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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립의 시대,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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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립의 시대,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절실하다.



서울시 고독대응과와 서울복지재단 고립예방센터에서 주관한 '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안내 및 실무교육' 설명회에 참석했다.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과거의 '경제적' 결핍 위주의 사회문제가 '관계' 결핍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복지재단의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은 기대나 우려를 떠나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 포지셔닝 전환에 대한 고심의 결과로 느껴졌다

사실 사회적 타살, 계층을 가리지 않는 고립의 만성화는 이미 현장에서 감지된 문제이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한 제도 정책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회복지()관의 실천 형식과 내용은 법과 제도에 영향을 받는다발생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 대응하고 싶어도 사업의 형식과 내용은 법과 제도로 규정된 영향을 받는다. 또한 공공-민간의 행정과 결합해 실적-성과의 관리와 통제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복지관의 '통합사례관리'는 기존 사회복지사업법 상 3대 사업으로 분류되어 아직까지도 '경제적' 결핍 해결을 위한 자원 중재 조정 동원의 방식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물론 과거에 비해 당사자성, 강점 기반 해결중심접근이 보편화되면서 양화된 실적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실제적 실효성을 강조하는 현장의 경향성이 강화되긴 했다그러나 행정이 이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은 여전히 지역별, 기관별 자원의 동원과 수급이라는 비교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사회복지관 평가에서도 평균 91점이라는 상향평준화의 결과는 평가 척도의 상향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재가복지봉사센터의 부활이나 경로식당의 이용인원의 양적 증가 강조 등 과거의 문제 대응방식이 '복지관의 재구조화'라는 이름으로 논의의 쟁점화가 되었던 선례도 있다

-제도-행정-현장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렬을 하고 있는 걸까.

 

행정이 정치와 결합되었을 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분명한 것은 사회적 문제의 포지셔닝이 외로움과 고립으로 전환된 지금 시대는 문제에 대한 대응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지점에서 서울복지재단이 제시한 외로움 없는 서울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금번 사업설명회에서는 외로움과 고립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설명했지만, 왜 시민들이 외로움과 고립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왜 그런가(why)가 없는 무엇을 하겠다(what)가 정책적 실효성을 어떻게 만들수 있겠는가상황과 원인은 다른 개념이다

다수의 시민이 외로움과 고립 상태에 있으니(상황) 유형별 대상자(생활 위험군, 관계위험군, 생활위험고립군(특별관리군)에 대해 기존전달체계를 개편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하겠다는 정책적 인과성이 시민의 자기 삶의 변화라는 인과성과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의 저서 고립이 시대에서 외로움과 고립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자신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공유하는 사람이 아닌 축적하는 사람으로, 돕는 사람이 아닌 투쟁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했다." 

고립의 시대. 1. 지금은 고립의 시대다.

 

'초경쟁과 이기심을 부추기며 인간관계의 근본을 바꾸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다수의 사람을 낙오자로 만들었고, '사람과의 접촉 없이도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은 접촉에 근거한 관계를 단절시켰다문제에 대한 이유가 경쟁, 소비, 축척, 투쟁이라는 사회화의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제도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형식과 내용을 갖는게 맞지 않겠는가.

 

저자는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과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공공성은 공()-()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경쟁과 축척과 투쟁의 사회적 생존의 방식을 완화시키는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선별성-맞춤형 제도는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소수일 경우 실효성이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이 위험에 노출된 시대에서는 보편성-공공성의 시대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본 사업설명회에서는 서울마음편의점, 편의점 빨래방 등 생활업종 등 온오프 홍보, 상담콜센터 운영으로 고립은둔가구 발굴과 주민센터-복지관 중심의 연계에 근거한 서울 전달체계 구축이 제시되었다또한 공모사업의 방식으로 지역단위 고립가구 전담기구 운영, 은둔 거부가구 맞춤형 지원사업, 서울연결처방, 아름다운 동행가게 공모사업, 자치구 고립예방협의체 공모사업을 설명하였다.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에서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고민하고 제안한 내용이 반가우면서도 발굴과 연계, 지원과 공모라는 대증적 방식에 국한된 점은 아쉽다외로움과 고립의 이유를 좀 더 면밀히 살피고 본질적 접근(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고려를 할 수는 없었을까

집중해야 할 것은 고립의 상황도 있지만, 왜 고립되는가를 살피고 근원접근을 고려해야 한다제도 정책으로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관계를 주선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시민들이 '덜 경쟁해도 괜찮은', '덜 소비해도 괜찮은', '서로 돕는 것이 이로운' 사회사업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현장의 주체성과 주도성을 보장해주는 건 어떨까평가점수가 평균 91점을 넘은 상향평준화된 복지관을 조금 더 신뢰해 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의 사업이 초기단계이고, 성과를 확인하면서 보편적으로 안착되리라 믿는다그럼에도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정책설계자와 행정가의 고육지책도 엿보인다정치와 현안과 제도와 현장이 정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단계적 해법을 찾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앞서 통합사례관리의 예시를 든 것처럼, 시대와 환경, 사람의 삶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책적 인식과 개념이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마찬가지로 사회복지현장에 대한 인식과 평가도 좀 더 진일보해야 한다.

 

이왕 제시된 정책적 변화가 실효성을 가지길 간절히 바란다. 제도적 공공성의 강화와 현장의 공동체성 강화가 선순환되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기 위해 답을 정해놓고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통제와 지시보다는 상호간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겠다.

사회복지현장도 시대적 변화에 좀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물론 제도 정책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도 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합적 실천에 대한 더 좋은 사례와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업이나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과 민간이 지금보다 더 많이 논의 해야겠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공공성이라는 담론과 이에 입각한 제도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도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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