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복지재단

단박의 의욕과 속도는 꾸준함을 이길 수 없다.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매일 아침 5시 반 알람이 울리면 물 한 모금 마시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매일 1시간씩 특별한 천재지변이 없다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축구는 계속된다. 1시간 시간 가는지 모르고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뛰고 돌아올 때 나름의 상쾌함과 만족감이 있다. 종아리가 꽉 찬 느낌이 좋고, 운동 후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잠이나 잤으면 그런 만족감은 느낄 수 없었을 거다.  

하루 중 틈이 나는 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거창한 준비물은 필요 없고, 그릴 종이와 그릴 연필이나 펜이 있으면 된다.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잠깐 쉬는 시간에도 짬을 내어 그림을 그린다. 보이는 거 있는 그대로를 그린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순간의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차곡차곡 쌓이는 그림을 보면 만족감도 생기고, 하루하루가 뿌듯해진다. 지루할 시간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 기타 레슨을 받고, 집에 돌아와선 다음 일주일까지 틈이 날 때 기타를 친다. 마음먹고 ‘연습해야지’라기 보다, 눈에 보이면 잡고 잠깐 동안 배운 것들을 반복한다. 기타 가방에 넣어두면 번거롭기에 책상 의자에 앉아 돌아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기타를 두었다. 바로바로 기타를 칠 수 있어 연습에 용이하다. 배운 대로 꾸준히 하다 보면 나름의 들을 만한 소리가 나온다. 손가락마다 생긴 물집의 고통은 기꺼이 참을만 하다.     

어떤 것이든 무엇을 하든 하루하루 일상에서의 꾸준함이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믿는다. 요즘은 어떤 일이든 꾸준한 사람이 참 대단해 보인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반복하며 지속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한들, 아무리 거대한 목표와 방향을 세웠다 한들 안 하고, 안 가면 아무런 변화를 이룰 수가 없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행해야 원하는 변화를 얻을 수 있고, 하루 만에, 혹은 한 걸음 만에 목적한 바를 이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올해 복지관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60대 어르신이 계신다. 그림 수업이라고 하니 그림을 가르쳐 주는지 알고 오셨는데, 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림 수업에 오신 용기와 처음, 머뭇거림, 소심한 마음은 기꺼이 환영하지만 내가 할 수업은 미술 기법위주의 수업도 아니고 감히 누군가에게 감히 그림 기법을 가르쳐 줄 수도 없음을 고백했다. 본인도 그림을 이곳저곳에서 여러 번 배워봐도 실력이 늘지 않아 이번에 그림 잘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본인은 기껏해야 졸라맨 정도였다고. 

                        [함께 그림그리기 이전 수영하는 그림 / 선혜숙 作]

물론 능력만 있다면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겠으나,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 해도 분명 나의 실력으로 누군가에게 그림 잘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 또한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수업 시간 동안 함께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관찰 그리고 그리기를 해보자 제안 했다. 수업 시간엔 함께 그림을 그리진 않았고, 일주일간 서로의 일상에서 그렸던 그림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었다. 100일 동안 그림을 서로 그려보자 약속하고 #100부터 #1이 될 때까지 매일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약간의 부담감은 다들 느꼈겠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그림에 놀라고, 변화하는 그림에 또 놀랐다. 

                        [함께 그림그리기 #185번째 글과 그림 / 선혜숙 作]

스몰스텝(Small Step) 즉,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일시적인 단박의 의욕과 속도는 꾸준함을 결코 이길 수 없다. 

p.s 

지금은 수업이 끝난지 오래지만 참여한 모두가 수업 후에도 꾸준히 매주 1회 만남을 이어가고 있으며 파주 운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 그리고 서로배움과 그림을 계속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