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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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반려동물도 함께여야 합니다
― 사회복지 실천의 관점에서 본 동반 입소의 필요성
최근 부산광역시는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정책에서 반려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특별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이러한 사업을 시행한 부산시는,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쉼터에 입소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을 일정 기간 위탁 보호하거나, 일부 보호시설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동물복지의 확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하고 정서를 지지해주는 삶의 일부이자 가족입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의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이 유일하게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반려동물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대다수의 쉼터는 반려동물의 동반 입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입소를 포기하거나, 유기라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시의 정책은 피해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를 실험적으로나마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만 입소할 수 있는 쉼터'를 넘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호 체계를 전환해 나가는 과정이며, 사회복지실천이 지향해야 할 돌봄의 확장된 형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여성폭력 피해자와 반려동물 함께 보살피는 부산시의 사업을 소개하는 기사의 자료 사진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192538.html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도는 아직까지 ‘반려동물 동반 입소’를 일반적인 보호 방식으로 채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피해자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정서적 지지의 원천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회복과 안전을 진정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람만 입소 가능한 쉼터’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정서적 가족으로서의 반려동물: 함께 살아온 존재, 함께 피신해야 할 이유
가정폭력 피해자의 삶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생명 동반자입니다. 특히 학대자로부터 장기적으로 고립되고 위협받아온 피해자의 경우, 반려동물과 맺은 관계는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더 깊은 신뢰와 위로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는 ‘Human-Animal Bond(인간-동물 유대)’라고 불리며, 이는 외상 후 회복과정에서 중요한 치유 자원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동물복지 및 피해자 보호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이 피해자에게 유일한 지지체계인 경우가 많으며, 이 유대가 유지될 때 삶에 대한 희망과 안전감이 증진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Domestic Violence and Pets | The Maryland People's Law Library).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쉼터는 반려동물을 동반한 입소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입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과 동물학대는 함께 발생합니다
현장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동물학대는 가정폭력의 한 징후이자 구성 요소입니다. 가정폭력 가해자 다수가 자녀나 배우자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도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자료에서도 유사한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반려동물이 걱정되어 도망치지 못했다”고 진술하며, 일부는 가해자가 반려동물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반려동물을 남기고 쉼터로 향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하며, 피해자에게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셈입니다(Domestic Violence and Pets | The Maryland People's Law Library).
해외 사례 : 뉴욕 URI의 PALS 프로그램
해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제도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 뉴욕시의 Urban Resource Institute (URI)는 2013년부터 PALS (People and Animals Living Safely)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과 동물의 유대가 회복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피해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현재 PALS는 뉴욕시 내 11개 보호시설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약 800여 마리의 반려동물과 600여 가족이 함께 보호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PALS는 단순히 공동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의사 진료, 행동전문가 상담, 육아 및 경제자립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인간-동물 유대(Human-Animal Bond)를 실천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URI는 이를 통해 "온 가족이 함께 회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진설명: 가정폭력 피해자와 반려동물의 동반입소가 가능한 미국의 한 가정폭력 쉼터의 홈페이지 사진 https://urinyc.org/uripals/
사회복지사는 ‘누가 함께 입소해야 하는가’를 묻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사회복지 실천은 클라이언트의 전인적 삶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피해자에게 “혼자 오셨나요?”라고 묻기보다는 “함께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존재는 자녀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고양이나 개, 또는 다른 종류의 반려동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반려동물을 ‘부차적인 존재’로 간주해 왔지만, 피해자에게는 그들이 삶의 일부이자 회복의 근거입니다. 사회복지사는 바로 그 ‘삶 전체’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피해자에 대한 감수성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시혜가 아닌 실천 윤리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이제는 쉼터의 기준을 다시 써야 할 때입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습니다. 서울과 경기, 최근의 부산시까지 제한적이나마 위탁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였으며, 일부 쉼터는 반려동물 동반 입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 조치에 불과하며, 전국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반려동물은 피해자가 다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할 존재입니다. 쉼터가 진정한 피난처이자 회복의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공간이 표준이 되어야 합니다. Human-Animal Bond는 우리가 보호하고 지지해야 할 관계입니다. 우리는 이제 쉼터의 문턱을 넘어, 관계를 지키는 복지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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