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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돌봄청년을 주목해야 하는가

  • 가족돌봄청년
  • 간병살인
  • 영케어러
  • 자립지원청년

박사 과정생 시절 교수님 중 한분께서 은평구에 소재한 자립지원 청년에게 집밥을 만들어주는 시설의 책임자로 계셔서 방문했던 경험이 있다. 교수님은 카톨릭 수사 이셨는데 이전에는 아동복지시설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시다가 근무지를 이전하셨다. 대부분의 밥집알로에 오는 청년들은 수사님이 근무하셨던 아동복지시설에서 18세가 되어 보호 종료가 된 청년들이었고 아직은 준비가 안됐을 수도 있는 이들의 홀로서기 과정을 지원하는 곳이 바로 밥집알로이다. 자립지원청년들은 동에서 근무하다보면 가장 접근이 어려운 대상 중 하나이다. 주로 공적 급여 지원이나 안부확인, 후원품 배부 등의 단순 서비스연계 등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복지서비스 특성상 젊은 청년들은 자신들은 그런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대부분 근로를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상황이라 주민센터에 내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외적인 요인 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이들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경계심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당시 자립지원 청년들에 대해 수사님께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았던 부분 중 하나는 모든 청년들에게 보호자나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고 가족이 있지만 여러 가지 형편상 아이를 키우지 못했던 가정도 많고 이들 자립지원청년이 장성해서 근로를 시작하면 그들을 시설에 맡겼던 부모가 병든 채 다시 나타나 부양의 짐을 지우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영 케어러(Young Carer)’ 혹은 가족돌봄청년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가족을 돕는 효심의 행위로 보아왔던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청년층이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변화이다. 특히 2021년 대구에서 발생한 간병 방임 사망 사건은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사건의 당사자인 20대 청년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며 생계와 간병을 혼자 떠맡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맞았다. 몸이 아파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에게 처방 약과 물을 주지 않아 방치해 존속살해 혐의로 아들은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형이 확정되었다. 존속살해 혐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이들 부자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상황이 결국 이러한 비극을 낳은 원인이라는 것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고, 경제적 위기로 인해 병원비나 생활비 또는 간병 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 사건은 또한 우리 사회가 무심코 지나쳐 온 청년들의 숨어있는 돌봄을 조명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례를 효자혹은 효녀로 미화했지만, 이는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참아내며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리고 미래의 꿈을 위해 노력해 이루어야 하는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있는 청년의 현실을 외면한 결과다. 이들 청년은 가족 간병과 동시에 학업, 취업,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장기적으로 빈곤과 사회적 고립의 악순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족돌봄청년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복지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조례에서 가족돌봄청년의 정의를 장애, 질병, 정신 및 신체의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진 민법 제779조에 따른 가족을 돌보고 있는 9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서울특별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 서울특별시조례 제9496, 2025. 1. 3., 일부개정). 정부도 위기상황에 놓인 아동·청년에 대한 지원 사항을 규정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20846, 2025. 3. 25., 제정 / 시행 2027. 3. 26을 제정하여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의 가족을 대상으로 무보수 돌봄 노동을 장기적으로 수행하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스로를 돌봄자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돌봄을 가족 내의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사회제도와의 연결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이들을 숨은 케어러(hidden carer)’라고 부르며,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참고사이트 및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최영준 외(2024). 돌봄 청소년 맞춤형 지원 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 월드비전

(https://www.worldvision.or.kr/uploads/contents/report/20250124/20250124084610_%EB%8F%8C%EB%B4%84%20%EC%B2%AD%EC%86%8C%EB%85%84_%EC%9D%B4%EC%8A%88%EB%B8%8C%EB%A6%AC%ED%94%84_%EC%B5%9C%EC%A2%8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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