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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후, 마음의 잿더미 위에서 : 사회복지 현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5년 3월 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경북 지역의 피해소식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지난 30년간 산불로 인해 재산 피해가 2조 4000억원이 넘는다고 보도를 하고 있으며, 피해 면적은 서울시의 1.46배가 넘는다고 심각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통계 데이터 수치보다는 올해 경북 의성 산불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갑작스럽게 예견치 못한 산불이 일어나고 나면  주민 중 상당수는 한순간에 삶의 일상이 무너지고,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방송에서 접하게 되는 이재민 보호소 사람들의 목소리는 “잠이 오지 않는다”, “불만 보면 가슴이 뛴다”는 고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재난으로 인한 물리적 복구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지만 마음의 회복은 더디고 오래 걸리기 마련입니다. 


필자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 지역주민들을 위한 심리지원을 실시했던 경험이 있으며, 그외 다양한 재난현장에 심리지원 활동을 위해 참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들과 피해자들의 다양한 호소들은 이번 산불 피해경험자들에게도 다르지 않게 나타날 것 입니다


우선 예견치 못한 이번 산불은 피해경험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 무력감, 상실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생존에 집중을 하느라 감정을 억누르기도하고 나보다 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걱정하며, 현재의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산불로 인한 후유증이 본격화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 심리적 고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심리지원 활동이 동반되는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심리지원은 단순한 심리 상담이 아니라, 일상 회복을 위한 안전한 정서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현장에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이 회복의 첫 연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복지현장에서도 심리지원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높여야 합니다. 


첫째, 조기 인식과 자기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산불 이후에 자신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정서상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의 심리적 어려움을 꺼내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가 복구되면서 실제 현장에서 피해를 경험하는 청년부터 노년까지 모든 연령층에 정서적 상태를 확인하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정서 자가진단 키트, 감정일기,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할 수 도 있으며, 재난 심리지원센터와 심리상담전문가들을 통해 피해경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돕도록 해야합니다. 


둘째, 음주 및 회피행동에 대한 예방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예견하지 못한 산불은 피해경험자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이때, 일부 피해자들은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알코올, 흡연, 불면증 약물 등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음주 및 회피행동으로 인해 일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도움망이 필요합니다. 또한 심리정서적 응급처치를 통해 어떠한 마음의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예방적 측면의 교육과 상담들도 필요합니다. 


셋째,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성의 회복

시간이 지나면 무너진 건물과 물건들을 차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도 이번 산불의 이야기들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경험자들은 그 고통속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나혼자 남겨져 있는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경험한 피해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자조모임을 통해 회복의 이르는 길을 나가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넷째, 복지기관을 통해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심리 정보 접근성 보장

지역 복지관, 보건소, 청년센터 등에 다양한 보건복지 지원기관에서는 피해경험자들에 대한 심리지원 리플렛, 자가진단 도구, 상담 연계 절차 안내 등을 주기적으로 배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차피해 경험자가 현재는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이후에는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들, 피해복구 및 구조구급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 기자 및 언론사 관계자등에 대한 지원정보들도 안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재난은 모두에게 충격이지만, 그 충격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피해경험자의 감정에 등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감정은 정상이며, 여러분은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심리지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쩌면 심리지원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우리들은 피해자를 돕는 ‘전문가’이자, 이번 화재현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우리의 공동체와 지역사회에서 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사람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실천하는 하루하루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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