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 사회사업 By 김세진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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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매년, '사례관리 사회사업 실천 사례 100편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사회복지사의 실천 사례를 PDF로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습니다.
그렇게 한 주 다섯 편, 5개월에 걸쳐 100편을 읽습니다. 약 1500쪽에 달합니다.
2022년 시즌1을 시작으로, 올해도 3월부터 시즌5를 시작했습니다.
시즌1이 101명, 시즌2가 130명, 시즌3이 101명, 시즌4가 59명, 이번 시즌5도 63명이나 신청하여 함께 읽고 있습니다.
오늘 보낸 '100-3편 민경이 이야기' (*아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학교사회복지사 임세연 선생님이 중학생 민경이를 도왔습니다.
민경이는 결석이 잦습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있고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습니다.
임세연 선생님은 민경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런저런 문제를 하나씩 제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그래도 해볼 만한 일을 찾고 그 과정에서 민경이 둘레에 좋은 관계를 세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에 앞서서 민경이와 신뢰 관계를 먼저 쌓으려 했습니다.
민경이 관심사인 네일 아트나 화장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만들었고, 늘 민경이 이야기에 경청했습니다.
경청은 존중의 구체적 행위입니다. 당사자의 일이니 당사자가 이뤄가야 하고, 그 시작이 경청입니다.
이 속에서도 임세연 선생님은 자기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며 민경이와 가족을 지원했습니다.
성급히 서두르지 않고 민경이의 속도와 때를 기다렸습니다.
결국 민경이는 결석을 줄이고, 조금씩 자기 길을 찾아갔습니다.
민경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단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써,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임세연 선생님은 몇 해 전 '책방,구슬꿰는실'에서 진행하는 책자기(책방에서 자기 책 만들기) 과정에 오셨습니다.
꾸준히 실천 이야기를 남겼고, '민경이' 이야기 외에도 여러 실천 사례를 정리하여
<함께 가는 걸음, 꽃피는 아이들>을 출판했습니다.
그 덕에 이렇게 귀한 이야기를 사회사업 현장에 두루 소개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가을, 임세연 선생님께서 이 원고를 보내주신 날은 점심 중이었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식사하며 원고를 읽다 눈물이 쏟아져 끝내 식사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어른으로서 어떻게 안내하고 거들어야 할까요?
민경이 이야기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민경이를 잘 만나준 임세연 선생님, 고맙습니다. 임세연 선생님 글 보며 배웠습니다.
아울러, '슈퍼비전' 강의할 때면 사회사업가로 바르게 실천하며 성찰하기 위해
반드시 스승(슈퍼바이저)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임세연 선생님 곁에 그런 분, 천화현 선생님이 있어 다행입니다.
민경이, 아니 이제는 민경 씨겠습니다. 상처를 자기 만의 무늬로 만들어간 민경 씨 삶을 응원합니다.
나아가 좋은 어른으로서 임세연 선생님이 안아준 것처럼 둘레에서 만나는 다음 세대 아이들 응원해 주세요.
"민경이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민경이를 성의정심으로 한결같이 마주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 진심이 조금은 민경이에게 닿은 듯했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는다면
민경이와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었던 순간일 겁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장 묻고 의논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힘’이 되어준 건 ‘동료’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같은 가치와 철학으로 일하는 동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할 때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며
함께 방법을 고민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민경이를 도운 임세연 선생님 실천 속에서 발견한 사회사업적 의미가 있습니다.
임세연 선생님은 민경이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민경이의 속도를 살피며 어떤 일을 벌이기 좋은 때를 기다립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도 당사자의 강점, 매력, 희망, 열망, 관계, 꿈에 마음을 두고 지원하는 관점.
이는 당사자에게도 그 존재와 삶이 가치 있음을 응원하는 과정이면서
그렇게 진행하는 사회복지사에게도 당사자를 그런 눈을 보게 만드는 훈련 과정입니다.
아울러, 역시 실천에 앞서 당사자와 신뢰가 먼저임을 다시 느끼게 하였습니다.
임세연 선생님이 민경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감동입니다.
매우 당연한 말임에도 언젠가부터 갈수록 우리 현장에서 옅어지는 듯한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당사자들은 처리해야 하는 일감이 아닙니다.
사회복지사는 모든 일을 맡아 진행하는 슈퍼맨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전문가와 기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갔습니다.
정체성이 만들어지만 집중할 일이 보이고 그 밖의 일에는 협력하면 된다는 여백이 생기지만,
정체성이 없으면 모두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부담이 생겨버립니다.
뜻은 숭고했으나 현실을 마주하며 이내 소진되고 맙니다.
학교사회복지사들과 공부나 회의나 심지어 사적 자리에서도 늘 강조하는 게 '슈퍼비전'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슈퍼비전 체계가 없는 현장이 '학교사회복지' 현장입니다.
내가 잘 돕고 있는지 나의 실천을 누군가 봐주지 않고 있고, 적극 나누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민경이를 도와간 과정을 나누며 성찰할 수 있었던 선배 학교사회복지사가 있었기에 위로와 응원이 되었습니다.
고맙고 다행입니다. 그러나 임세연 선생님 개인 인연으로 가능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현실적 대응, 구조적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어 잘 모르지만,
빠른 시기에 현실적 대응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비단 학교 현장이 아니더라도 사례관리 사업을 맡아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면 진행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슈퍼비전 체계를 갖추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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