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본문

[사회복지사 책 추천] 노인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회 사업 실마리

  • 노인과바다
  • 책추천
  • 사회복지실천
  • 인문소양

<노인과 바다>에서 건져올린 사회사업 실마리


 

#

사회사업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환경과 따로 보지 않습니다. 이를 환경 속 인간(P.I.E. person in environment’이라 합니다. 이는 사회사업의 기본 관점입니다. 네모난 바퀴 자전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네모 바퀴 자전거를 잘 굴러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전거 바퀴를 둥글게 바꾸는 일도 있겠지만, 생태 관점으로 본다면 다음 그림처럼 자전거가 굴러가는 바닥이 달라지면 네모 바퀴 자전거는 바퀴를 바꾸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환경 속 인간의 의미는 문제가 바퀴에만 있지 않고 네모 바퀴를 굴러가지 못하게 하는 환경, 즉 바닥에도 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그래서 이 바닥을 자전거가 잘 굴러갈 수 있게 바꾸는 겁니다.

이처럼 사회복지사는 문제를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개인체계와 환경체계, 둘 사이 상호작용의 결과로 문제가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사회복지사는 이 두 체계 (바퀴와 바닥) 모두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집니다. 개인이 환경에 잘 적응하게 돕고, 아울러 환경도 개인을 잘 품게 돕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누군가를 도울 때 당사자를 만나는 일도 있지만, 그의 둘레 사람을 만나 그들과 함께하는 일에 힘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보며 환경 속 인간을 떠올렸습니다. 육지에서 생활할 때는 동네 아이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연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바다로 나간 순간, 바람을 알고 별을 읽으며 물의 흐름을 알아챕니다. 결국 그 작은 배로 커다란 청새치를 잡아 올립니다. 하지만 육지에서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나약합니다. 동네 아이 마놀린의 도움 없이는 식사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노인도 당신이 평생 살아온 바다란 환경에 놓인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부로서 물고기를 잡는 일이 반드시 돈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해왔던 일을 이어가는 게 삶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 지역사회에서 만난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사회복지사가 도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추석에 선물 드리고, 겨울에 김치 드리고, 봄나들이 구경시켜 드렸다면 잘 도운 게 맞을까요? 정성껏 돌봄으로 산티아고 할아버지 삶에 생기가 돋고 그의 강점 매력 열망 가능성 따위가 드러났을까요?

어르신을 잘 돕는 일은, 아니 사회복지사로서 당사자를 잘 돕는 건, 당사자의 둘레 관계와 어울리게 하는 일입니다. 당사자를 환경 속 인간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게 도왔을 때 사회복지사답게 잘 도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거드는 아이는 마놀린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무시해도 마놀린을 어부로서 할아버지의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할아버지를 따르고 존경합니다. 그렇게 나를 믿고 응원하는 한 사람의 존재가 산티아고 할아버지를 살아가게 합니다.

우리 일도 그렇습니다. 그 누가 몰라주어도 괜찮습니다. 알아주기를 바라며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말 우리 둘레에 아무도 없다면 힘이 나지 않고, 다시 힘을 내기 어렵습니다. 나를 이해하며 응원하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도전과 위로가 되듯, 당사자 또한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복지사의 일은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 곁에 그 한 사람 세우는 일일지 모릅니다. 청새치를 낚은 뒤 지친 몸으로 돌아와 잠든 할아버지를 찾아온 마놀린. 수척해진 할아버지 모습에 엉엉 울고 맙니다. 산티아고 할아버지도 바다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마다 마놀린을 떠올리며 보여주고 싶어 했습니다. 가난 고통 질병 아픔 따위가 있어도 그런 애정 인정 우정이 사람을 살아가게 합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판잣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당사자의 모습과 삶이 어떠하든, 그를 조건 없이 응원하는 마놀린이 있고, 아침에 눈 뜨면 나갈 바다가 있고, 맞서 싸울 청새치가 있다면 삶을 활기차게 이어집니다. 사회사업가는 그 한 사람 세우고, 활약할 바다를 만나게 해주는 안내자입니다.

 

#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습니다. 85일째 바다로 나선 날, 드디어 청새치를 만나고 투쟁 끝에 낚아 올립니다. 그날의 성공이었을까요? 지난 84일의 꾸준함과 성실함이 85일째 청새치를 만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도 사회사업 현장에서 일하며 오늘 하루, 이번 달 일이 잘 안 되었다고 좌절하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무언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여 실망하며 돌아서지 않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로 향하는 꾸준한 걸음 뒤에 드디어 그 일의 실마리를 만납니다. 그 순간 지난 84일은 오늘을 위한 준비와 훈련이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난 정확하게 미끼를 드리울 수 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단지 내게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누구나 한 번을 읽어봤고, 적어도 들어는 봤을 책 <노인과 바다>. 사회복지사로 다시 읽으니 건져올릴 사회사업 실마리가 적지 않습니다. 아니, 사회복지사로서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란 두 주제를 붙잡고 이를 균형 있게 거드는 일이 틀리지 않았음을 산티아고 할아버지 이야기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