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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은 일상의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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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은 일상의 반복에서 시작된다.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인천 서구에는 오래전부터 자주 들리는 풀빵이 맛있는 작은 분식집이 있다. 그 가게의 입구에는 여든이 넘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계신데, 그 분이 가게의 주인이시다. 분식집에서 사장님의 주요 역할은 풀빵을 만드시는 것이고, 그 분의 자리 옆에는 풀빵 반죽과 단팥 그리고 각종 도구와 재료가 군데군데 놓여져 있다. 오랜만에 뵈어 반갑기도하고, 싸갈 풀빵을 주문해 두고 어르신에게 몇 마디 여쭈어 보았다. 


    “어르신 어떻게 풀빵이 너무 달지도 않고, 예전 그 맛을 유지하세요.” 

어르신 “(웃으시며) 별거 없어요. 그냥 하던대로 하는 거예요.”

    “그럼 반죽하실 때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으세요?”

어르신 “(웃으시며)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반죽 적당히 하면 같은 맛이 나는 거지.”


말이 그냥 반죽이지 고무통 한가득이면 적은 양도 아닌데, 그걸 적당히 하면 된다는 말씀에 궁금증이 생겨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설탕은 많이 안 넣으세요?”

어르신 “설탕 안 넣으면 맛이 날 리가 있겠어요?. 넣어야지.”

    “어느 정도를 넣으시길래 이렇게 적당히 달고 맛있어요?”

어르신 “특별히 정해진 건 없어요. 감으로 하는 거지. 일단 반죽 양에 따라 대충 넣고 (오른손을 말아쥐시면서) 나머진 적당히 슬슬슬 뿌려서 간을 맞춰요.”


예상대로 과학적, 합리적 설득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슬슬슬’ 이란 말씀을 통해 어르신만의 전문가적인 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성은 역시 꾸준한 일상의 반복에서 나오는 것이고, 정확히 계량화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본인이 설정하게 되고, 그 일상의 반복에서 속도가 붙는 시점에 전문성은 자연럽게 내재화 된다. 그렇게 수 없는 일상의 반복을 통해 결국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만들어지게 된다. 

‘적당히’, ‘슬슬슬’ 은 계량화된 척도는 아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들의 반복된 일상이 그 분야의 전문성과 고유함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전문성은 속성으로 배울 수도 없고 계량화 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어요?”라는 청중의 질문에 그냥 덤덤히

“그럼 사진을 많이 찍으세요.”라고 말한 사진작가의 말이 명확히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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