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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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에서 노인들을 만나다보면 가족들과의 의견이 다른 경우들이 많이 있다. 또한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들도 있습니다.
Q : 마음이 답답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요즘 아버지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요.”
“어머니가 하루 종일 말이 없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아요.”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흔히 듣는 이런 말들은 노인의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노인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정서적 신호일 수 있다는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노년기는 흔히들 '상실'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또한 노년기는 분노와 무기력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노와 무기력은 ‘짜증’, ‘무관심’, ‘완고함’으로 표출되며, 때로는 심리적 고통이 외면된 채 오해되기도 한다.
우리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중 '짜증'을 자주 부리시고 어떠한 조율도 없는 꼬장꼬장 즉 '완고함'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심리적 고통을 외면한 오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동안 노인의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면, 늘 살아가는데 감정은 ‘참아야 했다’.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와 규범, 가족을 위한 희생,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인식 속에서 슬픔과 외로움, 분노와 억울함을 내면에 눌러 담고 살아온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노인들도 신체적으로 약해지고, 상실을 경험하게 되며, 의존 상황이 반복되면서 억제된 감정은 터져 나오거나 극단적으로 꺼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분노가 표출되기도 하며, 무기력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관계의 단절이 지속되면, 분노로 표출될 수 있으며,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게 되면 무기력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의 신호들을 우리가 명확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인식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의 분노와 무기력은 때로 ‘마음의 경보’이자,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단지 지금의 상황이 화가 나서가 아니라, 이해받고 싶은 마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쓸모없어졌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무기력 역시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하루가 무의미하다는 감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앞선 표현들은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신호를 탐색하는데 중요한 징후 일 수 있습니다.
혹시 최근에 만나고 계신 노인들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쓰시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제 필요 없는 사람이다.”
“왜 이렇게 다 귀찮지…”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요즘 누가 찾아오지도 않는다.”
위와 같은 표현들을 지속할때 우리는 그분의 마음을 듣기보다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떤 부분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셨을까요?"라는 부드러운 질문 하나가, 노인이 내면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지역사회에서 평소에 노인이 감정 표현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감정을 언어와 행동으로 풀어내도록 연습하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예를들어 글쓰기, 그림, 노인극단, 회고 나눔 모임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 속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감정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것도 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기분이 어땠지?”, “오늘 어떤 일이 가장 기뻤나?”라는 짧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실천가 주변에 분노와 무기력이 가득한 노인들이 많다면.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노인의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 정신건강은 단지 질병의 유무가 아니라, 존중받고 있다는 마음,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안도감, 관계 속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회복은 시작됩니다.
초고령사회에 우리는 나와 내주변에 한가지 질문을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대화는 무엇인지”. 실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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