줄이기, 포기하기가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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