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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 기획자, '왜? '에서 시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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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기획자. ‘?’에서 시작하는 사람 기획은 질문을 통한 문제정의에서 시작한다.

 

 

"계획은 있는데, 왜 기획은 없을까?"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다 보면 계획은 익숙하다. 월 단위 일정표, 연간사업계획, 실적 관리표정리도 하고, 보고도 하고, 작성도 잘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실적은 잘 나왔는데 참여자 반응은 냉랭하거나, 프로그램을 매년 반복하는데도 뭔가 바뀐 게 없다고 느껴질 때, 혹은 복지관의 가치와 현실 사이에 어딘가 어긋난 듯한 피로감을 느낄 때 말이다. 바로 그럴 때, 이렇게 묻게 된다. “우리는 이걸 왜 하는 거지?”

 

예를 들어보자.

주민 대상 프로그램이 있고,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도 비슷하고,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실적은 나오고, 결과보고서도 작성된다. 그런데 정작 참여자 반응은 시큰둥하고, 담당자는 지쳐 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계획은 있었지만, 기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은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게 아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이게 누구에게 필요한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밝은 별 김재춘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이 문장은 우리가 현장에서 흔히 마주하는 형식적 계획의 허약함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겉보기엔 그럴듯한 성과와 체계가 있어도, 내면에는 부재함이 가득하다. 스토리 없이, 고민 없이, 실행력 없이... 

기획 없는 실천은 복지현장에서 반복되는 일의 피로감의미의 부재를 동시에 발생시키지 않을까?

 

글을 읽으며 시야를 바꿔 뒤집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기획은 스토리를 만들고 고민하게 하고 실행의 근거가 되며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된다.

계획은 절차를 따르지만, 기획은 방향을 묻는다. 계획이 실천을 기록한다면, 기획은 실천을 살아 있게 만들고, 반복을 넘어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가 사회사업 실천 현장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우리가 보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일까?”라는 질문 말이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아무리 정교한 계획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문제정의는 기획의 시작이자, 실천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다.

 

 

왜 우리는 '?'를 물어야 할까?

왜 이 사업을 해야 하지?’ ‘이 문제가 왜 생겼을까?’ ‘누구에게 정말 필요한 걸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문제의 진짜 원인을 놓치고, 잘못된 해법을 반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EBS의 영상 부유한 효은이, 가난한 효은이(클릭)에서는 같은 아이의 영상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배경이 '부유해 보이느냐' 혹은 '가난해 보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내려진다. 한쪽에서는 자신감 있고 똑똑한 아이라고 해석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눌하고 부족한 아이라고 평가한다. 같은 행동을 보고도 왜 이렇게 다르게 판단하게 되었을까? 배경이라는 선입견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우리가 복지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할 때, 겉으로 보이는 현상과 판단이 얼마나 편견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없는 이유를 단순히 홍보 부족으로 오인하거나, 민원이 잦다는 이유로 소진 예방 교육을 기획하는 일처럼 말이다. 실제 문제는 프로그램 주제가 삶의 맥락과 맞지 않거나, 시스템이 주민을 반복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구조 속에 있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반응하면, 해결은커녕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라는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진짜 문제의 정체가 드러난다.

를 묻지 않으면 표면적인 현상만 보고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엉뚱한 곳에 예산과 시간이 쓰이고, 당사자들은 변화 없이 그대로 남게 된다.

 

 

왜 질문은 문제를 다시 보게 한다.

기획은 문제를 단순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그 문제의 맥락, 구조, 반복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그냥생기지 않는다. 거기엔 언제나 구조적 원인이 숨어 있다.


'?'라는 질문은 그 구조를 보게 해준다.

'왜 청소년이 시설을 멀리할까?'

'왜 주민참여가 형식적으로만 이뤄질까?'

이 질문은 현상 너머의 구조, 제도, 인식, 관계의 틀을 보게 하고, 사회복지사가 진짜 개입해야 할 지점을 찾아내게 한다.

 

 

실무에서 바로 써보자 로 시작하는 기획


1. 처음부터 ?”로 시작하기

이 사업, 꼭 지금 필요한가?

다른 방식은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당사자가 이 사업에서 무엇을 얻길 바랄까?

 

2. ‘를 계속 묻는 연습, 왜는 더이상 새로운 질문이 나오지 않을때까지 물어야 한다.

신청자가 줄었어요.’

왜 줄었죠?

참여자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그걸 바꿀 수 있는 요소는?

그러면 바꿔야 할 건 뭘까?

그걸 바꾸는 게 왜 중요할까?

 

3. 기획서에 를 담기

단지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 왜 그렇게 하는지를 한 줄 넣는 것만으로도 설득력이 달라진다.


 

마무리하며

사회복지사는 단지 프로그램 운영자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당사자의 삶을 바꾸는 흐름을 설계하는 기획자.

기획은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두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된다. “?”

지금 당신이 계획서를 쓰고 있다면, 그 문서의 첫 문장보다 먼저, 이 질문부터 떠올려 보자.

왜 이 사업을 해야 하죠?

그 질문이 여러분을 좋은 복지 실천가이자 기획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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