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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 잃어버린 시간을 사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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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하는 청년 가장 15만명 ... 62%가 마음의 병 앓아

 


2024년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조선일보 기사의 한 헤드라인이었다.

 

통계청이 20241219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한국의 가족돌봄청년은 2020년 기준으로 약 153천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25~34세가 55%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서는 이들 가족 돌봄 청년들이 평균적으로 주당 21.6시간 이상을 가족 돌봄에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이 돌봄을 희망하는 시간인 14.3시간에 비해 7.3시간 더 길게 돌보고 있었다. 이러한 시간은 본인의 학업, 진로탐색, 여가시간을 심각하게 침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들 가족돌봄 청년우울감 유병률은 약 61.5%로 일반청년(8.5%)7배 이상이며, 주돌봄자의 경우 일반청년의 8배 이상(70.9%)으로 나타났다.

 



누구도 어린 시절 꿈꿀 때, "나는 아플 가족을 돌보며 살아가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선택할 수 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채, 가족을 위해, 생존을 위해, 너무 이른 희생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을 하면 마음 편히 직장생활에 전념할 수 있을까? 언제 부모님을, 다른 가족을 돌보거나 간병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이들을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몰아넣을 수 밖에 없게 만들고 경제적 자립 또한 더욱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해 지게 된다.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지원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청년들은 극히 일부이며, 다수의 가족돌봄청년들은 스스로를 '돌봄자'로 인식하지 못해 지원 제도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 발굴 과정을 통해 발굴된 청년들 중에도, 부모로부터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발굴과정에 혼선이 존재한다. 물론 단순 위기정보로만 가족돌봄청년을 찾아내기 어려워 담당자들이 일일이 연락하고 만나서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인지를 판별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바닷가 모래알 중에 바늘을 찾는 느낌으로 이들 가족돌봄청년들을 발굴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씁쓸함을 지워내기는 어렵다. 이들에 대한 현행 지원체계는 돌봄 유형별·단계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코디네이터 부재, 소득기준에 따른 배제, 지원 절차의 복잡성 등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돌봄을 병행하는 근로 청년들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지원 정보를 탐색하거나 신청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 가족돌봄청년 지원의 초점은 발굴에서 접근성 강화로 변화되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가족돌봄청년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지원제도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역사회 내 학교, 병원, 주민센터 등 일선 기관이 초기 발견과 연계의 게이트웨이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온라인 기반의 홍보 콘텐츠 개발과 상담 채널을 더 폭넓게 마련한다면 이들에게 좀 더 친화적 접근성을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돌봄 유형·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족돌봄청년의 상황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신체질환, 정신질환, 알코올 문제 등 돌봄의 성격과 강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달라진다. 따라서 초기 돌봄기, 장기 돌봄기, 사별 이후 등 돌봄 주기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심리상담, 진로설계, 휴식 기회 제공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코디네이터 중심의 통합지원 체계 마련이 병행되어지면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가족돌봄청년은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관이나 제도로는 충분한 지원이 어렵다. 복지, 교육, 의료, 고용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코디네이터가 청년 개인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통합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원의 보편성과 지속성 강화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소득기준 등으로 지원 대상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을 넘어, 가족돌봄청년이라는 돌봄 경험자체를 인정하고, 선별지원이 아닌 보편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돌봄 종료 이후에도 사후관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청년의 장기적 생애주기를 고려한 지속적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결국 가족돌봄청년 문제는 단지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다. 돌봄은 삶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며, 이를 감당하는 청년들이 희생이 아닌, 정당한 지원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더 촘촘한 발굴, 더 따뜻한 연결, 그리고 더 지속 가능한 지원을 통해, 청년이 돌봄의 굴레를 넘어 자신만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참고자료>

 

한국의 사회동향 2024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2024년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 업무가이드라인

조선일보 기사<간병하는 청년 가장 15만명62%가 마음의 병 앓아> 2024.12.20.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12/20/4LL7VC5MPZAWXAHEI5NKTHZL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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