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사람 By 김승수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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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현장에서의 하수(下手)와 고수(高手)의 차이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조직이론 분야에서 잘 알려진 교육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미성숙-성숙이론」에서 자신의 안위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혁신성도 담대함도 그리고 창의성도 보이지 못하는 무능함을 꼬집는 말로 「숙련된 무능 / Skilled Incompetence」이란 말을 사용했다. 자격은 갖추고 있으나 작은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책임 회피나 타인에 대한 비난 그리고 변명과 핑계 등 미성숙한 반응으로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들이 하는 계획과 구상은 명쾌하고 결함이 없지만 문제의 본질과 근원을 꿰뚫지 못하므로 궁극적 변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당연히 실패를 두려워하고 외부의 기대에 부합하고자 하며 자신의 생존에 우선을 두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이며 「실천적 지혜」라고 부르는 그리스어 「프로네시스 / phronesis」가 이들에겐 결여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하수(下手)와 고수(高手)의 극명한 차이라 생각한다. 하수(下手)와 고수(高手) 차이는 자격을 갖춘 기술적 숙련도가 아니다. 지위나 학벌, 신분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타인에 대한 연민(Compassion)이나 사회적 고통에 대한 공감(Empathy)은 안중에도 없는 매뉴얼에 근거한 기계적 실천은 위험하다. 또한 당사자를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상화하거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대상화할 수 있음에 늘 경계해야 한다. 전문적 기술보다 사람에 대한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실천적 지혜」는 엄격한 도덕적 감수성, 공동체에 대한 책무감, 겸허한 비판의 수용,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만 나올 수 있다.
정혜신 박사가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 상황을 대상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대상을 더 이해하게 되고, 이해 할 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라고 공감에 대한 생각을 적어두었다.
그러므로 당사자의 삶에 작은 변화를 함께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가시적 성과가 아니어도 본질에 근거한 장기적이고 꾸준한 공감의 노력과 묵묵한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이 하수(下手)와 고수(高手)의 다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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