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민주주의 By 승근배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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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면접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면접관이 아닌 피면접자로서 말이죠. 면접에 대한 여러 경험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압박면접입니다. 공공기관이었고 경력직을 채용하는 그룹면접이었습니다. 면접관이 다섯분 정도였고 피면접자가 다섯명이었습니다. 면접관들이 순서를 정해서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을 묻는 형식이었습니다.
여러분 '1+1은 얼마일까요?' 이것이 제가 받은 면접질문입니다. 많이 당황했습니다. '2'라고 답하면 너무 형식적인 사람으로 볼 것 같고, 또 다른 답을 하기에는 그 이유가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의 고민 끝에 '2'라고 답했죠. 그런데 면접관이 '틀렸어요, 답은 '3'입니다. 동의하시나요?'라고 추가질문하였습니다. 또 저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한 끝에 '네 '3' 맞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이 추가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상사가 '3'이 아니라 '2'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겠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이때쯤 되면 이도저도 못하는 멘붕 상태가 됩니다. 저는 결국 '네 그럼 '2' 맞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이 '아닙니다 답은 '3'입니다' 어떻게 답을 하실건가요?라고 재차 물어왔습니다. 그 뒤의 대답은 기억이 없습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탈락임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움보다는 저와 같이 있었던 피면접자 4명과 면접관 5명이 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권력자의 질문에 따라 답을 내는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습니다. 그것이 압박질문이라는 것을요. 압박질문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었죠. 지금은 압박질문은 사라졌습니다. 비인권적이거든요. 지금 세상에서 그런 압박질문을 하면 당장에 면접관으로 부르지도 않을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당할 것입니다. 좋은 세상입니다.
시간이 또 많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 후로 면접관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인재개발과 양성을 하는 곳에서 주관하는 면접관 역량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기관에서도 많은 채용면접이 있었고 다른 기관의 인사위원회로 위촉되어 또 많은 면접관으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최근에 공공기관에 면접관으로 위촉되어 면접 위원장을 했습니다.
그 당시의 제 나이인 분들이 지원자로 참여하셨고 그분들에게 여러 질문을 통해 기관에 적합한 분을 채용하기 위해 심사숙고하였습니다. 압박면접은 없었고 되도록이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지원자들의 소신과 경험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하였습니다. 면접은 한 사람의 인생을 묻는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과정 안에서 자신의 가진 경험과 역량이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조직도 나의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묻고 답하는 것이 면접인 것이죠. 때문에 압박면접은 해서는 안되는 질문기법입니다. 인생을 이야기 하는데 압박을 하는 것은 삶을 억압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면접심사가 끝난 후, 화장실에 들렸는데 이런 문구가 있더군요 '나비를 쫓으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정원을 손질하면 나비가 저절로 찾아옵니다' 정원을 만들었으니 나비들이 찾아 온 것이고 저는 그 나비와 대화를 한 것이죠. 잠자리 채로 나비를 억압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에게 온 나비를 잡으려고 압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근래에도 노인요양원의 구인은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분들이 많이 필요한데 다행스럽게도 구인할 때마다 2~3명 정도는 이력서가 들어옵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큰 행복입니다. 우리가 가꾸는 정원에 대해 좋은 소문이 났다는 것이니까요. 좋은 정원을 가꾸면 좋은 나비들이 찾아 올 것이고 저는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다정한 삶을 살아오신 나비분들과 모시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어르신들은 친절하고 다정한 분들에게 요양을 받게 될 것이고 우리 정원은 더 친절하고 다정한 곳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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