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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윤리, 투명, CSR, ESG경영의 홍수와 사업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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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에 도입된 경영기법들을 보면 많은 부문에 있어 가치체계를 다루고 있습니다그 역사를 보며 알아볼까요?


 

사회복지현장에 영리의 경영기법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입니다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다국적기업들의 기업윤리에 대한 심각성이 재고되는 시기였습니다사회복지현장은 증가하는 사회복지시설만큼이나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었죠특히 회계 비리와 인권에 관련된 내용들이었습니다이런 이유로 윤리경영 또는 투명경영이 도입됩니다자 여기서 윤리와 투명은 하나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런데 윤리와 투명이라는 가치는 너무나 광범위한 만큼이나 모호성이 강합니다때문에 이를 조직의 경영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정도에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도입됩니다영리조직의 경우 기업윤리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한 시기입니다사회복지현장은 책무성이 강화된 시기이기도 하죠이것이 맞물려 사회복지현장에 CSR이 자연스럽게 도입됩니다. CSR은 '책임'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그런데 사회복지현장은 이미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담보로 조직된 곳입니다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조직의 경우에는 책임이라는 가치가 새롭게 각인될 이유가 있었지만 비영리조직인 사회복지현장은 책임이라는 가치를 경영기법에 도입할 만한 당위성이 모호했습니다영리나 비영리나 CSR은 그렇게 확산되지 못합니다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책임이라는 가치의 모호성 때문입니다.

 

2015년 정도에는 인권경영이 도입됩니다윤리와 투명그리고 책임이라는 조직과 사회 차원에서의 가치체계 접근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를 개인에게 실현하는 경영기법이 도입된 것이죠인권이라는 가치는 앞선 가치체계들보다 훨씬 모호했습니다왜냐하면 인권이라는 가치는 윤리와 투명책임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갈래로 나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자유권평등권정보권학습권참여권 등등 인권의 갈래는 너무나 다양하고 그것이 모두가 중요합니다이렇게 다양하게 파생되는 권리들이 하나 하나의 가치들이 됩니다모두가 중요한 가치이므로 조직이 이 모두를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모든 가치들이 다뤄지지 않을 것이고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권의 가치가 다르므로 경영에 도입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2020년 ESG가 도입됩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입니다앞선 윤리투명책임인권의 가치체계와 다른 점이 보입니다이전의 가치체계는 경영기법마다 하나의 가치체계였지만 ESG는 3개입니다이전의 가치체계는 하나의 가치이다보니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만 하나의 가치를 해석하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해석된 가치를 조직의 경영에 반영하려고 하다보니 확산력이 적습니다반면 ESG는 3개의 가치체계를 가지게 됨으로 해석의 여지도 다양하고 조직의 경영에 확산될 수 있는 파급력이 큽니다사회복지현장의 입장에서는 매우 강점이 되는 특징입니다. 3개의 가치 체계이다보니 다양한 사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가치체계는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지금까지 열거한 다양한 가치 기반의 경영기법들은 사업을 만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조직의 사업 안에 가치를 반영하라는 의미이죠영리기업을 보더라도 이러한 가치체계의 경영기법을 통해 사업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비지니스에 그 가치를 반영하여 윤리적이고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이러한 경영기법들의 목적입니다그런데 사회복지현장은 조직의 경영에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이해하는 경향들이 짙습니다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인권경영이 사회복지현장에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지금은 많이들 이러한 가치체계 경영기법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런데 ESG는 동일한 가치체계의 경영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들을 보입니다.

 

조직의 전략 프레임에는 미션과 비전이 있고 그 다음에 핵심가치와 행동규범이 있으며 그 다음에 규정들이 있습니다가치체계의 경영기법이란 핵심가치의 영역에 해당 가치를 담는다는 의미입니다인권경영이란 인권을 가치체계에 담는 것입니다이렇게 담았으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규범이 있어야 합니다이를 행동규범이라고 하죠즉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과 구성원들이 지켜나가야 할 약속은 무엇인가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였을 때 인권이라는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그런데 인권이라는 것이 너무나 광범위한 모호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 세분화할 필요가 있죠그래서 인권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실행가치를 추가적으로 만듭니다그리고 각각의 실행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행동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권경영입니다투명경영이든 책임경영이든윤리경영이든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합니다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사회복지현장은 인권윤리투명책임이라는 가치체계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면서 가치만 도입하고 실행을 하는 규범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확산되지 못했던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ESG가 도입되었습니다. ESG도 가치체계입니다영리기업도 자신들의 비지니스 영역에 환경사업이나 사회사업을 만들지 않습니다세 가지의 가치를 기존의 비지니스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가 ESG의 이슈이고 그것이 지속가능경영입니다사회복지현장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환경과 사회그리고 사람이라는 거버넌스의 가치를 어떻게 규범화 하여 기존의 사업에 반영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합니다그런데 아쉽게도 ESG를 사업으로 이해하여 사업의 영역에 환경사업을 만들고 사회사업을 만들고 거버넌스라는 사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습니다이렇게 ESG를 이해하면 매우 심각한 곤란한 점이 발생합니다.

 

예를들자면, 조직은 이미 어떠한 가치를 경영에 반영한 것들이 있습니다. 만약 인권경영에 의해 인권기반의 가치를 가지고 경영을 하고 있다면 여기에 환경사회거버넌스라는 사업들까지 들어가 버립니다가치체계가 여럿인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가치라는 것은 그 특성상 모호합니다모호한 가치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으면 조직의 관점이 흐트러져 버립니다흐트러져 버리면 가치들이 뒤섞여 버릴 것이고 가치와 사업이 혼재될 것입니다이렇게 뒤죽박죽 되어버리면 명확하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해집니다사람은 명확하지 않고 예측불가능하면 두렵습니다두려운 사람이 가치를 가지고 일할 일 만무합니다.

 


사업이 아닌 가치체계를 사업으로 만들려고 하는 유혹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빈곤한 사업에 이유가 있습니다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ESG를 도입하였지만 가치를 통해 조직을 경영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사업들에 ESG사업을 추가하는 것이죠. ESG는 이러한 유혹이 강합니다사업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 근래의 트랜드인 환경에다가 항상 꾸준하게 요구되는 사회그리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거버넌스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이렇게 각각의 ESG 영역에다가 기존의 사업을 맞추거나 또 다른 사업들을 만들어낸다면 사업이 풍성해질 것입니다문제는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사업들을 만들어내면 조직의 정체성이 흐려집니다정체성이 흐려지는 반면 사업의 양은 늘어나고 서로가 연관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일 속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어집니다사업들만 많아져 hard work이 되니 조직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그럼 당연히 구성원들은 소진될 것입니다.

 

ESG를 사업으로 이해하려는 유혹은 여기저기서 보입니다특히 ESG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평가하려는 욕구입니다. ESG이든윤리이든인권이든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순간 가치체계는 무너져 버립니다경영기법을 도입하는 이유가 퇴색될 것입니다가치는 저마다 다릅니다조직의 유형이나 조건시대에 따라 다릅니다특히 조직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 함께 모여 있는 구성원들의 가치에 따라 같을 수 없습니다가치의 속성 자체가 그러하므로 가치체계는 체크리스트라는 지표로 가둘 수 없습니다인권경영 체크리스트윤리경영 체크리스트가 잘못된 이유입니다인권과 윤리는 평가 받을 수 없습니다체크리스트에 의해 만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이 윤리적이고 인권적인 조직이라 볼 수 없습니다가치는 평가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오를 ESG에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하지만 그런 요구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SG를 확산하고자 하는 분들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내하고자 합니다그리고 수행여부를 판단해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조직은 ESG를 실천하기 위해 바른 길을 찾고자 하고 잘 수행했는지 증명받고 싶어 합니다책무성과 전문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죠그러나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한 경영기법은 말 그대로 가치를 다루는 일입니다결코 서로를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닙니다만약 그렇게 흘러간다면 조직은 자율성을 잃게 됩니다가치는 자유의 영역입니다각 조직의 처해진 상황에 맞게 조직과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고 합의하는 영역의 일이라는 것입니다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과제와 행동규범을 조직 스스로 디자인하고 꾸려가야 합니다그리고 그러한 과제와 규범이 조직의 사업에 반영되는 것이것이야말로 가치체계 기반의 경영기법에 의미를 더하는 것입니다그러한 가치들이 자유롭게 조직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야 말로 인권이고 윤리이고 ESG라 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되었을 때 사업의 빈곤이 가치에 의해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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