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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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상실과 치유: 사회복지사의 개입이 중요한 이유와 실천 방법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감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특히 1인 가구나 고령층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을 넘어 정서적 지지자이자 일상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이러한 관계가 단절된다는 점에서 큰 상실로 다가오며, 심리적 충격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반려동물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문화적·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낮고, 이를 겪는 이들에게 적절한 상담이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 역시 미비합니다. 그 결과 많은 반려인들이 극심한 슬픔 속에서도 제대로 된 위로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된 애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복지 실천 가이드에서는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대(Human-Animal Bond)가 자살을 예방할 만큼 강력한 정서적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유대가 끊어졌을 때에는 오히려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사별이 단순한 상실이 아닌, 가족을 잃는 것과 같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보편화된 오늘날, 반려동물의 죽음은 많은 반려인에게 깊은 슬픔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별 후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은 배우자나 가족을 잃었을 때와 유사하며, 사별 연구의 고전적 이론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의 ‘애도 단계’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죽음은 우울, 불안, 질병에 대한 취약성, 그리고 식사, 수면, 사회적 활동, 직업적 기능 수행의 저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을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죽음을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상실을 경험한 경우, 반려인의 충격은 더욱 깊고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립된 생활을 하는 1인 가구, 독거노인, 미혼 중장년층의 경우 펫로스에 더욱 취약하며, 일상생활 속 반려동물과 함께한 흔적들이 지속적으로 상실을 자극하는 2차적 상실(secondary loss)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반려동물의 죽음이 과거의 다른 상실 경험과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경우, 슬픔의 깊이는 배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큰 장애가 되는 요소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충분히 애도할 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깟 동물 때문에 왜 그렇게까지 슬퍼하느냐”, “하나 더 키우면 되잖아”, “부모님 돌아가셔도 저렇게는 안 슬퍼하겠네” 등과 같은 냉소적인 반응은, 반려인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고 치유의 과정을 시작할 기회를 가로막습니다.
이처럼 반려동물 상실에 대한 슬픔이 주변으로부터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할 때, 이를 학문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애도는 우울, 불안, 복합사별장애(Complicated Grief Disorder)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서적 과제입니다.
수년 전 제가 사회복지공유 플랫폼을 통해 펫로스 증후군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반려동물 상실이 왜 사회복지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돕기 위한 사회복지사의 실천적 개입 방안과 치료적 접근, 그리고 회복적 관점에서의 지원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실천적 개입 방안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사들은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겪는 이들에게 감정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고, 애도의 과정을 지지하는 심리사회적 개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을 넘어, 슬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실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접근으로는 첫째, 슬픔의 정상화(normalizing grief)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결코 과하거나 비정상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내담자들은 위로와 안정감을 얻게 됩니다.
둘째로는, 기억 유지 작업(memory work)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편지, 일기, 소품 등을 활용한 추억 정리는 내담자의 슬픔을 구체화하고, 애도를 위한 상징적 도구로 작용합니다.
셋째, 상징적 작별 의식(symbolic farewell)도 매우 유익합니다. 간단한 추모 편지쓰기, 함께 나무 심기, 기도문 낭독 등은 정서적 해소뿐 아니라 상실을 '마무리'하고 삶의 흐름을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개별 혹은 집단 상담을 통해 슬픔을 나누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작업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독거 어르신, 1인 가구, 청년층 등 고립감이 큰 대상에게는 사회적 지지망 연결과 일상 복귀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심화된 정서 반응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정신건강서비스나 전문기관과의 연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진설명: 펫로스 상담 전문가 조지훈의 저서 표지 그림
펫로스를 경험한 이들을 위한 개입은 치료 이전에 반드시 정서적 상태와 기능 저하의 정도, 일상생활 영향 등을 파악하는 초기 사정과 진단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는 내담자의 표현 언어, 감정 반응, 생활 리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와 면접 기술을 갖추어야 하며, 필요 시 심리검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협업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국,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단지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닌, 사회복지의 실천 대상인 삶의 상실 경험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이 감정을 존중하고 다루는 실천을 수행할 수 있을 때, 사회복지는 사람뿐 아니라 사람의 ‘돌봄 관계’를 온전히 포괄하는 전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려동물 상실에 적용 가능한 치료적 접근 기법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내담자에게는 정서적 지지 외에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기법을 통해 정서 조절과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사회복지 실천에서 적용 가능한 주요 치료기법들입니다.
미술치료(Art Therapy)
미술치료는 내담자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실의 경험을 이미지와 상징으로 외화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입니다. 특히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그림, 콜라주, 상자 만들기 등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슬픔을 조율하고 정서적 거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치료(Drama Therapy)
드라마치료는 역할극과 상징적 장면 구성을 통해 감정을 직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입니다. 반려동물에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가상의 상황에서 표현하거나, 함께 나눴을 대화를 상상하여 수행함으로써 정서적 통합을 돕습니다.
거울치료(Mirror Therapy)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고 이를 반영하며 수용하는 자기연민 훈련으로, 자책감이 크거나 정서 표현이 억제된 내담자에게 유용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회복의 메시지를 건네는 경험은 자기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치료(Trauma-Informed Therapy)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이별을 경험한 경우, 신체 반응까지 포함해 접근하는 트라우마 중심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EMDR이나 감각기반 치료 등은 감정적 고통을 안전하게 재처리하도록 돕습니다.
애도 저널링(Grief Journaling)
감정과 기억을 글로 정리하는 활동은 슬픔을 인식하고 감정 흐름을 추적하는 데 매우 유익합니다. 내담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 방향을 찾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집단상담(Group Counseling)
동일한 상실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집단상담은 펫로스를 겪는 내담자에게 강력한 회복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상실 경험을 '말할 수 있는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집단의 상호작용을 적절히 이끌고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상호 지지와 치유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인들의 애도를 기록한 펫로스 치류 상담가 최하늘의 저서 표지 그림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신중한 접근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후, 새로운 반려동물을 다시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이전 상실에 대한 애도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 이뤄질 경우, 새로운 동물은 무의식적으로 '대체'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입양 전에는 애도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감정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함께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입양은 상실의 회피가 아닌 회복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책임감 있는 결정과 준비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 사회복지사는 펫로스 증후군의 심각성과 의미를 이해하고 이러한 과정을 지지하고 안내함으로써,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의 감정 회복과 건강한 삶의 재구성을 도울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반려동물 상실에 대한 인식과 개입은 미흡하지만, 이러한 이해를 토대로 소규모 상담, 애도 활동 지원, 지역 돌봄체계와의 연계 등 가능한 실천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 속 상실을 놓치지 않고 돌보는 복지 실천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다가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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