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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라는 집, 그리고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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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화

사회복지시설 경력이 아마 20년은 넘은 듯 합니다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일제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

좀 더 신앙적 가치에 부합하는 일을 찾다 보니 시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 꿈은,

시설이 필요한 분들에게 집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그런 여정에 있는 분들과 일하는 곳이 시설이란 곳입니다

완전한 탈시설화가 쉽지 않듯이 완전한 집이 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좋은 집이 되기 위해 서로가 보탬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탈시설...

여기에서 살고 있는 분들을 불쌍하게 만드는 단어이며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로 느껴지게 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일은 하시되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권을 얻기 위해 시설페쇄를 주장하지 않으시듯이

우리도 이권을 위해 시설을 영위하지 않습니다

기득권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듯이

저희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바람은

시설을 지키는 것도폐쇄하는 것도 아니었으면 합니다

집이 필요한 분들에게 벗이 되어 주어 서로에게 공헌하였으면 합니다

같은 마음인 것이니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수몰지역에 집이 있었습니다

전기가 필요하니 시내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개발지역에도 집이 있었습니다

성화가 지나가니 좋은 집으로 이사가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떠난 분들은 도시빈민이 되었고 가난한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은 20살만 되면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들은 살던 곳을 집으로 불렀지만 20살만 되면 이제는 집이 아니니 살 집을 찾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집을 떠난 아이들은 시설출신이라는 낙인이 붙습니다

집에서 살았는데 왜 사회는 집이 아니라 시설이라고 할까요


성소수자들인 동성부부의 바람은 가족으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엿하게 한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들이 사는 집은 기숙사도 아니고 숙박시설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내 집에서 살고 있지만 사회는 집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집에서 살고 있는데 사회는 그들의 집을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집이라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걸까요

강남3구의 아파트와 변두리의 아파트는 지역이 다를 뿐이지 같은 집입니다

펜트하우스도 집이고 빌라도 집이고 쓰러져가는 집도 집은 집입니다

집이라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삶을 영위하는 장소로써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인정되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집이 아니면 집이 되어주어야지 집을 허물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정하고 허물려 한다면 그것이 차별이자 억압입니다

 

 


# 시설이라는 집

수몰지역과 개발지역보육시설과 동성부부 그리고 주거의 격차까지

아픈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을 옹호하고 벗이 되어 준 운동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집을 잃은 사람에게 집을 마련해주었고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위로의 집이 되어주었습니다

고마운 운동이 있었기에 이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성인 중증지적장애인들이 계십니다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도시는 쉽지 않은 공간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그들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평생동안 집이 되어주지 못하기에 자녀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찾습니다

그곳이 시설이라는 곳입니다

 

삶이 퍽퍽하니 일찍이 시설에 자녀를 맡긴 부모도 있습니다

연고가 없어서 어려서부터 시설에 맡겨진 분들도 있습니다

부모들의 바람은 그곳이 시설이 아니라 집이었으면 합니다

사회의 바람도 나약한 그들에게 든든한 집이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집이 되어 주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족이 아니니집단으로 생활을 하니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사고도 많았고 풀어야 할 문제들도 한 가득입니다

그렇다고 그 집을 허물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족하면 채워서 집이 되어주어야지 집을 허물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고 가족을 해체하지 않습니다


자립이 우선이고 시설은 집이 아니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천민자본주의의 개발주의와 많이 닮았습니다

국제사회가 말하는 자립이란 밀어버려서 얻어지는 발전이 아니라

그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포용적 진전입니다

존재를 부정하고 얻어지는 힘의 쟁취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얻어지는 힘의 공존입니다




# 운동

고마운 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부정되어 허물기 이전에 집으로 인정하는 운동으로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몰지역이든 개발지역이든 다 쓰러져가는 집이든 집은 집입니다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이 사는 공간도 집은 집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시설이라는 공간이지만 집은 집입니다

 

탈시설이라는 혐오와 배제보다는

시설의 주택화시설의 선진화시설의 지역화가 필요합니다

'시설을 떠나 사회로 나가자'라는 구호 이전에

시설을 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집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운동이 아니라 부족한 존재를 채우는 운동이었으면 합니다

참다운 운동의 역사는 그러했습니다


시설에서 삶을 영위하는 장애인분들그리고 그 보호자분들

시설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 노동자들그리고 관리자들

이들의 삶과 일이 인정되는 운동이었으면 합니다


 내게는 더 없이 좋은 집이었지만, 더 좋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하네

                      그럼에도 여기는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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