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복지재단



고립 당사자를 만났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입니다. 고립은 찾는 과정이 곧 성과입니다. 고립 당사자를 발견하지 못했어도 찾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사회적 안전망을 설치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탐지가 어려운 소중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찾는 과정이 성과라고 말하는 겁니다. 더욱이 발견까지 했다면 당연히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실천의 경험으로 여기서 멈추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당사자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우선 알아야 할 점은 고립의 해소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렵다고 말했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입니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방향을 잃지 않고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목표가 과도하면 오히려 실천력이 떨어집니다. 합리적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고립 당사자의 첫 번째 관계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사실 이 관계마저도 벅차고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주민을 만나고 심지어 주민모임에 참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말만 들어도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민모임에 즐겁게 참여한다면 고립도 없었습니다. 우선 사회복지사와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유지하는 게 첫 번째이자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의 실천이 가능합니다.

고립은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립과 행동반경이 반비례합니다. 행동반경이 넓으면 고립이 줄고, 행동반경이 좁으면 고립이 깊어집니다.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권하고 주민모임를 소개하는 이유는 행동반경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바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때 좋은 방법이 복지관 라운딩입니다. 사회복지사가 가볍게 권하면 됩니다. 복지관 한번 와보시라고요. 와서 저랑 차 한 잔하고 복지관 둘러보시고 가시라고요.

긴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복지관이 박물관처럼 큰 공간이 아닙니다. 함께 걸으며 공간을 소개하고 무슨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려드리면 됩니다. 복지관을 라운딩하고 차 한 잔 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몇 번 복지관을 방문하면 어색함이 줄고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기회를 봐서 관장님과의 티타임을 만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관장님과의 티타임은 내가 귀한 사람이란 느낌을 줍니다. 우리도 구청에 갔는데 구청장님과 티타임을 가진다면 그런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한 사람이 귀합니다. 귀한 사람은 귀하게 대접합니다. 국회의원이 복지관을 방문한다면 얼마나 정성을 다해서 준비할까요? 우리에게 국회의원보다 더 귀한 사람이 주민 한 사람 아닐까요? 그런 마음으로 복지관을 라운딩하고 티타임을 가진다면 이것만큼 효과적인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고립 당사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관계 회복이 아니라 소수의 어색한 하지 않은 관계와 이전보다 조금 더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입니다. 준비 운동도 없이 마라톤을 시작하지 말고 복지관 라운딩으로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