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밖복지 By 노수현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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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영화 대사를 인용해서 칼럼의 제목을 지었습니다. 태도가 복지를 만듭니다. 역량을 흔히 태도와 지식과 기술의 합으로 표현합니다.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초는 태도입니다. 나쁜 태도에 지식과 기술이 쌓이면 위험합니다. 지식과 기술이 사람을 해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합니다. 사회복지는 특히 태도가 중요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사람과 함께 하는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착하다고 말합니다. 태도가 좋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야와 다르게 태도는 기본이라 생각하고 지식과 기술에 집중합니다. 문서 작성 기술이 좋으면 인정받습니다. 정책을 많이 알고 프로그램을 잘 돌리면 역량 있는 사회복지사가 됩니다. 그러나 기본은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착하다고 태도를 점검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대가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한 법입니다.
얼마 전에 연말을 맞이해서 사회적 고립 주민발굴단의 성과 공유회를 맡은 일이 있습니다. 토크쇼 형태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함께해주신 주민분들께 감사를 전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함께 진행한 고양시덕양행신종합복지관의 박세림 사회복지사님께 인사를 전하려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님은 한 어르신 앞에 앉아서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두 발짝 뒤에서 보고 있는데 누가 봐도 할머니와 손녀딸의 모습 같았습니다.
주민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은 평가에 담기지 않습니다. 주민 프로그램을 몇 번 했고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태도를 점검하기보다는 프로그램 진행과 결과보고서 작성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평가 제도 탓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재를 맡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탓만 하기에는 자신도 익숙해진 게 아닌가 돌아봐야 합니다. 좋건 나쁜 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저절로 몸이 반응합니다. 더 이상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입니다.
태도는 숨기지 못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몸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박세림 사회복지사가 어르신께서 부르시니 몸이 반응해서 무릎을 낮추고 앉아서 손부터 잡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에서 좋은 돌봄은 개별 돌봄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상적인 돌봄은 따로 없고 그래서 매뉴얼도 없다고 합니다. 100명이라면 100가지 방법이 있으니,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돌봄이란 대인 관계 그 자체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사회복지 경력이 많지 않은 박세림 사회복지사가 결과보고서와 프로포절 작성에 능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민 앞에서 말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일입니다. 박세림 사회복지사는 이런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역량이 있습니다. 할머니 앞에 자동으로 앉는 무릎의 역량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말을 시작하면 손을 잡는 역량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눈을 따뜻하게 마주 보는 역량이 있습니다.
사회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마음이 아프고 복합적 정신 문제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증가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겁니다. 쌀이 부족하면 후원을 받아서 전달하면 해결되지만 마음의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고립된 주민을 발굴하기도 어렵지만 찾았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역량은 관계의 힘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주민 상담 일지를 잘 쓰는 사회복지사의 시대에서 주민의 눈을 따뜻하게 마주치는 것을 잘하는 사회복지사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태도가 사회복지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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