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이론적 배경의 5가지 범주를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각 범주별로 세분화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관점에 근거해서 프로그램 개발하기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패러다임)'은 사업 전반에 걸쳐 방향성을 설정해주는 핵심 축이 된다. 문제 상황과 대상자(클라이언트)를 어떻게 인식하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목표, 핵심 활동, 평가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관점은 이론과 모델보다 더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철학적 전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기획 초기에 이를 명확히 설정해두면 각종 의사결정에서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관점(패러다임)을 어떻게 프로그램 개발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 대표적인 관점 예시, 구체적인 적용 절차 등을 살펴본다.

1. 관점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특징 : 관점(또는 패러다임)은 사회 문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철학이자 틀을 말한다. 즉, “무엇이 문제이며, 그 문제는 어떻게 발생했고, 우리는 어떤 가치와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관점 안에 함축되어 있다.

• 
  
• 추상적 수준: 이론이나 모델처럼 구체적인 개입 절차를 제시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가치와 기본 개념을 강조한다.
• 
  
• 프로그램 방향성 결정: 관점이 다르면,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므로 개입 방식과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왜 중요한가?

- 일관성 유지: 프로그램 목표부터 실행, 평가까지 통일된 가치·시각을 적용함으로써 사업의 일관성을 높인다.

- 조직·기관의 비전과 결합 용이: 기관이 추구하는 철학(예: “권한부여를 지향하는 복지관”)과 관점을 연결하면 내부 협조와 자원 활용이 수월해진다.

- 대상자 이해 폭 확장: 관점에 따라 대상자의 문제점을 ‘결핍’ 대신 ‘강점’으로 인식하거나, ‘개인’ 대신 ‘환경’ 요인으로 해석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2. 대표적인 관점 예시

사회복지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대표적인 관점들은 아래와 같다. 각 관점은 문제 인식과 해결 방식에 있어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1. 
   

2. 강점관점(Strengths-based Perspective)

   • - 결핍이나 취약점을 강조하기보다, 대상자 또는 지역사회의 잠재력과 장점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 예: 노인 우울증 문제를 해결할 때, 우울 자체를 해결해야 할 ‘부정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어르신이 가진 풍부한 삶의 경험·지혜를 장점으로 삼아 모임을 주도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3. 생태체계적 관점(Ecological Perspective)

   • - 개인을 둘러싼 미시체계(가족, 친구)부터 거시체계(지역사회, 제도, 문화)까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 - 예: 학교 부적응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 청소년 개인 특성뿐 아니라 가정환경, 또래 문화, 지역사회의 자원, 제도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한다.
     
     

4. 권한부여 관점(Empowerment Perspective)

   • -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 - 예: 빈곤 가정에게 단순히 생활비를 지원하기보다는, 취업 역량 강화나 소득창출 프로그램을 제공해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5. • 
     

3. 관점에 근거한 프로그램 개발의 핵심 절차

기관·지역사회 맥락 파악

• - 기관의 비전·미션 점검: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나 사업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예: “아동·청소년에게 기회를 주는 데 집중하는 기관”이면 강점관점, 권한부여 관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 - 지역사회 특성 분석: 농촌 지역인지, 도시 빈민 지역인지, 다문화 가정이 많은지 등에 따라 적합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 정의와 핵심 개념 도출

• - 문제 정의: 예컨대, 청소년 비행 문제를 ‘청소년 개인의 기질적 문제’로 볼지, ‘학교·가정·사회환경의 결핍’으로 볼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진다.
• - 핵심 개념 설정: 강점관점을 적용한다면, ‘청소년 잠재력, 역량’을 핵심 키워드로 선정하고, 페미니즘 관점이라면 ‘성적 불평등’, ‘젠더 폭력’ 등 개념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목표와 과정 설계

• - 장·단기 목표 설정: 관점에서 강조하는 주요 가치(예: ‘자립’ 혹은 ‘강점 활성화’)를 목표에 반영한다.
• - 프로그램 활동 설계: 관점에 부합하는 활동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예: 권한부여 관점이면 대상자가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참여형 워크샵’ 구성.
  
  

실행·평가·피드백

• - 실행 과정: 현장에서 관점을 일관되게 적용한다. 예: 강점관점을 취했다면, 평가 시에도 대상자의 성취나 긍정적 변화를 강조한다.
• - 평가: 프로그램 결과가 관점에서 의도한 목표(예: 역량 강화, 불평등 해소 등)에 실제로 부합했는지 측정한다.
• - 피드백: 관점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더 보완할 점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수정·보완한다.
  
  

4. 실제 적용 예시

강점관점 기반 “노인 역량 활성화 프로그램”

• - 배경: 농촌 지역 노인들의 우울감 및 사회적 고립 문제 파악.
• - 관점 채택: 강점관점을 적용해, 어르신들이 가진 다양한 능력(전통 음식, 수공예,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재발견하고, 이를 지역사회에서 재활용·공유하도록 기획.
• - 구체적인 활동
  1.   노인 특기 발굴 워크숍: 스스로 잘하는 일, 흥미 있는 일을 공유하고 팀별로 프로젝트 기획.
  2.   지역 축제 연계: 발굴된 특기를 지역축제 부스나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과 연결해,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함.
  3.   역할 인정·격려: 프로그램 과정 내내 노인들의 성취와 기여도를 인정해주고,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
• - 성과 지표: 노인 우울감 척도(사전·사후 비교), 프로그램 참여도, 지역 축제 참가 만족도, 본인 강점 인식도 변화 등을 측정.
• - 의의: 노인을 소극적인 ‘돌봄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동적 존재’로 재정의함으로써,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동기와 만족도를 높였다.
  
  

권한부여 관점 기반 “청년 자조 모임 활성화 프로그램”

• - 배경: 청년 실업 및 낮은 진로의식이 지역사회 문제로 부각됨.
• - 관점 채택: 권한부여 관점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와 생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한다’는 철학을 내세움.
• - 구체적인 활동
  1.   리더십 워크숍: 청년 중에서 리더그룹을 선발·훈련하여,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전 과정에 참여시킴.
  2.   자조 모임 결성: 분야별 관심사(창업, 자격증 준비, 문화활동 등)에 따라 소그룹을 구성해 주도적으로 활동하게 함.
  3.   멘토링 매칭: 실무 전문가나 선배 청년들과의 멘토링 기회를 마련하되, 청년들이 원하는 멘토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
• - 성과 지표: 청년들의 자존감 점수, 프로그램 이후 취업·창업 성취율, 자조 모임의 활동 지속 여부, 후속 프로젝트 기획 건수 등.
• - 의의: 단순히 구직 정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주도권’을 부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자립기반을 마련해주는 접근이다.
  
  

5. 관점 기반 프로그램 기획 시 유의사항

• 
  
• 현실성과의 조화 : 특정 관점이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이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제 운영 여건(예산, 인력, 기관 정책)과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 
  
• 대상자 개별성 존중 : 같은 관점을 적용하더라도, 대상자의 특성·상황·문화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맞춤형 세부 계획을 세운다.
• 
  
• 다른 관점과의 융합 가능성 : 복합적인 문제(빈곤·건강·심리)가 얽혀 있을 경우, 관점들도 혼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태체계적 관점과 강점관점을 결합해 다면적 접근을 시도한다.
• 
  
• 이론·연구 결과와의 연계 : 관점은 추상적 가치이므로, 구체적인 실천 가이드(모델)나 연구 결과와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6. 결론

이론적 관점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토대가 되는 철학이자,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원동력이다. 관점이 명확하면, 문제 정의부터 프로그램 설계, 실행, 평가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관된 논리와 메시지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관점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강점, 권한부여, 생태체계, 성불평등 등)은 프로그램 활동을 구체화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탄탄한 지침이 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고, 각 조직이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실무자들은 기관의 비전, 대상자 특성, 지역사회 환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관점을 선택하거나, 경우에 따라 여러 관점을 융합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관점은 단순한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프로그램을 더 깊이 있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유용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