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사람 By 김승수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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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김장을 하는 이유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프랑스의 사회학자 르 플레(Pierre-Guillaume-Frédéric Le Play, 1806-1882)는 '공동체는 장소와 사람 그리고 노동의 유기적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했다. 현대 도시에서 근본적 의미에서 시민이 함께 사용했던 공유지는 사유화되었고, 사람들은 개인화되었고, 지역에서 생산과 노동은 사라졌다.
1800년대를 살았던 르 플레의 관점으로 만약 누군가 지금 시대에서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함께 가꿀 공유지, 지역 사람들의 다양한 교류와 관계,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지속과 협력의 근간이 되는 참여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만일 이러한 관점에서 공동체의 삶을 전망하는 실천이 없다면 '공동체'는 남들이 하고 있는 보기 좋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 결국 모든 지역사회는 사회지만 모든 사회가 지역사회는 아니다. 같은 지역에 산다 할 지라도 공동의 관심사나 가치, 공동의 노력을 통한 공동의 유대를 서로 주고 받는 기회가 없다면 지역사회라 부르기 또한 어렵다.
지역사회에서 복지공동체를 실천하는 사회사업가에겐 르 플레가 말한 공동체의 조건과 지역사회라는 개념에 대해 지금 시대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관계를 만들어 가며 지역사회 안에서 공동의 유대를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야 한다. 만날 수 있는 구실이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관계의 장이 되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복지관 뿐 아니라 매년 많은 단체들이 김장을 한다. 얼핏보면 과거와 달리 김치는 언제든 마트에가서 사서 먹으면 되는데 왜 그런 수고로움을 사서 할까? 의심을하고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관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가는 생각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관점으로 본다면 김장을 구실로 사람들이 만날 계기가 만들어지고, 또 누구에게는 사서 먹을 수 있는 흔한 김치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겨울을 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김치일 수도 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상호 관계가 만들어지고, 매년 공동의 유대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김장을 할 이유는 있어 보인다. 전제는 누군가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고, 함께 거들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국제사회복지사연맹(IFSW)에서는 “자선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존성을 만들 뿐이다.”라 말하고 있다. 이웃이 만날 계기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에서 자발적 참여를 통해 본인 뿐 아니라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할 수 있는 실천은 널려있다. 건강한 공동체는 결국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고, 공동체 안에서의 자원봉사 활동, 이웃들의 서로 돌봄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많은 연구에서 말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이웃들이 만날 구실, 만날 이유가 그나마 김장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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