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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반려동물 복제, 윤리적 정당성과 사회복지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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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복제, 윤리적 정당성과 사회복지적 의미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거나 큰 병에 걸렸을 때, 혹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많은 보호자가 한 번쯤은 "이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었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상업화되면서 이러한 바람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복제가 윤리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또한,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1996, 세계 최초로 성체 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동물 복제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반려동물 복제도 가능해졌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상업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복제는 사망한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반려동물의 유전자 복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상업화가 이루어졌습니다. 2002,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전자 저장과 복제’(Genetic Savings & Clone)라는 회사는 세계 최초로 고양이 복제에 성공하였으며, 2024년에는 9마리의 고양이를 복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세계적인 팝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2018, 자신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기 전 구강과 위장에서 세포를 적출해 동물 복제를 준비하였고, 반려견이 사망한 후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같은 품종의 강아지 두 마리를 맞아들였습니다. 이 사실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복제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유튜버가 사망한 반려견의 유전자를 활용하여 8,000만 원을 들여 복제 강아지 두 마리를 맞이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하며, 반려동물 복제가 동물 윤리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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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바브라 스트라이젠드가 복제한 반려견들이 세상을 떠난 반려견의 묘비앞에 있는 모습. (출처: New York Times)


이처럼 반려동물 복제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인간과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 복제는 몇 가지 주요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첫째, 복제 과정에서 다수의 실험동물이 희생된다는 점입니다. 복제 성공률이 낮아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하며, 난자 제공을 위한 대리모 동물들은 강제적인 번식과 배아 이식 과정에서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겪습니다. 둘째, 복제된 동물이 원래의 반려동물과 동일한 성격이나 행동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반려동물의 성격과 행동은 유전뿐만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의해 결정되므로, 복제된 동물이 보호자의 기대와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복제된 동물 역시 비교와 기대 속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 복제의 상업화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맞춤형 상품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동물복지의 근본적인 가치와 상충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동물을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여기는 사고방식은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문화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볼 때도 반려동물 복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 반려동물 복제 비용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이르며,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회복지는 모두가 평등하게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일부 계층의 특권처럼 작용한다면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애착이 강한 보호자들에게 복제 기술이 유일한 선택지로 인식되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시도하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반려동물 복제는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후 건강한 애도 과정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보호자들은 애도 과정을 거쳐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이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상실의 아픔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식되면, 건강한 애도 과정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복제를 통해 외형적으로 동일한 반려동물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거의 관계와 추억을 온전히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상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반려동물 복제는 동물보호, 특히 유기동물 보호 정책의 방향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기동물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제공하는 것이 반려동물 복제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제 기술이 확산될 경우 보호자들이 유기동물 입양보다 복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유기동물 보호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위험이 있습니다. 유기동물 보호 정책의 핵심 목표는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고,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입양 장려 캠페인,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 동물 유기 방지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복제가 상업적으로 활성화되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기회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제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높은 실패율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겪으며, 대리모 역할을 하는 동물들은 강제적인 번식 과정에서 희생됩니다. 이는 동물복지의 핵심 원칙인 불필요한 고통의 방지와 명백히 배치됩니다. 동물보호 정책이 생명 존중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복제 기술의 확산은 이러한 원칙을 훼손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복제의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고,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을 장려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호자들에게 유기동물 입양이 반려동물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생명은 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책임 있게 돌봐야 할 존재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회복지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첫째,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보호자라면,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스러운 생로병사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떠난 후에도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새로운 생명을 입양하여 사랑을 나누는 것이 더 건강한 애도 방식일 것입니다. 따라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한 보호자들을 위한 애도 상담 및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보호자들에게 사별 과정에서의 애도 상담과 사회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복지 기관과 동물 보호 단체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에게 심리 상담과 지지 그룹을 제공하여, 복제라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아닌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정책을 강화하고, 보호자들이 유기동물 입양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보호자들에게 유기동물 입양이 반려동물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셋째,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상실한 보호자들에게 생명의 존엄성과 복제 기술의 한계를 알리는 교육을 진행하며, 반려동물을 단순히 외형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경험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동물복지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는 생명 존중과 인간 및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특히, ‘One Health, One Welfare(하나의 건강, 하나의 복지)’ 개념이 강조되면서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반려동물 복제는 생명을 기술적으로 조작하는 행위가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반려동물 복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윤리적, 사회적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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