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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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 강남 반지하의 비극 ... 50대, 고독사 수개월 만에 발견“] 최근 문화일보 기사로 보도된 사건의 헤드라인은 또 한번 우리에게 경종을 울렸다. 서울 강남. 부의 상징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한 중년 남성이 반지하 방 안에서 몇 달간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 했지만, 연말연시 예산소진이라는 행정 공백기라는 벽에 부딫혔고, 홀로 외로이 죽어갔다. 그와 같이 죽어서야 존재를 확인받게 된 안타까운 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끊어진 관계, 무너진 사회적 연결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를 보여주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인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허보연, 2025), 중년 남성은 자살생각과 고독사의 핵심 위험군이다. 그들은 삶의 위기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규범에 갇혀 있다. 실직과 경제적 부담, 이혼, 자녀와의 관계 단절 등 가족 관계 해체, 타인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부재 및 ‘누구에게도 기대면 안 된다’는 유교 사상에 찌든 남성성의 굴레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쌓이면 무망감과 자존감 상실이 깊어지고, 결국 삶에 대한 의미 자체, 희망을 내려 놓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실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해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바로 ‘가족’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존재를 확인해주는 가장 본질적인 사회적 지지체계로서의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조금 더 확실히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중년 남성은 구조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위치에 있다. 직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관계망은 퇴직과 함께 무너지기 쉽고, 경제적 역할이 약화되면 가족 내에서도 위상이 흔들린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대화로 전달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서서히 단절되어 간다. 이러한 단절은 곧 외로움과 무망감으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사회적 죽음, 심리적 죽음, 나아가 실제적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을 끊는 열쇠는 결국 관계에 있다. 특히 가족의 사회적 지지는 중년 남성의 자살생각과 고독사 위험을 낮추는 데 있어 핵심적인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허보연(2025)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중년 남성일수록 무망감 수준이 낮고, 자살에 대한 인지도나 충동 또한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은 단순한 공동 거주자가 아니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존재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심리적 안전지대인 것이다.
사회적 지지는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심리적 복원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외부 자원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가족의 지지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 여전히 가치가 있으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음식 한 그릇, 퇴근하고 돌아오는 이에게 건네지는 “왔어” 라는 말 한마디는 겉보기에 사소할 수 있으나 삶의 끝자락에 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을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고독사는 한순간의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쌓인 단절과 외로움의 결과이며,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신호들이 무수히 지나간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게 된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의 차원에서 가족 또는 주변 사회의 지지망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정 내에서 이들의 삶에 귀 기울여 진심 어린 대화를 시작하며, ‘당신의 존재는 우리에게 여전히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건네는 것이 바로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절망 상황 있더라도 가족들이 함께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면 죽어서야 존재를 확인받는 사건들의 발생이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참고문헌: 허보연(2025). 다집단 분석을 통한 가족의 사회적지지가 무망감과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과 음주, 우울의 매개효과 검증 : 40〜50대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서강대학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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